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터 내려놓겠다`는 문무일…법무장관 보완책까지 작심비판

이데일리 2019.05.16 17:15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성기 이승현 기자] 사과와 자성으로 시작했지만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작심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 1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 발표 이후 보름 만인 16일 공식 기자간담회를 연 문무일 검찰총장은 “원인을 알고 처방을 내려야 하는데 원인은 이 것(검찰 전권적 권능 제한)이라 생각하고선 처방은 다른 쪽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마디로 엉뚱한 처방이라는 게 문 총장의 판단이다.

그는 “어떤 수사기관에도 통제받지 않는 권한이 확대돼선 안 된다”며 1시간 40여분 동안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핵심으로 한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 삼권분립 원칙상 입법 권한은 국회에 있고 검찰은 집행 기관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수사권 조정안에) 어떤 위험이 있다고 알리는 것은 조직의 장으로서 마지막 역할”이라고 했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발이 밥 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국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내려놓겠다’…직접수사 대폭 축소·수사착수 분권화·재정신청 전면 확대

우선 검찰 개혁과 수사권 조정이 사회적 화두가 된 데에는 ‘반성과 각성의 시간’, ‘적지 않은 원인 제공’ 등의 말로 검찰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은 ‘원인 진단에 대한 올바른 처방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나 과도한 권한 독점의 문제인데, ‘통제받지 않는 권한’을 경찰로 확대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 침해 가능성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얘기다.

문 총장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단이도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민주적 원칙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간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여러 부분에 대해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더 내려놓거나 통제 수위를 강화하는 자체 개혁안을 제시했다.

문 총장은 “마약·식품의약 수사 등에 대한 분권화를 추진 중에 있고, 검찰 권능 중 독점적·전권적인 것이 있는지 찾아서 내려놓겠다”고 다짐했다. 또 검찰이 종결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 제도를 전면 확대해 실효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사법절차상 민주적 원칙에서 예외적인 게 검찰의 직접수사 착수 기능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통제에 집중하는 게 옳다”면서 “현재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도 전권적 권능을 갖고 행사해 보라는 것이라 (검찰 개혁 취지에)안 맞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기 장관 ‘보완책’, “사후약방문 안 맞아”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제시한 수사권 조정 보완책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장관은 앞서 일선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와 보완 수사 요구권,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등을 개선하고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과 관련한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내용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문 총장은 그러나 “그런 정도 손봐서 될 문제면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제의 원인에 대한 처방은 없이 엉뚱한 부분에만 손을 댔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에 대한 사후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두고 “사건 송치 후에 문제를 살펴서 고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소 잃을 것을 예상하고 외양간 만들겠다, 병이 발생할 것을 알고 사후(死後)에 약을 지어주겠다는 얘기”라고 잘라말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개별 사례 등으로 진실을 호도해선 안 된다’는 경고에 대해선 감정적 반감도 드러냈다. 문 총장은 “말씀대로라면 검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냐”며 “그렇게 말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와서야 문제제기에 나선 ‘뒷북’ 지적에 대해서는 억울한 심정을 호소했다. 지난해 6월 정부안이 나오고 그간 수 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논의가 중단된 상태에서 갑자기 패스트트랙에 올랐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정부안 마련될 때까지 검찰 의견은 안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 건 다 아는 사실”이라며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또 “경찰·검찰에서 거르고 법원을 3심제로 운영하는 것은 형사사법 시스템이 불신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며 “국가적 권능을 행사하는 데 선의를 전제로 하고 제도를 만들면 복잡한 민주주의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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