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제도는 빠르게 정착됐다. 시간낭비를 최소화하고, 볼이 그라운드 밖에 나가면 빨리 인플레이로 연결했다. 파울도 줄어들면서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성적도 따랐다. 경기 시간이 늘자 득점과 승률도 올랐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컵을 평정했다. 홈 관중도 3000명 이상 증가했다. 모두가 포항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이에 자극 받은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바삐 움직였다.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5분 더 캠페인’을 전개했다. 심판들은 잦은 휘슬로 경기를 끊지 않고, 선수들은 페어플레이로 보답하며 벤치는 항의를 줄이자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K리그 전체 APT(실제경기시간)이 56분44초(2010년)에서 57분27초로 늘었고, 평균관중도 1만1260명에서 1만1635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빠르게 식었다. K리그에 승강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생존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볼을 걷어내기 바빴고, 거친 파울도 많아졌다. 시간지연 행위도 속출해 제도를 정착시킬 수 없었다. 프로연맹은 안타깝지만 캠페인을 강제할 권한은 없었다. 구단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됐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구단들은 K리그1·2로 나뉜 승강제에 익숙해졌고, 유료관중집계가 강조되면서 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 팬 스킨십을 우선시하며 팬들을 매료시킬 양념이 필요해졌다.
최근 프로연맹 주도로 두 번째 ‘5분 더 캠페인’이 시작됐다. 큰 틀은 9년 전과 같다. 역동적인 경기와 관전시간을 늘리며 경기의 질을 반감시키는 행위(Anti Soccer)를 없애는 데 목적을 뒀다. 경기 중단과 관련한 시간과 사유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공개하는 정도만 차이가 있다.
올해는 적기다. 아담한 규모의 한국형 축구전용경기장을 보유하게 된 대구FC를 중심으로 축구 붐이 일고 있다. 국내 최대 인기종목인 프로야구가 개막했음에도 대구뿐 아니라 대부분 구단들의 관중이 늘었다. ‘5분 더 캠페인’은 모처럼 K리그에 찾아온 흥행 분위기를 지속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을까. 프로축구가 존재하는 이유를, 또 팬들이 한 번 더 경기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야 할 요즘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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