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균주, 생화학 무기 악용될 수도 있는데…일반의약품과 같은 잣대 심사

보톡스 균주, 생화학 무기 악용될 수도 있는데…일반의약품과 같은 잣대 심사

이데일리 2019-05-16 05:00:02 신고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류성 기자] 보톡스 균은 1g만으로도 100만명 이상을 대량살상할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극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보톡스 균에 대한 신고 및 허가절차는 일반 의약품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국내에서만 유독 보톡스 제조사들이 난립하게 된 데는 정부의 허술한 인·허가 및 관리감독이 자리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보톡스 업체마다 균주 출처에 대한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고 사업승인을 받으면서 보톡스 업체간 균주 출처를 둘러싼 의혹은 국제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되고있다.

국내 대표 보톡스업체인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간 진행되는 소송이 대표적이다. 메디톡스는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메디톡스 전직원이 보톡스 균주와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며 지난 1월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현행 제도는 보톡스 균주를 확보한 자는 질병관리본부에 출처를 신고하면 고유등록번호를 부여받을수 있게 돼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고된 보톡스 균주에 대한 출처 파악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한 절차인 현장조사마저도 지금까지 생략해 왔다.

모 업체는 보톡스 균주 출처를 ‘토양’으로 서류에 적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해 등록번호를 손쉽게 부여받은 사례가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돼 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나마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칸젠이 보톡스 균주 출처를 허술하게 신고한 것과 관련해 의문점이 생겨나자 최근 현장조사를 나간게 유일하다.

보톡스 균주에 대한 고유등록번호를 부여받은 사업자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거치면 보톡스 상품 판매에 나설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 및 생산시설을 갖춰야 상품화가 가능하다. 이때 식약처의 주요 인·허가 판단기준은 보톡스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치명적인 독소를 가지고 있는 보톡스 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더라도 식약처는 일반적인 의약품과 같이 상품화 인허가 심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한국에서 보톡스 제조사업을 벌이려면 간단한 출처신고를 거쳐 등록번호를 받은 후 일반의약품과 같은 인·허가 절차를 거치면 된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균주 출처를 주로 자연에서 발견하거나, 분양 또는 해외에서 수입했다고 신고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질병관리본부는 보톡스 관련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거나 주변에 확산될 우려가 없을 경우에는 역학조사등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보톡스 균주를 대량살상 생화학무기로 간주하고 어느 의약품보다 까다롭게 관리한다. CDC는 보톡스 균주에 대한 등록허가를 받기 위한 신고가 들어오면 먼저 세밀한 역학조사를 벌인다.

이 조사를 통해 보톡스 균주가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됐고 파급되어 나간 정황은 없는지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한다. 특히 보톡스 균주 신청자는 보톡스 균주와 관련해 ‘6하 원칙’을 상세하게 입증하는 신고서를 의무적으로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해야 한다.

국내 대표 보톡스업체인 메디톡스 제품들 메디톡스 제공
여기에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보톡스 균주 신고자에 대해 과거 보톡스균 연구경력, 연구및 보관시설, 범죄경력, 정신질환 유무 등을 사전 검토한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됐을 때에만 고유등록 번호를 부여한다. 이 정보는 고스란히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FBI는 보톡스 균을 대량살상 생화학무기로 분류하고 보톡스 균주 소유자에 대해서는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테러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예방, 차단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보톡스 사업허가를 받기가 이렇게 까다롭다보니 미국에서는 이반 홀 박사가 이미 1930년대 보톡스 균주를 발견한지 90년 가까이 흘렀으나 지금까지 앨러간 1개사만이 보톡스를 제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보톡스 업체는 앨러간(미국), 란주연구소(중국), 입센(프랑스), 멀츠(독일) 등 4개사에 그친다. 이들 업체는 국내 보톡스 업체들과 달리 모두 자연에서 보톡스 균주를 발견하진 못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4개사는 지난 1930년대 미국의 이반 홀 박사가 밀폐한 통조림에서 분리한 균주(홀 균주)를 활용, 상품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반면 국내는 보톡스를 생산하거나 개발하는 업체가 10여년 사이 모두 11개사에 달할 정도로 우후죽순으로 급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메디톡스(086900),휴젤(145020), 대웅제약(069620), 휴온스(243070) 등 보톡스 생산업체와 개발에 나선 파마리서치바이오,유바이오로직스(206650),프로톡스(디에스케이), ATGC, 제테마,칸젠,오스템임플란트(048260)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주요 제약업체는 물론 건설업체 등 10여개 업체가 추가로 보톡스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어 조만간 국내 보톡스 제조사는 20여곳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보톡스 업체들이 유독 한국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상에는 정부의 보톡스 균주에 대한 허술한 규제 및 관리가 자리한다고 지적한다. 김지현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 단장(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은 “보톡스 시장이 의료 치료용으로 쓰이는 외국과 달리 국내는 미용 중심으로 급성장하면서 보톡스 사업자가 크게 늘어났다”며 “보톡스 균은 치명적인 살상무기로 쓰일수 있기 때문에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도록 해 국가가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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