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가 하수종말처리장을 지하 6m 아래에 설치하고 그 위에 조성한 화산체육공원에 만든 파3 골프장 전경(왼쪽). 화산체육공원 내 골프연습장 전경(오른쪽).수원시시설관리공단 제공 대전시의 오랜 숙원 사업인 원촌동 하수처리장이 전혀 새로운 현대화시설로 탈바꿈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시는 하수처리장 이전 및 현대화가 완료되면 지역 생활하수의 안정적 처리와 함께 고질병이었던 악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부터 국내·외 하수처리장 운영사례를 벤치마킹했다.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히던 하수처리장은 최근 친환경 시설로 건설돼 ‘냄새나는 시설’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오히려 지상에 각종 편의시설이 마련돼 사람과 돈이 모이는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용인 수지레스피아 조감도. 용인시 제공 현재 하수처리장 현대화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진화했다. 1992년 건설된 경기도 안양 박달하수처리장의 경우 가동 중인 대규모 노후 하수처리장을 전면 지하화한 드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시설은 안양·군포·의왕 등 3개 시에서 배출되는 하루 약 25만 톤의 생활하수를 처리했는데 극심한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안양시 등은 3297억 원을 들여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해 악취 문제를 해결했다. 지상엔 18만㎡ 규모의 웰빙공간인 새물공원이 조성됐고 여기엔 축구장, 테니스장, 족구장, 농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이 들어섰다. 지난 5월엔 기존 하수처리장의 굴뚝을 리모델링해 거대한 예술작품을 연상케 하는 높이 30m 하수처리장 배출구를 인공암벽장으로 새롭게 꾸몄다. 안양시는 악취 민원을 빚는 석수하수종말처리장에 대해서도 주민친화적 환경시설로 개선하는 용역을 진행 중이다.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하수처리장인 용인 ‘수지레스피아’는 연면적 8만 4492㎡, 건축면적 1만 2313㎡로 하루 15만 톤의 하수를 처리하지만 모든 시설을 지하에 설치해 ‘님비(NIMBY)’ 문제를 해결한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악취를 밖으로 배출하는 100m 높이 굴뚝을 조망 타워로 꾸몄으며 타워에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는 죽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났다. 지상에 조성된 체육공원은 축구장과 육상트랙, 농구장, 테니스장, 족구장, 게이트볼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이 설치돼 이제는 연간 150만 명이 찾는 문화·체육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죽전 2동 주민센터와 복합문화예술 공간인 용인포은아트홀도 이곳에 자리했으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들어섰다.
안양 박달하수처리장 조감도. 안양시 제공
화성시 송산동에 있는 수원하수종말처리장 역시 지하에 조성됐다. 하루 52만 톤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 시설은 지하 6m 아래에 있으며 지상에는 파3 골프장과 골프연습장, 생태공원, 다목적운동장과 테니스장, 농구장 등 체육공원이 조성됐다. 그럼에도 악취 등 냄새가 발생하지 않아 운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수원시는 골프장 등 운영을 통해 연간 25억 원가량의 수익도 올린다. 하수처리장과 함께 조성된 체육시설로 수익을 올리면서 혐오시설에서 효자시설로 변신한 사례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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