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우는 진짜 이유

맨즈헬스코리아 2019.05.16 08:00

아, 그녀가 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뭐라 한마디 했다가 더 울까 싶어 그냥 잠자코 있다. 우는 그녀 때문에 더 울고 싶은 당신을 위해 영국 <맨즈헬스> 칼럼니스트 로렌 라슨이 명쾌한 해답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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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순간 눈물, 콧물 펑펑 쏟는다는 걸로 유명한 영화 <비스트(Beasts of the Southern Wild)>를 보러 갔다. 유난히도 슬픈 장면이 많았는데,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딸에게 말한다. “울지 말거라.” 영화관 뒷좌석에서 한 여성의 흐느낌이 새어 나온다.

한 명이 울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눈물을 쏟아낸다. 왜, 비행기에서 누가 토하면 갑자기 너도나도 욱욱대는 것 있지 않나. 딱 그 격이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영화관 내 모든 여성들이 눈물을 흘린다. 영화관이 그 유명한 눈물의 바다에 잠기기 시작한다.

예전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시민들이 집단 오열하는 영상을 보고 꽤나 놀랐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관객들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꺼이꺼이 운다. 이 상황에 남자들은 뭐 하고 있냐고? 그냥 조용히 앉아 있다. 눈물을 여자들의 무기라 칭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흠칫 놀란다.

‘라면 먹고 갈래?’나 ‘난 아무거나 다 좋아해’ 같은 게 진짜 제대로 된 전략적 무기, 그것도 백이면 백 잘 통하는 고사양 무기지, 눈물은 그렇지 않다. 울어버리면 뭐든 자기 마음대로 다 될 거라 생각하는 여자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나만 하더라도 한 번도 누구 앞에서 일부러 울어본 적이 없다.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얼굴이 급격하게 빨개진다. 모든 여성의 아픔을 대변하는 양 미친 듯 울었다가 또 잠시 잠잠해졌다가 그러기를 대여섯 시간 정도 반복한다. 콧물도 줄줄 흐른다. 논리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 사슴 같은 눈에서 톡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이 가슴골을 타고 천천히 흐르는 서정적인 장면?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내가 우는 모습은 그런 멜로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여자들과 눈물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눈물은 그냥 나오는 것이다. 사실 어두운 영화관에서 다른 여성 동지들과 같이 우는 것은 꽤나 기분 좋다. 굳이 나오는 눈물을 참을 필요가 있을까. 잔뼈 굵은 직장인 여성들에게서 들어온 말이 있다.

여자는 절대 울면 안 된다는 것이다. 눈물에 약하지 않은 남자들은 우는 여자를 약해 빠졌다고 생각한다. 작가 레베카 트레이스터Rebecca Traister가 한 일화를 말한 적이 있는데, 여자 동료가 사무실에서 펑펑 울고 그런 말을 했단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화가 날 때도 운다는 걸 몰라요. 속상하고 슬퍼서 우는 거라고 생각하고는 자기가 이겼다고 좋아하지요.”

남자들이 가득한 사무실이나 회식 자리에서, 그리고 침실에서 엄청나게 울어본 사람으로서, 이 말에는 반대다. 남자들도 다 안다. 우리 여자들은 분노해도 울고, 좌절해도 울고, 영화 <비스트>에서처럼 모든 일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눈물을 쏟아낸다는 걸 말이다

수도꼭지를 틀 듯 바로 눈물이 나오게 하는 특효약 종류가 다양한 셈이다. 이 말을 하려는 데 눈물이 난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남자는 우는 여자에게 ‘뚝’을 외치는 남자다. 내 예전 남자 친구가 딱 그랬다. 싸우다가 내가 눈물이라도 흘릴라치면, 무식하게 넓기만한 두 팔로 나를 꼭 안아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놈의 ‘뚝’으로 나의 슬픈 분위기를 다 망쳐버리는 것이다. 솔직히 눈물을 멈추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풀려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인형 안 사줘서 우는 꼬맹이 취급하는 데 분노 게이지가 최고조로 올라 눈물이 쏙 들어갔던 것이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우는 어른을 달랜다고 쓰는 말이나 떼쟁이 아기를 달랠 때 쓰는 말이나 똑같다.

