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스프루스의 여성 시대

모니카 스프루스의 여성 시대

바자 2019-05-20 18:00:55 신고

FEMALE
WAVE

여자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리진 못한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3년 한 인터뷰에서 독일의 미술가 게오르크 바젤리츠가 말했다. 모니카 스프루스는 1983년 독일에 갤러리를 세운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여성 작가의 목소리로 발설하는 전시를 열어왔다. 같은 국가에서 비슷한 시대,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이 두 사람은 성별만 다르지만 행보의 차이는 극명하다.(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주장과 상관없이 아트 바젤 홍콩에서 이들의 작품은 한자리에 있었다.)

 

로즈마리 트로켈의 작품 앞에서 모니카 스프루스.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는 에드 루샤, 안드레아 구르스키, 프랭크 스텔라, 존 발데사리 등 지면에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는 많은 현대미술가와 긴밀하게 작업해왔다. 특출한 작가를 지지한다는 갤러리의 당연한 의무 외에 <오 드 콜로뉴>는 특별 선상에 위치한다. 공격적이지 않지만 남성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페미니스트 작가들만을 위한 장. 34년 전 이 전시에 참여한 젊은 여성 작가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 제니 홀저, 로즈마리 트로켈, 루이즈 롤러는 여성 작가들이 마주하는 권력과 사회에서의 영향력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홍콩 H퀸스에서 열린 <오 드 콜로뉴> 전시 전경.

마를렌 뒤마, ‘Amy – Back to’, 2015, Piezography, 40.5×47cm, Copyright and courtesy Marlene Dumas. Photography: Timo Ohler

마치 1985년 당시 독일 쾰른으로 돌아간 것처럼 재현한 2019년의 <오 드 콜로뉴>는 위에서 호명한 다섯 명의 작품을 다시금 이 시대에 놓아두었다. 사인과 명판, 포스터로 만들어진 제니 홀저의 텍스트 기반 작업물과 텍스트와 이미지가 섞인 바바라 크루거의 아이코닉한 작업, 로즈마리 트로켈의 울 페인팅, 신디 셔먼의 역할극 사진과 벽면으로 확장된 루이즈 롤러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며 일관된 힘을 뿜어낸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 작가 사이의 격차, 그리고 더 많은 목소리를 담는 데 있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 <오 드 콜로뉴>는 이러한 논의를 계속해서 드러내는 움직임을 끈기 있게 보여준다.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이 맨 안쪽에 전시되어 있는 홍콩 H퀸스 전시 전경.

오늘 함께하진 못했지만 스프루스 마거스는 필로메네 마거스와 당신이 공동 운영한다. 남성 지배적인 산업 안에서 극적인 연대를 이뤘다.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두 갤러리를 하나의 갤러리로 합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나는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로서 교육받았고 오랜 기간 일해왔다. 갤러리스트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문화에 대한 관심 덕에 로즈마리 트로켈을 만났으며 우리 둘은 친구가 되었다. 젊은 여성 아티스트에게 설 자리를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1983년 갤러리를 설립했다. 1980년대 쾰른은 뉴욕 다음으로 가장 생생한 예술의 흐름을 지니고 있었다. 현대미술에 있어 정말 중요한 도시였다. 한편 필로메네는 미술 세계에서 자랐으며, 페미니스트인 그녀의 어머니는 독일의 본에서 갤러리를 운영했다. 본과 쾰른이 거리상 가까웠기에 우리는 1980년대부터 서로 알게 되었다. 필로메네는 1991년 쾰른에 자신의 갤러리를 열었다. 우리가 지지하는 작가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필로메네와 나는 작가를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1998년에 갤러리를 합병하게 되었다.

시그마 폴케, 게르하르트 리히터, 브루스 나우먼, 도널드 저드 등의 작가와 함께 성장한 콘래드 피셔처럼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갤러리를 지향한다. 스프루스 마거스가 신인 작가와 협업할 때 어떤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는가?

크게는 어떤 작가가 장기간 문화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될 수 있는지에 관점을 맞춘다. 세밀하게는 세 가지 갈래로 볼 수 있는데, 하나의 담론은 로즈마리 트로켈과 루이즈 롤러의 작업물에서 볼 수 있듯이 미술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에 관한 것이었다. 안드레아 구르스키와 신디 셔먼처럼 사진의 역할에 대한 논의, 당대에 중요한 관점이었던 색채 미술에 대한 적의도 고려했다. 그렇게 1984년부터 조지 콘도, 그 후에는 에드 루샤와 토마스 샤이비츠를 선보였다.

