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빈의 터치패드] 자격 미달과 참가 의의 사이… 한국 여자 수구 딜레마

[이상빈의 터치패드] 자격 미달과 참가 의의 사이… 한국 여자 수구 딜레마

한국스포츠경제 2019-07-15 16:43:02 신고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사진)은 1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B조 조별예선 1차전서 헝가리에 0-64로 패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팔을 뻗는 대로 들어가는 헝가리의 득점에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4쿼터까지 모두 끝났을 때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0-64. 한쪽의 득점을 보면 마치 농구 경기라도 펼친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대표팀의 국제대회 데뷔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대표팀 구성과 결성 과정에 집중하면 이러한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허탈한 경기력에 멀리서 이들을 지켜본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마냥 응원만 할 수 없는, 그렇다고 질타할 수도 없는 상황. 대표팀이 딜레마(dilemma)에 빠졌다.

대표팀은 1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유럽 수구 강호 헝가리에 0-64로 대패했다. 신체적인 조건에서 밀렸고 전체적인 기량이 헝가리 선수들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첫 슈팅도 1쿼터 4분 44초가 흘러서야 나왔다. 경기 흐름을 읽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나왔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역사적인 첫 슈팅 주인공 송예서는 “선수들이 점수에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며 “상대가 모두 세계적인 선수고 저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보던 선수들과 대결하니 영광스러웠다”라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경기 내내 수구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은 아낌없는 응원으로 대표팀에 힘을 북돋아 줬다.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왼)은 1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B조 조별예선 1차전서 헝가리에 0-64로 패했다. 두 선수가 볼 경합 중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대표팀을 향해 격려와 박수가 쏟아진 현장과 달리 광주 바깥에서 소식을 들은 여론은 싸늘하다. 이들의 결과가 수백 건의 기사로 온라인을 달구자 성난 누리꾼들이 헝가리가 대표팀에 한 것과 같은 융단폭격을 가했다. 명색이 국가대표 경기력이 세계 수준과 너무 동떨어져 대회에 나간 의미가 없다며 ‘자격 미달’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았고, 자신들이 국가에 낸 세금이 불필요한 데 쓰이는 게 싫다고 직설하는 이도 있었다.

여론이 좋지 않은 데 대해 진만근 대표팀 코치는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런 반응이 아쉽다기보다는 저희가 40여 일 준비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갔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은 전문 수구 선수가 없어 5월 말 다른 수영 종목 선수들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다. 이때 소집한 13명의 선수단은 태극마크를 달고 6월 2일 충청북도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13명 중 미성년자만 12명이다. 고등학생(9명)과 중학생(2명) 선수가 주축을 이뤘다. ‘급조’된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고전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진 코치는 “대표팀 결성한 지 44일째다”라며 “개최국이므로 모든 종목에 당연히 참가해야 한다. 처음엔 남북 단일팀 출전을 계획했다”라고 밝혔다. 대표팀 결성은 실업 리그는 물론 선수도 없고 북한의 불참으로 남북 단일팀까지 무산된 상황에 대한수영연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 광주 수영대회가 끝나면 대표팀은 해체 수순을 밟는다. 유지 계획은 아직 없다.

대표팀은 16일 러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다. 18일엔 캐나다를 상대한다. 쉽지 않은 경기가 남았지만, 대표팀의 목표는 여전히 ‘한 골’이다. 전 코치는 “첫 경기에서 64골을 내줬다. 이제부터 점점 점수 차를 줄여나가겠다”라며 “한 골을 위해서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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