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식사 준비하며 '동료애' 키워보세요

베이비뉴스 2019.04.16 15:56

고백하건대 나의 육아 스트레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 밥상’ 차리기였다.

밥을 준비하려고 부엌에 가면 혼자 잘 놀다가도 달려와서 바짓가랑이를 잡고, "엄마, 엄마" 계속 부르짖고, 울고 불고… 너희가 먹을 음식을 하겠다는 데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게다가 나는 음식에는 취미도, 소질도 없다. 아이들 먹으라고 하는 음식에는 간을 안해 맛도 없다. 그래서 정말 하기 싫었다. 하기 싫은 마음 억누르며 음식을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잘 먹지 않을 때의 그 실망감과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까가 당시 육아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고,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를 떼어놓고 음식을 만들 수는 없으니 같이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돌쟁이 딸과 26개월 아들에게 두부와 칼을 쥐어준 것이 시작이었다. 아이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주 즐거워하면서 두부를 썰고는 "더 자를 것 없냐"고 난리였다. 그래서 오이를 건네주었고, 콩나물을 다듬게 했고, 삶은 고구마를 자르게 하고, 삶은 계란을 으깨게 하고, 견과류를 방망이로 함께 빻으며 부침개, 핫케이크 와플 등을 만들었다.

아이가 식사 준비를 함께 하면서 웃는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 웃을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식사 준비 시간은 아이와 함께 하는 가장 즐거운 활동이 됐다. 아이와 함께 하는 요리가 육아에 즐거움이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활활 태워준 계기가 됐다.

게다가 여러 전문서적에서 요리는 특히 영유아 아이들의 뇌발달, 정서발달에 매우 좋다고 하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있는가! 지금 육아가 고되다면, 아이랑 같이 있는 것도 힘든데 식사 준비까지 해야해서 스트레스가 엄청 쌓인 상황이 반복된다면, 손해볼 것 없으니 한 번만 해보자!

아이에게 식재료를 한 두개 던져주고 자르게 하면 그만이다. 그게 시작이다. 좀 지저분해지면 어떠한가. 육아가 조금 재미있어 질 수 있다면, 육아하면서 내가, 아이가 조금 더 많이 웃을 수 있다면 감내할만하지 않은가! 그래도 망설이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이 말하는 '요리 활동이 아이에게 좋은 이유' 몇 가지만 말해보고자 한다.

거의 매일 나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 아이들. ⓒ이연주 거의 매일 나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 아이들. ⓒ이연주

첫째, 아이의 성공에 ‘기다림’, 심리학 용어로 ‘만족지연’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마시멜로 실험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그런데 요즘은 너도나도 스마트폰으로 즉각적인 답을 얻기 때문에 ‘만족을 지연시키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에 대한 경험이 매우 적다.

그런데 요리는 어떠한가? 하나의 음식을 먹기 위해서 재료를 씻고, 자르고, 볶거나 찌거나 삶고, 양념을 하고 식힌 후에 먹어야 한다. 한 마디로 기다림의 연속이다. 요리보다 ‘만족 지연’을 연습하기 좋은 활동이 어디있을까?

둘째, 아이들은 손으로 여러가지 감각을 경험한다. 속은 딱딱하고 겉은 거친 당근, 물컹한 묵, 으스러지는 두부, 울퉁불퉁한 오이, 물기가 많은 파프리카를 떠올려보자. 식재료 만큼 다양한 느낌을 손에 전달해 줄 수 있는 물건은 없다. 

셋째, 엄마 아빠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면 ‘한 끼 식사’가 절대 쉽게 간단하게 차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식사를 준비하며 사소하지만 쉽지 않고, 작은 일이지만 매일 반복해야 '살아지는 것'들을 배운다. 사소함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사소한 일을 하찮게 여기며 큰 일만 하기 위해 정치적이고, 불법적인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사소함의 중요성’은 식사 준비를 통해서도 일깨워 줄 수 있다.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나는 그 시간에 편하게 식사준비를 한다? NO! 건강한 신체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서에 해로움을 준다면? 몸은 튼튼한데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산만한 아이가 된다면? 신체와 정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건강한 음식만큼 아이에게 좋은 정서를 주어야 한다.

이제부터 어른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여 주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새롭게 생각하자. 식사 준비시간은 아이와 함께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하면서 만족지연을 학습하고, 사소함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시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식사 준비는 아이와 같은 활동을 공유하여 동료애를 싹 틔우고,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시간이다. 식사준비를 통해 우리 아이를 한 번 더 웃게하고, 정서적으로 단단한 아이로 키우자.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은 퇴근 후 아이와 함께 보내는 귀중한 시간을 말합니다. 1편 아이와 함께 하는 집안일, 아이를 가장 사람답게 키우는 일과 이번 편에 이어, 3편 식사를 할 때 퀄리티 타임 보내는 법으로 이어집니다.

*칼럼니스트 이연주는 18개월 차이 나는 6세 아들과 4세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스마트폰 없는 똑똑한 육아」의 저자이다. 힙시트를 하고도 손에는 스마트폰, 유모차를 밀면서도 스마트폰, 놀이터에 와서도 스마트폰. 엄마들이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자 화가 난 1인. 놀이처럼 육아도 집중해야 재미가 극에 달한다는 것을 말하고픈 마음에 글솜씨 없는 사람이 육아서까지 썼다. 스마트폰 없이 아이와 있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푹 빠져보라는 것! 물론 힘들지만 스마트폰으로 도피하며 하는 육아보다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엄마도 아빠도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육아라는 주장도 함께 펼치는 열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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