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4편] 한마음을 희망하지 말라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4편] 한마음을 희망하지 말라

이데일리 2019-06-13 00:15:00 신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추측보다 위험한 것이 희망이다. 많은 기업 리더들은 위기관리를 생각 할 때 두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기업 리더로서 위기 자체를 생각이나 상상하지 않은 경우는 흔치 않으니 일단 무관심을 뺀다면 그 외는 두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잘 되어 있으니 위기라는 것이 발생하지 않겠지.’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한 마음이 되어 잘 관리할 수 있겠지’하는 긍정적 ‘희망’ 스타일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아슬아슬 하다’ ‘위기가 발생되면 다들 대응이 엉망일 텐데…’하는 부정적 ‘추측’의 스타일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환경은 첫번째 긍정적 ‘희망’ 스타일의 리더들이 주로 모인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평소 문제 감지부터, 보고, 공유, 의사결정 전반이 위기관리와는 거리가 먼 형태로 진행된다. 평시는 말할 것도 없이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그간 가졌던 긍정적 희망의 붕괴를 목도하게 된다. 리더들은 급격하게 패닉에 빠지고, 그 때부터 혼돈의 판이 벌어진다.

상대적으로 부정적 추측을 하는 리더들이 있는 조직의 경우 평시 그런 두려움과 불안함을 개선하려는 실질적 노력만 있다면, 차라리 보다 안정적인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스타일에서도 그냥 불안함만 유지하고 있다면 그 앞의 케이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희망만 하고 있다면 문제다. 더구나 그 희망이 실제 현실에 기반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문제는 심각 해진다. 일단 정확하게 자사가 품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위기관리 첫 단추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공통적 경계 대상이 바로 ‘한마음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는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마음’을 먼저 품게 된다. 그것이 인간적 본능이고, 현실이다. 이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모든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먼저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현 상황이 나에게 끼칠 영향을 계산한다. 그 결과 개인 자신에게 심각한 영향이 감지되면 그 때부터는 ‘먼저’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에게 향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절대로 회사의 피해나 회사에게 향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자신의 것보다 먼저 챙기는 사람은 없다.

위기 시에는 그런 개인적 생각과 판단이 수십 수백명에게 단시간에 일어난다. 위로부터는 오너 및 CEO로부터 아래로는 일선 위기관리 실행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그 개인 변수들은 수를 셀 수 없고, 상호간 충돌과 이합집산으로 예측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바로 그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거의 모든 기업에서 대부분의 위기 때 마다 실제로 목격된다. 위기관리 체계나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의 경우에는 그 각자도생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조직이 내 자신을 절대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직원의 판단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실행하는 기업의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 강화 노력은 구성원들의 각자도생 본능을 상당부분 해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위기관리를 소위 말하는 ‘난장판’ ‘카오스’ ‘전쟁터’의 개념이 아니라, ‘관리 가능하고’ ‘규정에 기반하면 관리할 수 있고’ ‘제대로 규정에 따라 위기를 관리하면 문제없는’ 일상 업무의 개념으로 안정화 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일상 업무 위기관리 개념을 조직원들에게 평소 심어주지 못한 경우 발생한다. 희망에만 의지했던 CEO 스스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잊은 채 일희일비 한다. 임원과 팀장들은 의사결정의 갈지자 행보를 따라가며, 심각한 불확실성을 느낀다. 그로 인해 각자 정치적으로 책임질 일은 피하고, CEO의 변화를 겉으로 따라가기 바빠진다. 일선 직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근거 없는 희망은 이런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은 위기 시 절대 한마음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추측을 일부러 해서라도 평소 위기관리 체계와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마음은 커녕 각자도생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조직원들을 추슬러 회사를 위한 위기관리에 나서게 할 수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원 각자가 조직 속에서 해야 하는 일, 업무와 책임의 범위, 그를 위한 프로세스를 제대로 정리하고, 반복 경험하게 해 주라는 이야기다. 그 업무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는 확신을 조직원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희망은 일단 버리고 말이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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