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무협의 만남, <아비무쌍>

육아와 무협의 만남, <아비무쌍>

웹툰가이드 2019-07-15 14:51:42 신고

무협. 그 이름만 들어도 뒤로 가기를 누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느 샌가 무협은 소외받는 장르로 분류됐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라고 반박하는 이도 있겠지만, 웹툰뿐 아니라 영화, 소설 등의 인기차트를 뒤져보면 무협이란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작품은 별로 없다(그래도 웹소설 쪽에서는 최근 약진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무협을 접한 적이 별로 없는 장르 물의 새내기들에겐 낯선 용어, 어투, 분위기, 기술명 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협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전부터 무협장르를 소비하던 이들 덕에 살아남은 걸까? 그럴 리가.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위해 부단히 노력한, 어느 끈기 있는 작가들이 이뤄낸 산물이다. 그리고 여기, 발군의 능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작품이 있다. <아비무쌍>이다.

 


아비무쌍 1.png

 

 

혹시나 초장부터 화려하고 호쾌한 무공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잠시 접어놓으시길. 아비무쌍은 주인공인 노가장이 사부에게 호되게 맞으며 눈물을 찔끔 흘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하루에 밥 먹고, 싸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무공에 전념했음에도 피골이 상접한 사부를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고 자책한다. 심지어 사부는 그저 그런 실력의 낭인이란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전개가 고구마스럽지 않을까하며 꺼려지는 분이 계시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두고 싶다. 아비무쌍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이후 무림에 나간 노가장은 승승장구한다. 그의 눈앞을 가로막는 적들은 추풍낙엽처럼 나부끼기 바쁘다. 그리고 전투를 지켜보는 이들은 그의 실력에 놀라기 바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높은 사람의 눈에 들어, 복지가 훌륭한 직장에도 취직한다. 취업 후에도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임무들을 척척 해내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다진다. 이런데도 그는 자신이 강한 줄을 모른다는 게 재밌다.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라는 뜻의 인터넷용어)이 아니라 힘몰찐(힘을 가진 줄 모르는 찐따)인 것이다. 그런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는 무림인들을 상대할 때마다 무력하게 당한 전력이 있다(왠지 그 상대들이 무림고수일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아비무쌍은 독자에게 사이다를 먹였으면 먹였지, 고구마를 먹이진 않는다.

      

아비무쌍 2.png


 

이어서 아비무쌍은 노가장이 가정을 이루는 것을 조명한다. 착하고 아름다운 부인을 만나, 그녀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고 싶어 하는 노가장의 절절한 감정을 그린다. 한 남자의 순정 앞에 독자는 초반부터 몰입을 시작하게 된다. 넉넉지 못한 형편이지만 아내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어 열심히 일하는 그를 응원하고, 어느새 아기까지 가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게 만든다. 그렇게 따스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아비무쌍은 몰캉몰캉해진 독자들에게 돌연 뺨을 갈긴다. 정신을 차리라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아기가 태어나려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그 순간, 노가장은 일생일대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아내와 아기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다는. 이때 독자는 이미 마치 자신이 기로에 놓이기라도 한 듯 노가장에게 감정이입을 한 상태다. 도저히 선택을 하지 못하던 노가장은 아내의 강력한 의견으로 결국 아기를 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하늘을 향해 일갈한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고, 뭘 그리 잘못 살았냐고. 이때, 아비무쌍 특유의 그림체와 가혹한 상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그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전달된다.

 

 

아비무쌍 3.png


 

그렇게 독자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 아비무쌍은 세쌍둥이에게 애정을 듬뿍 쏟는 노가장을 섬세하게 그림으로써 다시 독자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이정도면 독자들을 조련하는 수준이다). 이미 한차례 감정이입을 겪은 독자들은 당연한 듯이 노가장에게 스며든다. 간간히 나오는 세쌍둥이와 노가장의 케미에 독자들은 녹아난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현실에서 디테일을 잘 포착한 것으로 보이는 세세한 에피소드들이 크게 한 몫한다. 이러한 디테일 덕에 육아경험이 있는 아빠들은 더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몰입을 하는지, 이때 댓글창에는 전국 각지의 아빠들이 모여든다. 다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기 바쁘다.

    


아비무쌍 4.png


 

그리고 이 대목이 아비무쌍이 여타의 무협물들과 궤를 달리하는 이유다. 통쾌하게 적들을 격파해나가는 무림고수와 무공이고 뭐고 하루 온종일 육아만을 고심하는 아빠. 이 두 가지 측면을 한 인물 안에 적절히 섞어놓아 풍부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 입체적인 인물은 마치 무공을 펼치듯, 무협이라는 장르가 만든 진입장벽을 허문데다 최신화까지 정주행하도록 시선을 고정시킨다.  뿐만 아니라 거친 그림체를 통해 완성시킨 호쾌한 액션씬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결론적으로 아비무쌍은 아비는 견줄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라는 제목에 걸맞은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아비무쌍     #노경찬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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