 

벽면에 보이는 작품은 제니 홀저의 <리빙> 시리즈.

‘오 드 콜로뉴’라는 이름은 향기에 관련된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분히 여성적인 상징을 이름 붙였다. 정작 전시는 여성 작가로서의 자리를 전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80년대의 로즈마리 트로켈, 제니 홀저, 신디 셔먼, 바바라 크루거, 루이즈 롤러는 남성 동료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진 굉장히 혁신적인 젊은 아티스트였다. 목표는 그들에게 설 자리를 주고, 그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지지함으로써 미술계 내의 성별 격차에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질문한 것처럼 ‘오 드 콜로뉴’라는 단어는

‘4711’과 ‘파리나(Farina)’ 같은 향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성 작가를 위한 시작점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발생하는 장소가 쾰른이라는 점에서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전시 시리즈와 동시에 잡지 <오 드 콜로뉴>를 발행했다. 1989년 이후로 출판되지 않는 동명의 잡지는 전시와 어떤 상호작용을 나눴는가?

1985년에 처음으로 여성 그룹전을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경계를 넓히고 더욱 도발하기 위해 잡지를 창간했다. 이는 여성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또 다른 설 자리였다. <오 드 콜로뉴>는 인터뷰 잡지였는데, 그 당시에 가장 중요했던 아티스트를 다루는 한편 전시에 참여한 여성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1985년, 1987년, 1989년에 출판하였고, 1993년 전시회까지 현장에서 배포되었다. 이후에는 인스톨레이션된 자료로서 볼 수 있다.

 

<오 드 콜로뉴> 매거진에 실렸던 기사들.

1985년 첫 <오 드 콜로뉴>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이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 그들의 계보를 잇는 작가들이 눈에 띈다. 잠재력 있는 세 명의 작가가 그들이다.

아스트리드 클라인은 197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활동하며 사회에 현존하는 젠더와 권력 구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1970년대부터 1980대까지의 그녀의 콜라주는 개별적인 모습과 조각들을 다루며 이미지와 텍스트의 대립적인 관계를 부각시킨다. 권력과 지배에 대한 관점은 카라 워커의 작품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그녀의 동영상 및 지면 작업들은 그녀를 오늘날 미국 예술계를 이끄는 인물로 만들었다. 워커의 작품은 대부분 흑백 실루엣의 캐릭터들을 폭력적, 성적 혹은 일상적인 상황에 놓이게 만들어 노예제도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미국의 기관, 민족의 서사나 문화적 전통에 대해 상세히 서술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든,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든 아말감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마를렌 뒤마의 작업물은 자아가 공적인 영역과 개인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나타냈던 신디 셔먼의 표현력을 떠오르게 한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가 아는 영국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피사체로 한 작업물을 전시했다.

스프루스 마거스의 영예로운 여성 작가들의 입지와 별개로 대다수의 여성 작가들이 정당한 기회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나? 지난 시간 동안 어떤 진전을 보았는가?

확실히 변화가 있다. 주요 갤러리들이 프로그램에서 여성 작가를 빼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기관이나 박물관에서 여성을 배척하지 않는 점이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에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위치를 고려해볼 때 여전히 불균형은 존재한다.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아시아에 도달했다. 홍콩에서의 첫 전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서울에서도 전시가 계획되어 있나?

홍콩 전시는 2015년 베를린과 201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오 드 콜로뉴>의 연장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초창기 우리 갤러리가 가졌던 지향점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 지향점은 여러 번 언급했듯이 여성 예술가들에 대한 우리의 지지와 그들의 커리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시를 통해 역사적인 예술작품과 그것들이 현대에 기여한 바를 보여주고, 젊은 세대에게 롤모델이 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한 번 선보이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백남준과 같은 현대 한국 작가와 한국의 색채 역사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의 여러 갤러리나 협회와 다양한 협업을 할 예정인데 곧 바바라 크루거와 제니 홀저의 전시가 열릴 것이다. 번역/ 문혜준 에디터/ 박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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