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장수가 행복?… 이제는 '장수 지옥'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 

[지대폼장] 장수가 행복?… 이제는 '장수 지옥'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 

독서신문 2019-07-15 09:05:45 신고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장수가 행복이었던 시대는 어느새 저물고 장수가 두려운 시대가 됐다. 물론 병마와 싸우며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한 분들이 들으면 화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비판을 받는다 해도 나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나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중략) 처음에는 '오래 사는게 두렵다'는 주제로 취재를 했다. 그러다 취재하는 동안 일본에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고령자'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장수 지옥'이다.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원인이 무엇일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까? <5~7쪽>

2007년 12월, 요개호4(일본은 개호보험법에 따라 간병이 필요한 사람을 5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한다)로 인정된 치매 남성(당시 91세)이 가족(당시 85세)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집을 나가 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철도회사인 JR토카이가 유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세간에 주목을 끌었다. 결과적으로는 '유족에 책임 없음'으로 판결났지만 초고령사회로 돌입한 일본에서 치매환자를 둔 가족이 사회문제로 크게 대두된 사고였다. 아무래도 오래 살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생명은 당연히 소중하지만 오래 사는게 과연 행복일까?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은 고민이 깊다. <25~26쪽> 

일본에서는 위루관 수술이 표준적인 조치로 인식되지만 서구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잘 하지 않는 수술이다. 2015년 네덜란드로 고령자 주택 등을 시찰하러 갔을 때 그곳에는 '연명치료'라는 개념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략) 일본인은 예전부터 죽음을 두려워하며 터부시해왔고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꺼려하며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부모가 위독하면 '살려주세요'라고 의사에게 애원한다. 연명치료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가족으로서의 감정만 주장한다. 그리고 살리는 일이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위루관 수술이 만연한 배경에는 의사나 병원에도 문제가 있지만 가족들의 바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좀 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가족이 무지하기 때문이다. 연명치료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극이다. <51~52쪽>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장수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오늘날, '과연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일까'라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중략) 오늘날 일본에서는 안타깝게도 '안락사'라는 단어에만 주목하고 본연의 의미를 깨닫지 ㅁ못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안락사와 존엄사의 차이를 설명하겠다. 
● 안락사 -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토잉 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 존엄사 - 존엄사란 과도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목숨을 끊는 행위. 


『장수지옥』
마쓰바라 준코 지음 | 신찬 옮김 | 동아엠앤비 펴냄│212쪽│13,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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