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은 애초 주식을 1주씩 거래하는 단주(單株) 매매가 안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53년 3월 대한증권거래소(거래소 전신)가 발족할 당시 최소 거래 단위는 50주였다. 이후 매매단위는 1962년 3월 10주로 줄었다가, 1963년 5월 다시 50주로 되돌아왔다. 1977년에는 1부 주식은 100주씩, 2부 주식은 50주씩 사고팔아야 했다.
그러다 1984년 상법이 바뀌면서 액면가 단위로 거래 규모가 조정됐다. 그해 9월부터는 액면가 5000원 이상은 10주씩, 액면가 5000원 미만은 100주씩 거래하는 제한이 생겼다. 이 조항 탓에 앞서 1987년 삼성전자 주식과 현대건설 주식은 최소 10주와 100주를 각각 거래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1988년 1월부터 모든 종목은 액면가에 관련이 없이 최소 10주씩 거래하기로 단위가 변경됐다.
2000년대 들어 변화 조짐이 일었다. 거래소는 비싼 주식부터 빗장을 풀었다. 2004년 ‘고가주 매매수량 단위 축소안’이 나왔다. 이로써 12월20일 거래분부터 종가 기준으로 10만원이 넘는 주식은 1주씩 매매할 수 있었다. 국내 자본시장역사상 1주 매매가 가능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예컨대 그해 12월17일 삼성전자 주주가 되려면 최소한 444만원이 필요했다. 종가 44만4000원짜리 주식을 꼭 10주 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20일부터는 44만5000원(당일 종가)이면 주주가 되는 길이 열렸다.
여전히 미흡했다. 종가 10만원 미만 주식은 최소 10주씩 거래해야 한다는 조건이 남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2006년 6월 단위를 다시 낮췄다. 10주씩 거래해야 하는 종목의 종가 기준을 5만원으로 내렸다. 그러다 지금처럼 모든 주식의 최소 매매 단위가 1주로 바뀐 것은 2014년 6월부터다.
거래 단위를 낮췄더니 돈이 전보다 크고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주 매매를 시작하기 직전 1년(2013년 6월~2014년 5월) 코스피 1일 평균 거래량은 2억6640만주, 거래대금은 3조8163억원이다. 2014년 6월 1주씩 거래가 시작한 이후 1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하루 거래량 평균은 최소 3억7000만주에서 최대 4조5000만주다. 거래대금도 최소 4조6000억원에서 최고 6조4400억원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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