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인과응보 - '악질경찰' 리뷰

실패는 인과응보 - '악질경찰' 리뷰

IGN KOREA 2019-03-24 12:00: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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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경찰 리뷰

영화 자체가 악질이다


악질 경찰, 비리 경찰에 대한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많이 사용된 소재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고전적 필름 느와르 영화 최후의 걸작이라고 불리우는 오손 웰즈 감독의 '악의 손길'(58) 역시 이런 부패 경찰 영화의 대표적 작품이다. 그 이후에 많은 작품들이 양산되었고 아예 악질경찰이라는 제목을 사용한 하비 케이틀 주연의 작품도 있었다. '마이 뉴 파트너'(84) 그리고 그 영화를 표절한 '투캅스'(93) 등 비리 경찰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작품도 있었다.

이번에 등장한 '악질경찰' 역시 이런 부류의 영화인데 폭력물이고, 범죄 영화인 어두운 장르다. 부패 경찰이 원톱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거액을 훔치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주인공 형사는 수하 조직까지 거느리고 있는 그야말로 악질이다. 뭔가 냄새를 맡았는지 감찰반에서 그의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고…. 이런 부패 경찰의 이야기에서 내용은 좀 더 확대된다. 바로 국내 최고 굴지의 기업에서 벌어지는 비리가 등장하고, 그 사건에 주인공인 악질 경찰이 엮이게 된다. 이 영화의 홍보문구처럼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만나고 있다. 좀도둑에 불과한 비리 경찰이 진짜 왕도둑에게 걸려서 고생하는 내용이다.


조필호 형사(이선균). 강력반 소속인 그는 범죄 조직 몇 명을 끄나풀로 삼고, 경찰이라는 이점을 이용하여 도둑질과 비리를 일삼는 부패한 경찰이다. 그러던 중 다급하게 2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급기야 경찰의 압수창고를 털기로 계획하는데,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도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진다. 조필호의 사주를 받고 창고에 진입한 한기철(정가람)이 난데없이 벌어진 창고의 폭발과 함께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되고, 현장에 있던 조필호도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한기철의 시신을 부검하면서 그의 사인이 불에 탄 것이 아닌 두개골 골절로 밝혀진다. 즉 현장에 다른 누가 또 잠입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사건 현장에 있던 조필호는 폭파 사건과 연관된 용의자로 몰리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한기철은 결정적인 증거 영상을 두 명에게 전송했는데, 조필호와 미나(전소니)라는 여학생이었다. 조필호는 미나를 찾아서 사건을 파헤치려고 하는데 그런 와중에 영상을 찾는 또 다른 인물, 권태주(박해준)라는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인물과 만나게 된다. 권태주의 뒤에는 국내 최고 기업 총수인 정 회장(송영창)이 버티고 있고, 거기에 검찰 조직과의 연계까지 이어져 있다. 좀도둑에 불과했던 조필호는 이렇게 인정사정없는 거대한 범죄조직과 엮이게 된다. 과연 그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부패한 악질 경찰의 수난사를 다룬 작품이다. 부패 경찰이 한탕을 저지르려다 오히려 일이 단단히 꼬이게 되고, 자신보다 훨씬 흉악하고 무시무시한 조직의 표적이 된다. 이선균이 연기한 조필호 형사의 시점에서 시종일관 전개되는 내용인데, 특별하지 않은 이 범죄 영화에 감독은 뭔가 의미 있는 것을 부여하려고 애쓴 것 같다. 그래서 가져온 것이 바로 '세월호 사건'이다.

