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당대 최고의 칼잡이로 불리는 강골검사다. 이전 보수정부에서 좌천성 인사를 겪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사장 승진과 더불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2년 만에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차기 검찰수장에 낙점됐다. 이는 검찰개혁과 적폐청산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난 인사다. 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문제가 본 궤도에 오를 지 주목된다.
내년 총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환영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은 ‘전형적인 코드인사’라며 반발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고 혹평했다. 야당은 특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에 대해 혹독한 현미경 검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기수파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후보자는 문무일 현 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사법연수원 23기다. 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검찰 관례에 따라 연수원 19기에서 윤 후보자와 동기인 23기까지 고검장·검사장 30여명의 줄사퇴가 불가피하다. 자연스럽게 검찰 고위직을 대폭 물갈이하는 후속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검찰 내부에 적지 않은 동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윤 후보자 발탁에 ‘올 것이 왔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각종 대기업 관련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오너 리스크’를 제거해 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검찰수사의 목표”라며 “삼성을 수사할 때도 수사하면 주가 가 올라가고 기업이 잘됐지, 기업 수사해서 망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한 관계자는 “아마도 많은 기업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인물이 검찰총장에 지명된 것 아닐까 싶다”고 당혹스러운 재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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