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LPGA 우승... 롤 모델 풍년,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진짜 이유

김세영 LPGA 우승... 롤 모델 풍년,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진짜 이유

한국스포츠경제 2019-07-15 17:49:00 신고

김세영이 15일(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ㆍ655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LPGA 제공
김세영이 15일(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ㆍ655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에서 정상에 올랐다. /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47.4%.

한국여자골프가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기록 중인 승률이다.

김세영(26)이 15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ㆍ655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여자골프는 올 시즌 9승째(19개 대회)를 수확했다. 그는 이날 6타를 줄여 최종합계 22언더파 262타로 2위 미국의 렉시 톰슨(20언더파 264타)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26만2500달러(약 3억1000만 원)을 획득했다.

지난 5월 메디힐 챔피언십에 이은 시즌 2승째이자 투어 통산 9승째다. 9승은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에 이어 LPGA 투어 한국 선수 다승 순위에서 최나연(32)과 함께 공동 4위에 해당한다.

◆김세영 우승으로 시즌 최다승 합작에 ‘한 발 더’

한국여자골프는 2015년과 2017년 거둔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 합작 타이 기록(15승)에 6승만을 남겨 놓게 됐다.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는데, 롤 모델이 많은 시스템이 근원적인 비결로 분석된다. 실제로 본지가 정상급 선수들에게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이유를 물어본 결과, 그들의 입에선 다양한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세영은 “박인비(31) 언니가 골프 인생에 영감을 줬다”며 “성향을 닮고 싶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집중력을 이어가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영의 절친 중 한 명은 LPGA 통산 2승의 이미향(26)이다. 이미향은 전화 통화에서 성공 롤 모델로 박세리(42)를 꼽았다. 이미향은 “2007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세리 언니를 만났다. 스승이신 양찬국(70) 헤드프로님 덕분에 세리 언니와 라운드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 날 경기 후 언니가 자신의 주니어 시절보다 더 잘 하는 것 같다고 칭찬해주셨다. 언니랑 라운드를 하면서 골프 선수의 매력에 대해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미향은 4~5살 때부터 아버지 이영구(70) 씨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박세리의 경기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스윙을 가다듬었다. 이들과 친한 김효주(24)는 “박세리 선배님은 사적으로 뵐 때 골프 얘기보단 일상적인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래도 멋있는 골프계 전설이시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전인지(25)는 “박세리 선배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예상을 뛰어넘는 ‘멘탈 갑(甲)’ 박인비 언니한테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서희경(33) 선배의 골프와 삶을 본받고 싶다. 짧았지만 임팩트 있는 선수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SBS 골프 해설위원으로, 두 아이의 어머니로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 모습이 항상 부럽다”고 힘주었다. 아마추어 시절 동갑내기 최혜진(20)과 세계를 호령했던 성은정은 “박세리 선배님이 없었다면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을 수 있다. 선배님 같이 국위선양을 하고 싶다”며 “박인비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졌다. 모든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신 모습을 보고 꿈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랭킹 4위에 올라 있는 박지영(23)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전미정(37)을 지목하며 “오랫동안 투어를 뛰고 꾸준한 성적을 거두셨다. 나도 정상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서로가 ‘롤 모델’인 한국여자골프

선수들의 롤 모델로 꼽히는 박인비는 “1부, 2부, 3부 등 체계적인 KLPGA 투어 시스템을 거친 선수들이 LPGA 무대에 진출하면 세계 정상에 서곤 한다. KLPGA 선수들뿐 아니라 주니어 선수들이 그런 과정을 지켜보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며 “LPGA 진출 1, 2세대 언니들의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강한 한국여자골프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인지는 “골프는 곧 팀 스포츠다”라고 했다. 한 명의 정상급 골퍼에 매니저, 캐디, 스윙 코치, 트레이너, 부모, 팬 등이 붙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힘을 모으는 광경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크게는 한국여자골프 역시 하나의 팀이다. ‘박세리 키즈’ 1세대인 1988년생 박인비, 신지애, 이보미, 김하늘 등은 선배인 박세리는 물론이고 서로에게 자극을 받아가며 실력을 키웠다. 박세리 키즈 2세대이자 박인비 키즈 1세대로 꼽히는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선수들 역시 박인비 같은 선배를 비롯해 서로 경쟁하며 실력을 발전해왔다.

보고 배울 선, 후배가 있고 자극이 되는 동료가 많은 한국여자골프는 나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골프 관계자는 “챔피언 조에서 워낙 자주 만나 플레이를 하다 보면 친분이 쌓이는 동시에 서로가 가진 기량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된다. 이 바닥은 좁은 세계여서 유능한 스윙 코치나 캐디도 그들 주위에서 돌고 돈다. 이렇게 정상권에서 돌고 도는 인맥 시스템이 결국은 한국여자골프가 강한 비결이 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고(故) 지그 지글러의 저서 가운데는 ‘정상에서 만납시다’라는 책이 있다. 롤 모델 풍년인 한국여자골프의 선수들은 애초에 정상에서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자라왔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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