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한진그룹 조원태 총수 체제서 주목받는 석태수 부회장

[줌인]한진그룹 조원태 총수 체제서 주목받는 석태수 부회장

이데일리 2019-05-20 05:00:00 신고

3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가 주주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이 정부가 공인한 ‘총수(동일인)’에 올랐지만 그룹 내 속사정은 복잡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로 총수는 일단 조원태 회장으로 정해졌지만 고(故) 조양호 회장이 급작스럽게 떠나면서 생긴 빈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최근 총수 지정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던 것도 내부적으로도 승계구도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실제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회장직에 취임했다고 밝혔지만, 그룹의 미래 비전과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제시하는 취임사나 취임식 등은 모두 생략했다. 취임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조 회장의 색깔과 미래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정기 임원인사는 감감무소식이다. 한진그룹은 통상적으로 1월에 그룹 차원에서 임원인사를 단행한 다음에 직원인사를 진행했지만, 지난달 직원인사만 먼저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임원인사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며 “조양호 회장의 49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중이라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4월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號 방향키 쥔 인물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

총수 지정으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비춰지며 이제 막 출항한 ‘조원태 호(號)’는 위기에 놓였다. 흐트러진 그룹 분위기를 다잡는 강력한 리더십을 필두로 ‘총수 조원태 체제’로의 안정을 갖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또 그룹을 통솔하기에 미비한 지분을 확보하는 점과 조양호 회장의 재산 상속과 2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상속세 납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상속세는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후부터는 가산세가 추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한진그룹은 오는 10월 이전에 상속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아울러 체제로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기임원인사를 통해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재계에서는 총수에 오른 조 회장 체제 안정에 방향키를 쥔 인물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에 주목하고 있다. 석 대표는 한진그룹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이자 조양호 회장의 ‘오른팔’로 내부적으로도 조양호 회장의 의중을 가장 명확하게 대변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번에 한진그룹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석 대표 명의로 공문을 보내는 등 그룹 내 중책을 맡고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석 대표는 조 회장이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 뒤를 이어 3대 총수에 오르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석 대표는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일 뿐만 아니라 경영승계 구도를 정리한 한진그룹의 ‘이학수’다”라고 말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후계자로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 대표도 조 회장이 안정적으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양호 회장 별세 후 그룹 내부에서는 ‘조원태-석태수’의 사람들로 꾸려진 계파와 이와 결을 달리하는 임원진 간의 경영권 장악 다툼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反) 조원태-석태수 계파인 그룹 내 임원진들이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을 통해 갈등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총수 지정이 미뤄지면서 갈등은 표면으로 드러난 셈이다.

한진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한진그룹에서 발생한 잡음은 경영승계보다는 재산분할이 문제”라며 “그룹 경영진 간의 알력다툼(조직 장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을 비롯해 석 대표 등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에 대화를 시도하며 백기사(우호 세력)로 나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재계는 차익을 실현하는 게 최대 목표인 사모펀드의 특성상 조 회장 측의 백기사가 될 수도 조 회장과 갈등하는 다른 편에 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3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회장 최측근이자 오른팔…샐러리맨 신화

조양호 회장이 일생을 바쳤던 하늘로 돌아가던 날.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장에서 마지막 배웅을 마치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이가 있었다.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석 대표였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5일간 장례기간 동안 고생한 한진그룹 임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고생했다”라며 독려하며 운구차량의 뒤를 따랐다. 이날 영결식에서 석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황망하고 비통하다”고 아쉬움을 전하며 “회장님께서 추구해 오신 그 숭고한 뜻을 한진그룹 모든 임직원이 이어나가겠다”고 ‘한진맨’으로서의 다짐을 전했다.

석 대표는 ‘샐러리맨의 신화’로 평가받는다. 1984년 대한항공 평사원으로 입사해 2017년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3월 KCGI와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 되면서 경영권 강화라는 중책을 맡았다.

석 대표는 대한항공 경영 기획실에서 팀장과 실장과 대한항공의 핵심노선인 미주지역을 총괄하는 본부장 등 요직을 역임해 실무와 전략에 모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사 24년 만인 2008년엔 조양호 회장과 함께 한진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며 초고속 승진했고, 2013년 한진해운 대표이사도 지내 육·해·공 물류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룹의 창립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의 DNA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체화한 인물이다.

석 대표는 작년 4월부터 대한항공 부회장도 맡고 있다. 한진그룹 내 전문경영인 중에서 부회장 직함을 단 인물은 석 대표가 유일하다. 미등기 임원이지만,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서 맡은 사장보다 직위가 높다. 지난해 ‘물컵 갑질’ 파문이 일어난 뒤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과 불법행위 등에 대한 파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석 대표를 부회장으로 임명해 전문경영체제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의 그룹 내에서 입지는 더욱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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