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홍콩 민심 폭발…결국 심의 연기

이데일리 2019.06.12 22:48

12일 홍콩 경찰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며 입법회(의회) 건물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최근 100만 여명의 홍콩 시민이 시위를 벌이며 반대한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가 12일 의회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잠정 연기됐다. 홍콩 도심에 지난 2014년 ‘우산혁명’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해서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법안 심사는 일단 연기됐지만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최루탄과 물대포가 발사되는 등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홍콩 정부는 이달 내 해당 법안 처리를 강행할 방침임에 따라 또다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의회인 입법회의 앤드루 렁 의장은 이날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에 이어 61시간의 토론 시간을 갖고 오는 20일 3차 심의와 표결을 진행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이에 범민주파 의원들은 홍콩 정부가 지난 9일 시위를 벌인 100만 여명의 홍콩 시민의 민의를 무시하고 법안 심의를 서두른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홍콩 정부는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2차 심의를 강행하려했지만 이날 시위가 격화 양상을 띠자 일단 심의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홍콩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2차 심의 개시가 연기됐으며 입법회 사무국이 추후 변경된 2차 심의 개시 시간을 의원들에게 통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콩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이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으로 몰려든 시위대의 규모는 전날 밤 수백명에서 시작해 수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시위대는 교사, 사회복지사, 예술가, 기업가, 항공사 승무원 등 각계각층으로 구성됐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상당수가 검은 옷에 하얀 마스크를 쓴 채 홍콩 입법회 인근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금속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위대가 도심 도로를 점거한 것은 2014년 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79일 동안 벌인 대규모 시위인 ‘우산 혁명’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은 5000여 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에 배치, 시위대 통제에 나섰지만 시위대 규모가 불어나면서 통제는 쉽지 않았다. 오후 3시가 넘어서도 시위대가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의 포위를 풀지 않자 홍콩 경찰은 시위대 해산에 나서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물대포를 비롯해 최루탄, 최루액(페퍼 스프레이) 등을 사용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으며 시위대는 돌과 물병 등을 던지며 경찰에 맞섰다. 경찰은 고무탄을 장착한 공기총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은 이번 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할 것이라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한편 홍콩 입법회는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어 홍콩 정부가 법안 추진을 강행할 경우 이를 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 입법회 의석은 총 70석으로 지역구 의석 35석, 직능대표 의석 35석으로 구성된다. 직능대표 의석은 ‘건제파’(建制派)로도 불리는 친중파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으며 지역구 의석도 친중파 18석, 범민주파 16석으로 친중파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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