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고단한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 "시 한편 맛보고 가세요" 

[지대폼장] 고단한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 "시 한편 맛보고 가세요" 

독서신문 2019-07-12 10:01:03 신고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참으려 해도 안 할 수 없고/억지로는 못 하는 것//사랑도 예술도 불면도/갈비뼈 금 가는 재채기여라 - 재채기 - <45쪽> 

당신이 그러워할 때마다/내 마음은 닳아요//어긋난 길 끝에서/백묵처럼 사라지면//하고많은 속말들/어떻게 다 지우려고요 - 뒷모습 - <58쪽> 

마저 말하려는데/왜 목메는지//목메는데 왜/말은 역류하는지//말을 물고/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밤//밤이 바람을 뱉는다/구름이 반달을 뱉는다//반달이 절반만 말한다/해에게 빌린 말//빚 없는 말은/달 뒤편에 있다 - 말의 뒤편 - <68쪽> 

겨울 저녁, 팥소도 동결되었다/간지러운 뒤꿈치를 땅바닥에 찧으며/너는 동상凍上으로 서 있었다//주물이 열리면 붕어빵이 태어났다/단팥 3개 1000/슈크림 2개 1000//배고파서 그러는데요/단팥으로 네 개 주면 안 돼요?/너는 말했던가 말할 뻔했던가//꼬리를 잡고 너는 머리부터 먹었다/그래야 생각이 사라지니까/사라진 쪽으로 검은 말들이 삐져나왔다//태생은 같았다/유전遺傳에는 양면이 있었다/욕구를 채우면 욕망도 채우고 싶었다//두 마리를 머리부터 먹고 나자/남은 붕어는 꼬리부터 먹었다/허기가 사라지자 생각만 남았다//너는 눈을 피했다/검은 집들이 닫히고 열리는 동안/너는 집을 떠났다 - 붕어빵 - <98~99쪽> 


『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
윤병무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131쪽│9,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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