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돋보기]새로운 미국 스포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메건 래피노, 뉴욕까지 점령하다

[해외축구 돋보기]새로운 미국 스포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메건 래피노, 뉴욕까지 점령하다

스포츠경향 2019-07-11 20:33:00 신고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메건 래피노를 보면 인간의 품격이나 용기, 유머, 당당함 같은 가치들은 성적 성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여자월드컵에서 골든볼과 골든부트를 휩쓸었던 래피노가 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환영 퍼레이드 행사에서도 특유의 스웨그와 인상적인 연설로 다시 한 번 인기를 독차지했다.

래피노는 미국 여성들의 롤모델로 급부상하고 있고, 심지어 2020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을 경우 42%-41%로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환영 인파 속에는 ‘래피노는 우리의 여왕’이라는 팻말을 든 소녀도 있었다. 스포츠 스타를 넘어 새로운 여성상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날 퍼레이드 행사 중 래피노의 스웨그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 있었다. 한 손에는 트로피를, 한 손에는 샴페인을 든 래피노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이럴 자격이 있어.” 자신들이 이뤄낸 업적을 스스로 칭찬하는 래피노의 모습에 대해 허프포트스는 “모든 주문을 끝내는 주문”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환영행사가 그렇듯이 이날 행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연설을 했지만 뉴욕 시청 앞 광장을 메운 팬들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래피노였다.

“우리는 으스스해. 핑크 머리도 있고, 보라색 머리도 있지. 문신도 있고, 레게머리도 있어. 백인도 있고, 흑인도 있지. 우리 팀엔 모든 게 있어. 보통 여자도 있고, 게이도 있지.” 대표팀 내 다양성을 유머있게 소개한 것이다.

래피노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말하고 표현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래피노는 축구 이야기만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하고, 덜 미워해야 한다. 더 많이 듣고, 덜 말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나는 우리 대표팀이 그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스포츠 선수다. 그렇다. 우리는 축구를 한다. 그렇다. 우리는 여자 선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의 존재다. 여러분도 그 이상의 존재다.”

래피노의 연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바로 화제가 됐다. “대통령 래피노가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진짜 리더의 연설이었다” 등등의 평가가 나왔다. 래피노를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정의에 대한 인식, 정치에 대한 이해, 대중을 설득시키는 언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게 닮았다는 것이다.

물론 래피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래피노의 성적, 정치적 성향 때문에 반감도 많이 산다. 이날 퍼레이드를 앞두고 지하철 역에서 래피노의 포스터가 동성애 혐오글로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 참, 래피노의 연설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다. “뉴욕시, 너는 정말( mother f~) 최고야.”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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