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 만루에 유격수 땅볼이 실책으로 이어졌다. 시프트 때문에 수비 위치가 정상과 다른 게 문제였다. 3루주자는 물론 2루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문제는 이 2점이 모두 ‘자책점’이 됐다는 것이다.
류현진이 15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불펜 난조로 승리 추가에 실패했다. 4-2로 앞선 8회 마운드를 넘겼지만 페드로 바에즈가 홈런 2방을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경기는 연장 12회 끝에 다저스가 7-4로 이겼다.
류현진의 실점은 1회 나왔다. 제대로 맞은 안타는 선두타자 무키 베츠에게 맞은 게 전부지만 평범한 땅볼 타구 여럿이 옮겨놓은 수비 시프트 옆으로 굴러 안타가 되면서 2사 만루가 됐다. 류현진은 ‘득점권 최강’의 투수답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벌어졌다. 좌타자 앤드류 베닌텐디에 맞춰 내야수들이 우익수 쪽으로 치우쳐 수비했다. 유격수 위치로 구른 타구를 2루 베이스 쪽에 치우쳐 있던 크리스 테일러가 따라가 백핸드로 잡은 뒤 1루에 송구했다. 타이밍상 아웃이었지만 원바운드가 되면서 1루수 데이비드 프리스가 이를 뒤로 흘렸다. 그 사이 3루주자 베츠는 물론 2루주자 잰더 보가츠도 홈에서 슬라이딩 세이프가 됐다.
메이저리그 기록원은 2점 모두를 모두 류현진의 자책점으로 기록했다. 류현진은 7이닝 2자책이 됐고 시즌 평균자책이 1.78로 조금 올랐다. 자책이 아니라면 류현진의 평균자책이 1.63으로 낮아질 수 있었다.
2사 만루, 타이밍상 아웃이었던 수비가 실책이 되고, 실책에 의해 2루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이닝 종료가 가능했던 상황이므로 2점 모두 자책이 아니어야 한다. 하지만 ‘자책점’을 둘러싼 판단은 때로 무척 복잡하다. 메이저리그는 베닌텐디의 타구를 ‘내야 안타’로 기록했다.
중계를 지켜 본 KBO 한인희 기록원은 “시프트 때문에 2자책으로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베닌텐디의 타구는 정상 수비였으면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었다. 2루수가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왔다면 1루에 던지지 않아도 유격수 토스만으로 아웃이다. 하지만 시프트 때문에 유격수가 2루 베이스 쪽에 붙어 있었고, 테일러의 수비는 마치 3유간 깊숙한 타구처럼 처리됐다. 한 기록원은 “이 경우 시프트 때문에 내야 안타를 줄 수 있다. KBO리그에서 3유간 깊숙한 타구를 유격수가 따라가 백핸드로 잡아 던지는 호수비를 했다고 치자. 타이밍상 아웃이었다 하더라도 원바운드 된 공을 놓쳐서 주자가 살면, 이 호수비에 실책을 주기 어렵다. 내야 안타를 주는 게 맞다”면서 “테일러의 수비를 기록원이 ‘호수비’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루주자의 홈 세이프를 자책으로 준 것도 같은 이유다. 베닌텐디의 타구가 내야 안타로 기록됐기 때문에 2루주자가 홈에 들어온 실책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1점을 준 뒤 여전히 2사 만루가 된다. 실제 상황에서는 류현진이 2사 1·2루에서 마이클 채비스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2사 만루에서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를 땅볼 처리했다. ‘가정’에 따르면 2루주자였던 보가츠는 채비스의 안타 때 홈을 밟은 셈이 된다. 이 과정 때문에 류현진의 자책점이 2개로 늘었다. 한 기록원은 “2자책의 근거는 해당 경기 기록원이 테일러의 수비를 ‘호수비’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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