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조각난 물감. 똑똑 떨어질 것 같은 ‘물감딱지’를 붙여낸 듯하달까. 이렇게 보이는 데는 작업방식이 크다. 고무성질이 있는 아크릴물감을 칠하고 굳힌 뒤 떼어내면서 얻은 자국, 혹은 그 떼어낸 파편이라니까. 성질·내용이 제각각인, 사연 있는 흔적인 거다.
작가 조이경(43)이 카메라를 잠시 내려놨다. 그간 작가의 작업은 사진이나 영상을 이용해 회화의 개념을 확장하는 형태였다. 피그먼트(안료)를 흩뿌린 화면에 사진 이미지를 앉혀 두 개의 다른 매체가 의도치 않은 그림을 만드는 우연을 기대했더랬다.
‘각자의 사연 1’(2018)은 예전 상당 부분 카메라에 의지했던 그 자리에 물감을 들인 것. 하지만 이 역시 붓을 쓰는 회화는 아니다. 습도·온도·다른 안료 등에 반응하는, 마치 화학반응 같은 물감의 물성을 살려내자 한 거니. 칠보단 딱지, 물감의 영역확장을 봤다.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페인팅의 색채’(The Colour of Paint_ing)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80×80㎝. 작가 소장. 필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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