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낯선 45일이었다. 길었던 이천 생활을 마친 박용택(40·LG)이 잠실로 돌아오자마자 제자리를 찾았다. 부상 정도에 비해 매우 일찍 돌아온만큼 자존심과 독기는 더욱 매서워졌다.
박용택은 지난 12일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제외된 5월27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잠실구장으로 돌아와 복귀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린 뒤 14일까지 11타수 4안타로 타격감을 놓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팔꿈치 부상이 심각해 수술 여부까지 고민했음에도 재활을 마치고 타격 훈련을 시작한 지 불과 열흘 만에 1군으로 돌아와 정상 활약을 하고 있다.
낯선 재활군 생활은 베테랑 타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돌아온 박용택은 “‘내가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매일 들었다”고 말했다.
LG 재활군이 있는 이천챔피언스파크는 2014년 개장했다. 박용택이 이천에서 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데뷔한 박용택은 부상과 거리가 멀었다. 30대가 된 2009년 이후로는 매년 타율 3할을 넘겨 2군에 갈 일도 없었다. 프로야구 인생을 통틀어 박용택이 한 달 넘게 1군에서 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도 A형 플루에 감염돼 딱 열흘간 ‘격리생활’을 했던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
박용택은 15일 현재 2415안타를 친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다. 96경기에 출전한 2008년을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한 번도 100경기 이상, 100안타 이상을 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박용택이 다친 것도 결국 오랫동안 꾸준히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박용택을 괴롭힌 원인은 왼쪽 팔꿈치 외측 상과염이다. 실제로는 팔꿈치 바깥쪽 뼈에 붙어있는 근육이 80% 정도 손상됐다. 보통 많이 던진 투수들에게 발생하는 부상이 타자인 박용택에게 찾아왔다.
수술과 재활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용택은 내년까지 뛰고 은퇴하기 위해 올시즌을 앞두고 FA 2년 계약을 했다. 수술받으면 이번 시즌을 이대로 접어야 하기에 박용택에게 이천에서의 초반 한 달은 고민과 우울의 시간이었다. 남은 2년 중 1년을 이렇게 끝내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박용택은 “처음에는 염증이라고들 했다. ‘내가 염증 따위를 못 이겨?’하고 참고 주사 맞으며 뛰었는데 결국 그게 아니었고 근육이 떨어진 것이었다”며 “이런 재활을 프로 와서 처음하다보니 참 답답했고 ‘마흔 한 살에 수술하는 선수가 있나’ 싶다가 ‘그래도 뛰려면 해야지’ 생각하고 왔다갔다 했다”고 재활 기간을 돌이켰다.
한 달간 이천과 집을 오가며 규칙적인 재활 생활을 버틴 박용택은 7월초, 수술 없이 재활로 뛸 수 있겠다는 진단을 받았고 그때부터 바로 방망이를 잡은 뒤 열흘 만에 1군에 돌아왔다. 이후 보여준 모습에 류중일 LG 감독은 “거의 두 달 만에 와서 이렇게 치기가 쉽지 않다. 괜히 리그 최다안타를 치는 게 아니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100% 회복되려면 언젠가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적어도 내년까지는 견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박용택은 “그래도 내년 아닌 올해 이런 상황을 겪은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고 위안하며 견뎠다. 그만큼 잘 하고 (선수생활을)끝내고 싶다”며 “팔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충분히 경기를 뛸만은 하다. 많지 않은 시간도, 내 팔도 잘 관리하면서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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