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애티튜드 챙기셨나요?

잠깐, 애티튜드 챙기셨나요?

맨즈헬스코리아 2019-07-15 08:00:37 신고

전 세계의 ‘매너’를 대부분 경험해본 국제회의 한영 통역사 언니가 말하는 ‘애티튜드’란? 그녀는 언어보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녀가 만났던 진짜 멋진 여자들을 따라가보자.

진한 자주색 바탕에 꽃무늬 자수가 어른어른한 개량 치파오 블라우스, 그 위에 새파란 라피스라줄리 비드 목걸이를 늘어뜨린 40~50대 여성. 옆자리에 앉은 내게 “If you do not mind(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고 근사한 영국식 억양으로 말을 걸더니 이내 우아한 손동작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문장을 완전히 끝낼 필요도 없다. 가까운 자리에 앉은 이를 배려하는, 아마도 말레이시아 화교일 것 같은 이 여성의 모습은 멀리 보이는 모스크 사원의 황금빛 돔과 어우러져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9년 전,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어딘가의 카페 테라스에서 마주한 일이다.

사실 이 장면에는 오토바이 연기 자욱한 매캐한 공기, 숨막힐 듯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내겐 그저 산뜻한 우아함으로 각인되어 있다. 우리도 존중과 배려의 애티튜드Attitude를 장소에 맞춰 귀고리를 고르듯 세련된 액세서리로 장착하면 좋을 것이다.

젯셋족이 아니더라도, 크루즈 컬렉션 신상을 걸치지 않더라도 당신의 여름휴가는 멋져야 마땅하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당신의 여름휴가를 한층 더 세련되고 근사하게 만들어줄 애티튜드를 소개한다. 거만하지 않고 비굴하지도 않은 중용(中庸)의 덕이 있는 애티튜드란 딱 기분 좋을 만큼만 빳빳한 호텔 침구처럼 산뜻한 것. 시간과 공을 들여 다듬어 놓을 가치가 있다.

전직 아나운서 A는 ‘여행이라면, 자유로워지는 게 최고의 애티튜드’라고 말한다. 얼마 전 발리로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온 그녀는 휴양지 기분을 한껏 낸 자신의 화려한 옷차림에 대해,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 때문에 모처럼의 휴가 기분을 망쳤다고 털어놓는다.

“여행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남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아야죠. 선물처럼 떠나온 여행지에서 복장검사를 당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저 여자 왜 저래?”

혹시나 피부가 탈까 걱정되었는지 챙 넓은 모자, 선글라스, 긴팔 래시가드를 걸친 해녀 복장의 한국인 여성이 수영장에서 형광 꽃무늬 수영복 차림의 내게 던진 말이 그만 귀에 들려온 것이었다. 태양이 작열하는 태국 크라비 어느 리조트였다.

개인적으로 여름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색깔에 맞는 복장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차림새는 개인 취향대로임을 잊지 말자. 남의 옷차림을 평가하고 있기에는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도 짧다.

동료 국제회의 통역사 B는 외국인, 특히 서양 사람 앞에서 지나치게 작아지는 모습을 최악의 애티튜드로 꼽았다. “원어민이 아니니 영어가 서툰 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굳이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을까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이고, 온몸으로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죄송해요…’ 하는 태도. 일 년 중 가장 뜨겁고 빛나야 할 시간에 그럴 필요 없다, 그저 당당해지자.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아시아인, 아프리카인들에게는 고압적인 자세였던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런 나라에는 돈 쓰는 맛에 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돈 잘 쓰는 사람 못 봤다. 타인을 존중하고, 나 자신을 존중하는 시간으로 여름휴가를 채우자. 원활한 소통의 애티튜드란, 토익이나 오픽 점수보다는 존중의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모처럼 일상에서 탈출한 소중한 시간, TPO에 걸맞은 멋내기로 ‘인생샷’을 남기는 것도 좋다. 태국인 여성 정신과 전문의 C는 “해변에서나 입을 법한 비치 드레스, 심지어 수영복 커버업 차림새로 고층 빌딩 사이를 활보하는 여행객은 유독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이 많은 것 같다”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퇴근 후 지인들과 루프톱 바를 찾아 가벼운 파티를 즐기는 방콕을 ‘나의 도시(my city)’라 부르는 그녀로서는 한숨이 나올 만도 하다. 이와 비슷하게 호텔 곳곳을 수영복 위에 객실 내 비치된 가운을 걸치고 당당하게 활보하는 이들을 보면 나는 ‘제발 한국인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호텔 수영장 이용이 살짝 귀찮아지더라도 멋진 애티튜드를 위해서 말이다. 탈의실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어느 나라 사람들은 객실의 전기포트로 양말을 삶는다. 샴페인잔고 하는 괴담을 농담 소재로 삼기보다는 우리 자신부터 돌아보자.

