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법안 보류에도…대규모 집회는 이어진다

홍콩, 송환법 법안 보류에도…대규모 집회는 이어진다

이데일리 2019-06-15 19:43:41 신고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입법을 막기 위해 14일(현지시간) 홍콩 학생들이 홍콩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AFP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홍콩 정부가 결국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의 허점을 메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안 철회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라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15일 오후 3시(이하 현지 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며 “지난 이틀간 검토 결과 법안 추진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법안의 허점을 막기 위해 현단계에선 개정안을 완전히 철회할 수 없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로는 이 법안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시위대를 향해 “책임있는 정부로서 우리는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홍콩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시민단체와 야당은 일단 법안 추진 중단을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완전히 법안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16일 예정된 ‘검은 대행진’ 시위를 통해 범죄인 인도 법안 완전 철회를 요구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할 계획이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인권전선(CHRF)의 지미 샴 의장은 람 장관의 법안 추진 중단 발표 몇시간 전 언론에 “람이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다”며 16일 예정된 행진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 단체 등이 추진 중인 17일 총파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노조측은 “일시 중단은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시 전체의 파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이 중국 본토로 송환될 수 있을 뿐더러, 홍콩의 독립적 사법권이 깨질 수 있다며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9일 103만명(주최측 추산)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와 법안 처리에 대해 반대했다. 이어 시민들은 2차 심리가 예고된 12일엔 홍콩 입법회(국회) 주변에서 법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를 봉쇄한 시위대를 향해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에 72명의 시민들이 다쳤고 이 중 2명은 중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14일 오후에도 집회는 이어졌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한 어머니가 기타를 들고 무대에 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 어머니는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라며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 등을 본 홍콩인들은 이 노래에 대해 잘 알 것”이라며 노래의 전반부를 광둥어, 후반부는 한국어로 불렀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의 핵심은 ‘범죄인 인도 법안의 통과 여부’가 아니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지키기 위한 대응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홍콩을 ‘중국화’하려는 중국 중앙 정부의 시도는 번번이 이뤄졌고, 이는 홍콩 시민들과 국제사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2003년에는 홍콩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역이나 외국 정치단체의 홍콩 내 정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고 이에 홍콩 시민 50만명이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며 법안을 철회시켰다.

이어 2012년엔 중화 사상 교육을 의무화하려던 정책도 12만명의 홍콩 시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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