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의 기·꼭·법]암호화폐로 월급을 지급해도 될까?

[민후의 기·꼭·법]암호화폐로 월급을 지급해도 될까?

이데일리 2019-06-15 08:30:44 신고

[법무법인 민후 허준범 변호사]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이달(6월) 말 자체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폐, 법정화폐로 표시한 코인의 가격이 거의 변동하지 않고 안정된 암호화폐)인 글로벌 코인(GlobalCoin)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미국 경제 전문 방송채널 CNBC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페이스북 직원들은 암호화폐로 임금을 지급받을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구인구직 사이트 휴먼스넷이 1,1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프리랜서의 30%가 암호화폐를 급여로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를 국내에 적용 및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국내에서도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임금 중 일부를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특히, IT 스타트업 기업에서 이러한 추세가 두드러진다.

◇근로기준법, ‘법정통화’로만 급여 지급토록 규정

그렇다면, 대한민국 법률상 국내 기업도 근로자에게 암호화폐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을까? 만약 근로자가 회사 측에 임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하여 줄 것을 사전에 신청하거나, 회사의 암호화폐 지급 방침에 동의한 경우는 어떨까?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로자에게 암호화폐로 임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현행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설령 근로자가 위와 같이 암호화폐로 임금을 지급하는데 동의한다 하여도, 근로자의 동의만으로 암호화폐를 통한 임급지급이 적법한 것으로 되지는 않는다.

법령 및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통화(通貨) ‘로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이른바 ’통화지급의 원칙‘이라 하기도 하고 약칭 ’통화불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규정에서 ‘통화(通貨)’란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강제통용력이 있는 화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쉽게 풀어쓰면,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암호화폐를 ‘통화(通貨)’의 일종으로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한 명시적인 법원의 판단은 아직 내려진 바 없다. 다만 최근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에서 법원은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본 바 있다.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고, 따라서 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비트코인은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위 판결에서 암호화폐 내지는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였다고 해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곤란하다. ‘상품권’따위에 재산적 가치가 있다 하여,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수의 행정 해석은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근로자에게 불리한 현물 급여의 금지 내지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통화지급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암호화폐를 통한 임금 지급은 상품권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경우와 유사하게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가 이에 동의한다 하여도 통화지급 원칙을 위반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상 벌칙조항의 적용을 받아 3년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IT 스타트업, 법률전문가 도움 받아야

따라서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급여 체계를 구축할 때,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최근 IT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임금 일부를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현상도 근로기준법상 통화지급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마냥 적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관계법령상으로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급여 체계를 설계할 경우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이다.

법무법인 민후 허준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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