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30대 그룹 총수 및 경영인과 경제단체장 등 경제인 34명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1월 기업인 초청 간담회가 손님을 맞는 영빈관에서 이뤄진 것과 달리 이날 기업인들은 충무실 회의 테이블에 마주앉아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충무실은 문 대통령이 격주에 한번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곳이다.
기업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이날 자리에서는 기업인들의 이야기가 쏟아지면서 점심시간도 뛰어넘으며 당초 예정됐던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기업인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진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의 진행이 눈길을 끌었다. 김 실장은 최대한 많은 기업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 시작 전부터 발언 시간제한을 공지했다. 김 실장은 “3분 이내로 발언, 2분이 지나면 사인을 드리겠다”며 ‘1분’이라고 적힌 종이 팻말을 직접 들어 보이기도 했다. 또 기업들의 발언 순서를 직접 정해 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 역시 “오늘은 여러분들의 말씀을 듣는 그런 자리이기 때문에 제 인사말은 가급적 짧게 하겠다”며 경제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발언은 이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삼성, SK, LG와 금호, 코오롱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순서 없이 자유롭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인들은 주요 부품 및 소재에 대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행정적 지원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7월과 올 1월 두 차례 걸쳐 기업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됐던 첫 기업인 간담회는 상춘재 앞에서 ‘호프 미팅’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영빈관에서 진행된 두번째 간담회 뒤에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문 대통령과 함께 경내를 산책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이날 간담회가 이같이 철저히 실무 회의 형식으로 진행된 것은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청와대가 사전 예방에 실패한 뒤 뒤늦게 기업인들을 지나치게 자주 불러모은다는 일각의 비판적 시각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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