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자는 밤, 엄마가 방문을 열고 말한다. “얘들아, 우린 약속이 있잖아?” 가족들은 짐을 싸고 어디론가 떠난다. 깊이 잠든 동네를 살금살금 지나 마른 풀 냄새가 코를 확 찌르는 시골길로, 비에 젖은 이끼 냄새에 나무껍질 냄새가 섞여 나는 숲속으로, 그리고 달이 목욕하고 있는 호수로…. “우리 약속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시간은 다 됐어.” 가족은 쉬지 않고 바위산을 오른다. 그리고 비로소 소리 없이 하루가 시작되는 눈부신 약속의 장소에 도착한다. 꿈결 같은 밤의 풍경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법처럼 바뀌는 모습이 담겨있다. 랑데르노 문학상 어린이 부문 수상작.
■ 어떤 약속
마리 도를레앙 글·그림│이경혜 옮김 │재능교육 펴냄│40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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