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니하오! 너를 만나게 돼서 정말 기뻐③

[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니하오! 너를 만나게 돼서 정말 기뻐③

스포츠경향 2019-07-11 16:40:00 신고

속상한 마음이 풀린 듯해서 나는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한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이 없을 때, 너 스스로 한국어로 말하면 다른 사람이 도와줄 거야. 그리고 네가 한국어를 잘 하면 중국친구들이 너를 부러워할 거야.”

하미는 내말을 듣고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생각에 잠기었다.

그날 이후 하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안 하려던 아이가 저녁시간에 “나, 이거 안 먹고 싶어”라고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했고, 또래 친구들에게 서툰 한국어로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어로 조금씩 말을 시작하자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1:1로 한국어 대화 시간을 가졌고, 하미는 조금씩 자신감이 붙으면서 한국어 공부에 대한 의지도 생기는 듯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모두가 걱정하던 학교 입학시험에 무사히 통과해 학년에 맞춰 입학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학교생활에 대해 걱정했지만 센터 아이들과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조금씩 한국 학교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하미가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고, 하미를 비롯한 센터아이들과 이별의 시간을 준비했다. 센터 첫날은 하루가 무척 길었는데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마지막 달에는 시간이 너무도 빨리 흘러갔다. 마지막 날, 나는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 또 와야 해요” “나, 너무 슬퍼요” “보고 싶을 것 같아요” 등등의 말을 전해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따뜻해졌다. 다만 하미는 동생들과 멀찍이 떨어져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동생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 나에게 다가와 작게 말했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숙제 있으면 전화할 거예요. 고마워요, 또 만나.”

언제나 중국어로만 말하던 하미가 나를 위해 서툰 한국어로 작별인사를 했다. 하미의 한국어 작별인사가 너무 대견스러워 “하미야, 잘했어. 한국어 이제 잘하네”라고 하자 하미는 부끄러운 듯이 “저녁 먹으러 간다”고 하며 후다닥 교실을 나갔다.

하미와의 작별을 마지막으로 길면서도 짧았던 6개월 동안의 보조교사 생활이 끝났다. 내가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것보다 아이들이 나에게 준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만날 때보다 한 뼘씩 성장한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프기도 했으나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경험은 나에게 특별하면서도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내 마음속에 한아름 꽃을 안겨준 아이들의 기억속에 청년재단 보조 선생님의 존재는 언젠가 잊히겠지만, 아이들이 꽃 같은 미래에는 덜 아프고 행복한 꽃길에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백민경(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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