나 또한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올해 여름 휴가지는 어디로 할까 즐겁게 고뇌하고 있다. 헬싱키의 올드 마켓 광장을 산책하며 선선한 북유럽의 여름 공기를 느껴도 좋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뜨거운 밤, 거리의 타악기 퍼포먼스를 감상하며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도 멋질 것이다.

골목골목 르네상스가 숨쉬는 피렌체의 젤라토를 맛보는 것도 괜찮다. 한없이 요염한 홍콩의 야경 감상은 또 어떨까? 치열한 당신의 일상에 예쁜 삽화 몇 개 더 넣어주는 계절, 기분 좋은 애티튜드로 세련된 여행 추억을 만들어보자. 어떤 풍경 속에서도 당신은 반짝반짝 빛날 테니


바로 이런 매너!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이것만큼은 한 번 읽어보고 갔으면 하는 애티튜드 팁을 소개한다.

 

1 드레스코드 엄수!

현지 레스토랑에서 다이닝을 즐길 예정이라면 레스토랑에 드레스코드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요구하는 레스토랑의 경우 편안하지만 격식을 갖춘 무릎 길이 정도의 스커트나 원피스를 챙기면 된다.

‘캐주얼 엘리건트’라 명시한다면 청바지 차림은 당연히 금물. 블랙, 네이비, 그레이 색상 계열의 옷차림이 무난하며 비즈니스 캐주얼에 비해 좀더 화려한 주얼리와 메이크업을 해도 좋다.

‘포멀 드레스코드’를 적용하는 곳에서는 칵테일 드레스나 이브닝드레스를 착용한다. 굳이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사찰이나 모스크 사원 등을 방문할 때는 긴소매 옷을 준비해 종교와 문화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도록 하자.

2 다이닝 매너 숙지

예쁘게 옷을 갖춰 입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다이닝 매너다. 포크 여럿, 스푼 여럿 놓인 상차림에서 무엇을 먼저 사용해야 할지,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그리고 샴페인 잔은 어떻게 생겼는지 미리 알아두고 간다. 이왕 즐기는 미식이라면 제대로 맛보는 게 옳다.

3 근사한 로컬 브랜드가 빛난다

면세점만 서성이는 건 지루하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현지 브랜드에서 개성있는 쇼핑을 즐기자. 이미 유명한 태국의 짐 톰슨Jim Thompson에서 놀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실크 프린트 스카프를 하나 장만해보면 어떨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고급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브리티시 인디아British India에서도 고급 면 소재의 이국적인 로브나 소품을 살 수 있다. 아시아권 브랜드라고 꼭 ‘싼맛에 쟁이는’ 물건만 있는 게 아니다. 취향을 높이면 더욱 고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4 What’s the magic word? (마법의 단어가 뭐지?)

영어권에서 자녀가 말을 시작할 무렵 많이 쓰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해주세요, 해야지?’와 비슷하다. 아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 끝에 꼭 Please(해주세요)를 붙이도록 가르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Pardon, Excuse Me, Sorry, Thank You, No Thank You 등 가볍지만 예의 바른 표현을 중시하는 문화이니 잊지 말고 감사와 미안함을 표현하도록 한다


국제회의 한영 통역사 박소운

말과 글과 여행을 사랑하는 국제회의 한영 통역사.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외교부, 다국적 기업 및 국내 대기업 등의 통번역 업무를 해왔다. 현재 <경향신문>에 칼럼 ‘통역으로 통하는 세상’을 격주로 연재하고 있다. 산뜻한 소통이란 경청과 존중의 자세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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