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칼럼] 누군가를 사랑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금강칼럼] 누군가를 사랑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금강일보 2019-03-24 15:34:36 신고


내가 소지한 사랑의 보따리는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값진 것이다. 내 모든 덕행은 거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사랑이야말로 나를 나 이상의 위치로 끌어올려주는 보물이다. 만일 사랑이 없다면 난 대부분의 평범한 인간이 머무르고 있는 보통의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구여! 무척 명랑한 봄날이구나. 이런 날 친구는 따뜻한 햇볕이 되어 저 푸른 나의 가슴에 고요히 잠들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하고 묻고 싶은 날이다. 살아가면서 사랑해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그 벅찬 감정이 인생에 희열을 안겨주며 삶의 버팀목이 돼 주기 때문이다. 꿈의 성질이 어떤 것이든 인간은 꿈을 꾸는 한 아름답다. 꿈은 팽팽한 줄을 가진 현악기처럼 아름다운 음률을 내기 위해 삶을 긴장시키기 때문이다. 금방 낳은 달걀처럼 매일매일이 따뜻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의 작은 것들에게까지 아름다움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노래한다.

아직은 봄이 천변 가장자리 노오란 수선같이 입술을 내미는데, 내 친구는 익숙한 몸놀림으로 천원짜리 행복을 곱게 포장한다.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기쁨으로 나는 참 행복하다. 비 오는 날 고압선 위에 앉은 새처럼, 위태위태하던 내 생애, 내 눈에 잔뜩 낀 고독 같은 걸 오래도록 간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고맙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사랑하고, 너무 많은 것에 욕심을 내는 것 같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얼마나 벅찬 일인지 모르면서 욕심을 낸다. 그런 의미로 생각하면 인생은 시작과 끝을 허무맹랑하게 되풀이하며 종착역에 이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사랑하다 보면 내 지나온 길을 덮으며, 내가 가야 할 길을 덮으며, 아름다운 희망 하나 끌어낼 수 있다. 그게 사랑의 힘이 아닐까.

험준한 바위틈에 피어오른 한 송이 꽃을 볼 수 있음은 축복이다. 그리웠던 곳에서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마주 보면 마음이 마냥 푸근해진다. 사람이 행복한 것은 그리운 곳에 가고 싶은 욕망과 보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독수리가 날고 자동차가 달리게 하는 삶은 살지 않기로 한다. 검게 보이는 산 아래에는 푸른 보리밭이 있다. 그 보리밭에서 나는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 익힌 습성들을 다시 꺼내 곱게 키우고 싶다.

내어줄 줄 모르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이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자신다울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참사랑일 것이다. 사랑은 서로 길들여 나가는 일이다. 사랑은 아주 작은 일에도 서로 익숙해지는 것이다. 상대가 빗물 같은 진정한 내 마음의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서로가 상대를 ‘나’답게 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답게 되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사랑이라 생각한다. ‘네게서는 고향 냄새가 난다. 산나리꽃 향기가 난다’라던 고향 친구가 있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어릴 적 아버지 몸에서 나던 열정의 땀 냄새처럼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그에게만은 다 쏟아놓고 싶다. 단단한 보석처럼 내 가슴에 무겁게 박혀 있는 절망도, 사금파리처럼 조각 난 희망도 모두. 그리하여 바람 많은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살아가는 갈대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인생에서도 썰물과 밀물이 서로 교차한다. 절망의 풍경 속에서도 희망은 기다림으로 숨어 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 ‘오늘도 너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다.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다. 눅눅한 가슴에 꽃씨를 뿌려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못내 춥고 그리운 날엔 인형 하나 만들어 네 가슴에 안겨주고 싶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장맛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폭설은 싫지만, 함박눈이라면 좋다. 그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너라면 조건 없이 좋아하고 싶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밖엔 줄 것이 없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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