좀 어이가 없는 작품이다. 비리 경찰 범죄 영화에 난데없이 세월호 사건의 등장이라니. 그것도 안산이라는 지명과 세월호라는 단어가 실명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과 그 사건 당시 안타깝게 사망한 한 여학생과 슬픔을 딛고 살아가는 여학생의 아버지, 그리고 그 여학생의 둘도 없는 절친, 이들과의 인연을 통해서 조필호는 그나마 각성하고, 악덕 기업에 몸을 던져 일말의 정의 구현을 해보려고 하는 내용이다. 세월호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추모가 아닌 잘못된 활용이라는 느낌이 든다. 죽은 여학생의 아버지가 벌인 극단적 행동과 그로 인한 조필호와의 인연, 그리고 그 여학생의 절친이라는 미나의 삐딱한 모습과 탈선. 그리고 이어지는 극단적인 내용과 심한 욕설 대사, 이 쓰레기 시궁창 같은 비리투성이 내용에 왜 하필 세월호를 갖다 붙였을까? 세월호와 삼성장학생, 삼성비리 뭐 그런 소재에서 착안하여 부패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였고, 이야기를 매우 크게 확대하면서 주인공과 거대 기업의 사투를 후반부에 넣고 있다. 무시무시한 조직에 붙잡힌 조필호가 과연 어떤 방법으로 정의 구현을 하는지의 과정을 후반부 클라이막스로 넣고 있는데 거기에 뜬금없는 세월호 신파 장면도 길게 이어지고 있다.

잘못 인용해도 한참 잘못한 인용이다. 뭔가 이것저것 갖다 붙였는데 어긋나버린 느낌이랄까. 이건 세월호 사건에 대한 결례이고 살아있는 슬픈 유족에 대한 무례함이다. 더구나 개봉 전까지 세월호 소재에 대한 것은 뭐 대단한 비밀인 양 꼭꼭 숨겼다는데, 별 무의미한 경찰 비리와 재벌 비리에 대한 범죄 드라마에 세월호를 떡 같다 붙여서 뭔가 의미를 찾으려 한 무모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마치 4월에 등장하는 진짜 세월호 영화 '생일'의 전야제라도 되는 듯이.

조필호 역의 이선균은 한때 잘 나가는 흥행배우였다. '쩨쩨한 로맨스',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완성도도 높고 재미도 있었던 흥행작에 연달아 출연했었는데, 2017년 '미옥', 2018년 'PMC:더 벙커'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했고, 이번에 창고에 묵혀있던 '악질경찰'이 때늦은 개봉을 했는데 벌써 처참한 실패가 예견된다. 제작비를 처들인 메이저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지만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흥행배우에서 대표적인 '국밥 배우'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번 '악질경찰'은 마치 2014년에 개봉되었던 '끝까지 간다'에서의 역할을 다시 재탕한 느낌이 든다. 식상한 연기, 식상한 소재, 거기다 무리한 세월호 인용, 이미 실패가 훤히 보인 느낌인데, 거기다 '우상', '돈' 등 한국 영화 대작들과 나란히 개봉되어 더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관객, 평단의 양뱡혹평은 그냥 보너스다.

영화산업은 빛과 그림자가 확연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 이선균은 그림자의 위치에 서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연기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 '극한직업'에서의 류승룡도 한동안 극심한 그림자의 위치에 있다가 극적 반전을 이루어냈듯이 이선균도 그림자에서 다시 빛에 서게 될 수 있다. 요즘 관객들은 평론가보다 더 냉정하고 반응이 빠르다. 결국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것만이 정답인데, 아쉽게도 '악질경찰'은 모든 것이 완벽한 실패작이 되었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로 600만 흥행작을 만든 이정범 감독은 그의 전작 제목처럼 '우는 남자'가 된 상황이고, 이선균은 이 실패작의 원톱 주연의 멍에를 쓰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악질경찰'은 권할 수 없는 작품이다. 비평도, 흥행도 모두 최악인 영화의 목록에 당당히 오를 상황인데 이게 왜 인과응보처럼 느껴질까. 가급적 뭔가 장점을 찾아서 쓰려고 해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실패작'이었다.


Kyuwoong Lee님은 IGN과 함께하는 필자입니다. 직설적이고 명쾌한 Kyuwoong Lee님의 더 많은 영화 감상은 블로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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