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

맨즈헬스코리아 2019-05-17 08:00:50 신고

낮에는 서점 직원으로, 주말에는 시골 농부로 살아가는 30대 싱글 여성의 삶. 그런 그녀가 실천하고 있는 ‘채식’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일까?

사실 나는 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이었다. 삼겹살과 소주를 먹고 마시고, 곱창과 닭발을 좋아하는 자타공인 ‘육식주의자’였다. 각종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보고 충격을 받았지만 잠시뿐, 좋아하는 지인과의 술자리와 육해공의 ‘남의 살’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요가를 시작한 후 생각도 몸도 조금씩 달라졌다. 외부의 자극에 몸이 예민하게 반응했고 요가를 아무리 매일 해도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몸을 좌우로 비틀거나 뒤로 꺾는 후굴 동작이 힘들었다. 같이 수련하는 사람들과 선생님들은 채식을 하고 있었기에 괜히 ‘체취’가 나는 건 아닐지 수련 때마다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일단 빨간색을 띠는 고기(쇠고기, 돼지고기)와 닭고기부터 끊기로 했다.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한 요가. 언젠가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4년 전 무턱대고 요가 지도자 과정을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아쉬탕가 요가 수련을 시작했다. 아쉬탕가 요가는 ‘야마’와 ‘니야마’를 강조한다.

야마와 니야마는 성서의 십계명, 불교의 오계처럼 요가 경전 <요가 수트라>에서 언급하는 요가 계율을 뜻한다. 경전에서는 요가를 잘하기 위해 요가를 삶에서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트 위에서뿐만 아니라 수련자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 필요하다.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야마와 니야마다.

야마는 금계를, 니야마는 지켜야 할 계율을 뜻하는데 니야마의 첫 번째 개념이 ‘아힘사Ahimsa’이다. ‘불살생’을 의미하는 아힘사, 여기에는 간접적인 폭력과 위해도 포함되는데 육식을 하는 것도 이 개념에 포함된다. 생명을 빼앗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신에 따라 아쉬탕가 요가의 시퀀스에는 거북이, 낙타, 까마귀 등 동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아사나(동작)가 포함되어 있다. 이 동작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순간이다.

고기를 안 먹고 사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다행히 채식을 시작했을 때에는 회사에 다니지 않아 집에서 혼자 끼니를 챙겼기에 수월했다. 이제는 외식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만 음식을 가려 먹는다. 그 외에 힘든 점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고기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 반년이 지난 후에는 생선을 끊고, 달걀 섭취를 하루에 한 알로 줄이고 유제품도 먹지 않기 시작했다. 대신 운동 후에 콩으로 만든 식재료인 ‘템페’와 낫토, 칼슘과 철분이 풍부한 채소와 현미밥을 챙겨 먹었다. 단백질 부족을 막기 위해서이다.

채식을 시작하자 몸의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났다. 점점 몸이 가벼워지고 비틀기와 뒤로 하는 후굴 동작이 수월해졌다. 물론 마음의 변화도 느껴졌다. 늘 달고 살던 짜증과 화를 덜 내게 되었다.

‘채식하면 가장 좋은 점이 뭐냐’는 질문에 나는 ‘화를 낼 힘조차 없다’고 농담을 하곤 하지만 사실이다. 이전의 불같은 성격이 작은 성냥불로 바뀌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채식 후에 얼굴도 마음도 너그러워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다.

채식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불편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 나의 작은 선택이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줄이는 데에 일조한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하다. 모든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최종 목표는 식습관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 다른 생명이 고통받지 않는 삶이다.

비거니즘(Veganism,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 꿀 등 동물로부터 얻은 식품을 일절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 완전 채식)을 실천하는 이들처럼 말이다. 지금은 불완전하지만 계속해서 나는 채식의 길을 가고 싶다.

추천 채식 맛집5

채식은 어렵다? 그렇지 않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주일에 한 번, 외식이나 특별한 약속에 채식 식당에서 식사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꾸만 가고 싶은 서울의 채식 식당 5곳을 추천한다.

01 쿡앤북

합정동에 위치한 쿡앤북은 오래 자리를 지키는 채식 식당 중 하나다. 특별 메뉴로 일반 사람들도 다양한 채식을 즐기기에 좋다. 채식 버거가 유명하며 비건 리코타 치즈를 곁들인 두부오븐구이도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이다.

  •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지3길 61
  • 영업시간 평일 12:00~21:00, 주말 12:00~22:00, 화요일 휴무
  • 문의 02-325-1028

02 남미플랜트랩

콜롬비아 출신의 셰프가 한국에 정착해 오픈한 가게다. 남아메리카 음식을 베이스로 퓨전 채식을 선보인다. 검은콩 패티를 넣어 구운 ‘남미버거 칼초네’와 비건 치즈와 야채를 듬뿍 올린 채소 피자가 인기다. 합리적인 가격의 세트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4안길 55
  • 영업시간 화~일요일 12:00~21:00 (브레이크타임 16:00~17:30), 월요일 휴무
  • 문의 02-522-1276

03 플랜트

달걀, 우유, 버터 없이 만든 케이크와 머핀 등 디저트가 유명한 곳이다. 베지 패티와 칠리소스를 듬뿍 올린 칠리버거는 채식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추천할 때마다 실패한 적이 없다. 콩을 쪄서 발효한 템페를 넣은 부리토와 참깨 소스에 버무려 먹는 소바도 추천한다. ‘파워 그린’ 스무디를 반드시 곁들여 먹자.

  • 주소 서울시 용산구 보광로 117 2층
  • 영업시간 평일 11:00~21:00(주말 22:00까지), 일요일 휴무
  • 문의 02-749-1981

04 몽크스부처

가격대는 높지만 기념일이나 데이트에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추천한다. 블랙 올리브에 절인 갓을 베이스로 한 오일 파스타와 튀긴 두부가 인상적인 코코넛 커리를 주문해보자. 귀리음료를 사용한 밀크티는 로즈 시럽이 들어가 색다른 맛을 낸다. 식전빵과 웰컴 드링크도 함께 제공된다. 예약은 필수.

  •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28-1 3층, 4층
  • 영업시간 화~일요일 18:00~22:30(금~토요일 23:30까지), 월요일 휴무
  • 문의 02-790-1108

05 어라운드 그린

망원동 골목에 위치한 어라운드 그린은 이름만큼이나 평온한 분위기와 정갈한 음식을 내어준다. 기존의 익숙한 메뉴에서 동물성 재료를 빼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집밥 느낌이다. 먹어봐야 할 메뉴는 가지덮밥. 된장 소스에 구운 가지는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한다.

  • 주소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5길 47
  • 영업시간 12:00~21:00, 일요일 휴무
  • 문의 02-6080-9797

 


최선우

한남동 서점 ‘스틸북스’에서 일하고 있는 전직 <맨즈헬스> 에디터. 장래 희망은 <인생 후르츠>의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이고 요가와 논밭 농사, 읽고 쓰고 공부한다. 서투르지만 부지런히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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