이러한 가운데 중년 여성을 겨냥한 이모티콘을 만들어 억대 연봉을 버는 작가가 있다.
임선경 작가(51)는 ‘너를 만나 행복해’ ‘사랑하는 그대에게’ 등 22개 이모티콘을 출시한 1세대 이모티콘 작가다.
임 작가는 “제 이모티콘은 주로 30대 이상 따스한 감성을 가진 여성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서 “주로 저와 제 또래들이 자주 쓰는 말을 기반으로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임 작가는 “그림책을 만들면서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고 싶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따뜻한 표현과 그림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 당시 자극적인 이모티콘이 인기였다. 그래서 말장난 이모티콘을 기획해 카카오에 제안했다. 트렌드에 억지로 맞춰가다 보니 거절됐다. 그때부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또래들이 자주 쓰는 말을 수집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어떻게 하면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표현할지 연구했다.
처음 그가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모티콘을 그렸을 때 주변에서는 “그런 이모티콘은 잘 안 팔릴 거야”라며 걱정했다. 주로 자극적이고 코믹한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시 다음 날 그의 작품은 ‘라이언’ 이모티콘을 누르고 매출 2위에 올랐다. 현재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10번째 버전까지 나온 상태이다.
임 작가는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고 나서 생계가 정말 좋아졌다. 예전에는 작업실도 없고 집은 남양주에 있었다. 큰 배낭을 메고 왕복 4시간씩 서울을 왔다 갔다 했었다. 지금은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앱 마켓수수료를 제외하고 수익을 5:5로 나누는 점이 신의 한 수라고 했다. 작가는 매출의 30~35%를 가져갈 수 있다. 임 작가는 “그림책 등 다른 작업들은 작가에게 10% 인세 정도만 떨어진다”면서 카카오의 수익 배분이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수입은 밝히지 않았지만 "억대 연봉"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큰 애도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낙서하 듯 그린 그림으로 이모티콘 작가가 됐는데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이모티콘은 그림 실력이 아닌 공감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임 씨의 아들 주영성 씨(24)는 카카오에서 ‘제제’라는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 중이며 7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동생 주영윤 씨(22)도 지난해 전역 후 이모티콘을 만들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임 작가는 이모티콘 흥행 비결에 대해 “사람들이 메신저 대화에서 자주 쓰는 말과 표현들을 유심히 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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