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결산] ① 효용 가치 얼마? 대세 공격 루트된 3점슛의 경제학

[KBL 결산] ① 효용 가치 얼마? 대세 공격 루트된 3점슛의 경제학

한국스포츠경제 2019-04-24 00:10:00 신고

지난 1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현대모비스의 양동근(맨 왼쪽)이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지난 1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현대모비스의 양동근(맨 왼쪽)이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대개의 구기 종목들처럼 농구도 ‘흐름’과 ‘기록’의 싸움이다. 분위기를 타고 점수를 많이 낼 수 있는 지름길은 바로 ‘3점슛’이다.

◆ 세계적인 전술 트렌드 변화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에선 3점슛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10개 구단은 정규리그에서 역대 최다인 총 1만2860개의 3점슛을 던졌다. 경기당 팀 평균 23.8개의 3점슛을 시도한 것이다. 성공 개수는 2004-2005시즌 4413개에 이은 역대 2위(4232개)다. 2017-2018시즌 대비 0.7개 증가한 평균 7.8개를 성공했다.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가 인천 전자랜드에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종료 6초 전 터진 양동근(38)의 결승 3점슛 덕분이다. 그야말로 3점슛 전성시대다.

이상윤(57) IB스포츠 농구 해설위원 겸 상명대 감독은 전술 트렌드 변화와 스트레치형 빅맨(외곽슛 능력을 겸비해 상대 수비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파워포워드나 센터)의 증가, 단신 외국인 선수 유입 등으로 3점슛 시도가 많아졌다고 봤다. 이상윤 위원은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프로농구(KBL)는 물론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스페이싱(유기적인 패스, 활동량을 통해 공간을 창출하는 전술)과 얼리 오펜스(상대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빠르게 공격하는 전술)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과거 감독들은 트랜지션(공수 전환)을 천천히 가져가라고 주문했지만, 요즘은 빠르게 하라고 지시한다”고 짚었다.

이어 “속공 중 오픈 찬스가 나면 과감하게 3점슛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었다. 그렇게 해도 감독들이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일찍이 트랜지션 게임이 선호된 NBA에서도 감독들은 사실 속공 상황에서 3점슛을 던지는 선수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곤 했다. 1990년대 중반 시카고 불스 스카티 피펜(54)이나 마이애미 히트 팀 하더웨이(53)가 속공 상황에서 홀로 드리블을 하다 과감하게 3점슛을 던졌는데 그때 마다 필 잭슨(74), 패트 라일리(74) 감독의 표정은 굳어지곤 했다.

물론 그런 건 옛날 일이 됐다. NBA도 ‘3점슛 전성시대’다. 30개 구단은 정규리그에서 무려 2만7955개(역대 최다)의 3점슛을 터뜨렸다. 휴스턴 로키츠 제임스 하든(378개ㆍ1위)과 골드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판 커리(354개ㆍ2위)가 선봉에 섰다. 약 20년 전 ‘3점 슛의 달인’ 레지 밀러(54)의 단일 시즌 최다 3점슛 성공 기록은 229개였다. 올 시즌 하든은 1028개(78경기 출전)의 3점슛을 던진 데 반해, 1996-1997시즌 밀러는 536개(81경기 출전)의 3점슛을 시도했다. 시도 횟수부터 비교불가다.

◆ 분위기ㆍ승리ㆍ관중 불러오는 3점슛의 위력

스트레치 빅맨들이 늘면서 3점슛 시도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상윤 위원은 “장신 선수들이 3점슛을 던지는 추세가 생겼다. 외국인 선수 중엔 찰스 로드(34ㆍ인천 전자랜드)가 많이 던진다. 국내 선수도 김종규(28ㆍ창원 LG), 오세근(32ㆍ안양 KGC) 정도를 제외하곤 많이들 시도한다”고 분석했다. KBL에 스트레치 빅맨이 많아지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던 선수는 서장훈(45)과 김주성(40)이다.

NBA 스트레치 빅맨의 시초는 톰 채임버스(60)라 할 수 있다. 1986-1987시즌 그는 경기당 1.8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키 208cm 이상 되는 선수들 중 시즌 평균 1개 이상의 3점슛을 던진 최초의 선수다. 1990년대엔 토니 쿠코치(51), 클리포드 로빈슨(53) 등이 스트레치 빅맨이었으나, 이들은 리그의 주요 빅맨이 되진 못했다. 정통 빅맨인 패트릭 유잉(57), 샤킬 오닐(47), 데이비드 로빈슨(54), 하킴 올라주원(56), 알론조 모닝(49) 등이 정상급 센터였다. 슛 레인지가 넓은 유잉과 로빈슨, 올라주원조차도 3점슛은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덕 노비츠키(41), 2000년대 초반 크리스 보시(35ㆍ마이애미 히트) 등 이후로 오늘날 앤서니 데이비스(26ㆍ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치 빅맨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상윤 위원은 세계적으론 3점슛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KBL은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 시즌 3점슛 시도가 유난히 많은 데는 외국인 신장제한으로 인해 단신 외국인 선수들이 많아진 이유도 있다고 본다. 기디 팟츠(24ㆍ전자랜드), 섀넌 쇼터(30ㆍ현대모비스)도 3점슛 시도가 많았고 최단신(171.9cm) 외국인 선수 마커스 킨(24ㆍ전주 KCC)은 전형적인 3점 슈터였다”며 “내년에는 장신 외국인 선수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올 시즌보다 3점슛 시도가 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농구는 ‘센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젠 센터 앞에 ‘3점슛도 잘 넣는’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야 할 듯하다. 득점 확률이 중요한 농구 경기에서 3점슛 시도가 많아졌다는 건 그 효용 가치가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상윤 위원은 “3점슛은 2점슛보다 팀 분위기를 크게 끌어 올린다. 40분 경기에서 21~22분 분위기를 가져오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감독들은 상대 팀의 상승 분위기를 죽이려 타임아웃도 부르고 하는데 그만큼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흔히 하는 말 하나를 꺼냈다.

“3점슛을 넣고 곧바로 상대에게 3점슛을 허용하지 마라.”

3점슛은 분위기와 승리, 관중까지 불러 올 수 있다. 그 가치는 기대 이상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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