엄마가 서럽게 우는 다 큰 딸내미 등을 쓰다듬으며 “아이구~ 예쁘지, 우리 딸” 하며 달래주는 것은, 일단 첫째, 엄마랑 나랑은 같은 레벨이 아니고, 둘째, 엄마 노릇을 하실 수 있게 하는 그 자체가 일종의 효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 그런데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 나한테 그런다고? 엄연히 다르다.

그냥 친구가 그래도 썩 기분 좋지 않은데, 그걸 남자가 그런다고? 생각만 해도 너무너무 열받는다. ‘너는 나랑 동등한 레벨이 아니야. 넌 애야’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우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은 어디서 우느냐, 그리고 왜 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슬퍼서 우는 경우는 대처하기가 가장 쉽다.

누가 죽었다거나(영화든 실제든), 원하던 직장에 지원했다 탈락한 경우, 혹은 남자 친구에게 차인 경우라면 그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안아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날을 위해 우리는 그렇게도 열심히 덤벨을 들어올리고 날리고 했던 거다. 그렇게도 열심히 단련시킨 당신의 넓은 가슴에 파묻혀 잠시 모든 걸 잊고 펑펑 울게 해주자.

분노에 찬 눈물은 좀더 어렵다. 특히 분노의 원인이 당신이라면, 달래거나 어르는 말, 동정은 생각지도 말라. 조언도 안 된다. 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내가 열받은 건지, 곧 죽어도 설명을 해야 한다. 운 좋게도 한 남자가 다른 남자 앞에서 우는 걸 본 적이 있다.

셋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화 주제가 바뀌면서 한 친구가 화를 참지 못해 막 울기 시작했다. 물론 드라마틱한 상황을 즐기는 나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남아 있던 친구는 맥주만 연달아 죽 들이켰고,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애써 누군가가 운다는 사실을 말하지도 않았고, ‘눈물 뚝’을 외치지도 않았다. 우는 친구의 말을 그저 조용히 들어주며 끄덕이는 게 전부였다. 누가 우는 걸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보는 건 결코 쉬운 일도,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자기 때문에 누가 눈물을 흘리는데 가만히 있는 게 어찌 쉬울까. 그래도 이 방법이 통할 때가 있다. 그냥 상대의 말을 들어주며 조용히 티슈 몇 장을 건네는 거다. 대신 아무 말 없이.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날 때는 상대가 내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풀린다. 설사 눈물, 콧물 뒤범벅 짬뽕이 된 외계어를 내뱉더라도 그냥 끄덕이며 들어주라.

“괜찮아요, 계속하세요”

직장에서 눈물 흘리는 여자(또는 남자) 대처법

사무실 책상에서 대놓고 그러지 않는 것뿐이지 지금도 이 건물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울고 있다. 여자들은 마음놓고 울 수 있는 그들만의 조용한 장소를 찾아내는 데 도사다. 눈물이 난다 치면 전부터 봐두었던 그 곳으로 잽싸게 달려간다. 보통 1인용 화장실이나 비상구 계단이다.

혹시라도 이곳으로 달려가는 여성과 맞닥뜨린다면 절대 괜찮냐고 묻지 말라. 이럴 때는 못 본 체하고 그냥 가던 길 가는 게 예의다. 이런 상황은 그나마 쉽지, 성질머리 고약한 직장 상사와의 회의가 길어진다. 상사가 한 말에 열받아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럴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야 한다. 이전 직장에서 일하던 4년 내내 회의 시간만 되면 눈물이 나곤 했다.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면 부장님이 그랬다. “괜찮아요. 계속하세요.” 이 말을 듣자마자 신기하게도 눈물이 쏙 들어갔다. 부장님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괜찮아요’라고 함)과 또 부장님이 내가 하려는 말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계속하세요’라고 함)에 마음이 확 풀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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