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증시]거래단위 `1주` 도입 5년…자금 크고 빠르게 돌아

[거꾸로읽는증시]거래단위 `1주` 도입 5년…자금 크고 빠르게 돌아

이데일리 2019-06-15 14:00:00 신고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삼성전자(005930)는 1987년 마지막 날 장(12월28일)에서 3만236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이 회사 주식을 사려면 최소 32만3600원이 필요했다. 액면가 5000원 이상 종목은 최소 거래 단위가 10주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식이 여기에 해당했다. 삼성전자는 나은 편이었다. 액면가 5000원 미만 종목은 최소 100주씩 사고팔아야 했다. 상당수 기업이 신주를 액면가 500원에 발행하던 때였다. 예컨대 1987년 5월까지 현대건설이 발행한 주식은 액면가가 500원이었다. 그해 현대건설 주식을 연중 최고가(1만8200원)로 사려면 최소 182만원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한국 자본시장은 애초 주식을 1주씩 거래하는 단주(單株) 매매가 안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53년 3월 대한증권거래소(거래소 전신)가 발족할 당시 최소 거래 단위는 50주였다. 이후 매매단위는 1962년 3월 10주로 줄었다가, 1963년 5월 다시 50주로 되돌아왔다. 1977년에는 1부 주식은 100주씩, 2부 주식은 50주씩 사고팔아야 했다.

그러다 1984년 상법이 바뀌면서 액면가 단위로 거래 규모가 조정됐다. 그해 9월부터는 액면가 5000원 이상은 10주씩, 액면가 5000원 미만은 100주씩 거래하는 제한이 생겼다. 이 조항 탓에 앞서 1987년 삼성전자 주식과 현대건설 주식은 최소 10주와 100주를 각각 거래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1988년 1월부터 모든 종목은 액면가에 관련이 없이 최소 10주씩 거래하기로 단위가 변경됐다.


암만 봐도 불공정했다. 투자자는 거래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밖에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되레 주식 거래량이 떨어지면서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주식 거래 단위제는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었다. 매매 과열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다. 정부가 자본시장을 시장에 맡기기보다 통제하려는 시기에나 가능했던 얘기다. 되레 주식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자본시장 대중화 걸림돌이었다.

2000년대 들어 변화 조짐이 일었다. 거래소는 비싼 주식부터 빗장을 풀었다. 2004년 ‘고가주 매매수량 단위 축소안’이 나왔다. 이로써 12월20일 거래분부터 종가 기준으로 10만원이 넘는 주식은 1주씩 매매할 수 있었다. 국내 자본시장역사상 1주 매매가 가능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예컨대 그해 12월17일 삼성전자 주주가 되려면 최소한 444만원이 필요했다. 종가 44만4000원짜리 주식을 꼭 10주 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20일부터는 44만5000원(당일 종가)이면 주주가 되는 길이 열렸다.

여전히 미흡했다. 종가 10만원 미만 주식은 최소 10주씩 거래해야 한다는 조건이 남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2006년 6월 단위를 다시 낮췄다. 10주씩 거래해야 하는 종목의 종가 기준을 5만원으로 내렸다. 그러다 지금처럼 모든 주식의 최소 매매 단위가 1주로 바뀐 것은 2014년 6월부터다.

거래 단위를 낮췄더니 돈이 전보다 크고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주 매매를 시작하기 직전 1년(2013년 6월~2014년 5월) 코스피 1일 평균 거래량은 2억6640만주, 거래대금은 3조8163억원이다. 2014년 6월 1주씩 거래가 시작한 이후 1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하루 거래량 평균은 최소 3억7000만주에서 최대 4조5000만주다. 거래대금도 최소 4조6000억원에서 최고 6조4400억원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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