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채권시장 데뷔한 기업 중 43%는 'BBB' 이하

올 들어 채권시장 데뷔한 기업 중 43%는 'BBB' 이하

이데일리 2019-07-16 05:30:00 신고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회사채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과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최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모두 1.5%대로 낮아져 기준금리(1.75%)마저 밑도는 가운데 더 높은 수익을 찾아 국내외 크레딧물 투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 역시 원화 채권을 쓸어담고 있다. 그 덕에 올 상반기 천덕꾸러기였던 BBB급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커지는 신용 디폴트 리스크에 대해선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규모는 48조7811억원으로 전년 동기(43조3019억원)대비 12.7% 증가했다. 상환액을 제외한 회사채 순발행금액은 무려 20조4215억원으로 전년동기(10조1401억원)대비 2배이상 늘어났다. 회사채 상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어든 반면 순발행금액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싼 값에 추가자금 조달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도 올 상반기 1~2월을 제외하면 넉 달 연속 원화채권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 5월 7조200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5조3000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들의 원화채권 투자잔액은 125조3800억원을 웃돈다.

특히 BBB급 회사채 발행이 눈에 띄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신평 3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선순위 무보증사채 발행을 위해 신규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은 총 21곳으로 모두 A급 이하였다. BBB급 이하도 43%나 된다. 통상 회사채 시장에서 AA급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BBB급 비중이 한자릿수에 그치는 데 비하면 고무적인 수준이다. 저금리 기조에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A급 이하 발행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면서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 리테일 수요와 발행어음 자금 등이 크레딧물 강세 현상을 이끌고 있다”며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발행만기가 길어 절대 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투자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둔화로 호주의 기준금리를 필두로 각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며 크레딧 시장 강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KB증권까지 초대형IB의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든 것도 신규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KB증권뿐 아니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도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을 맞추며 초대형IB 지정과 발행어음업무 인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강세 뒤에는 수익률을 좇는 리테일 수요와 이에 대한 리스크는 간과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BBB급 회사채가 높은 수익률 덕에 증권사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상당 부분 팔렸지만, 회사채 투자에 따른 리스크는 충분히 인지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미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LIG CP 사기발행 사태 등으로 리테일 투자에 대한 경각심이 불거진 바 있지만, 역대 최저 금리 탓에 또다시 잊혀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요가 수요를 유발하는 전형적인 강세장의 모습이지만, 작은 트리거라도 제공될 경우 급격히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디폴트 등 크레딧 이벤트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리테일 투자에 있어 동양이나 LIG건설 CP사태 등 리스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기업 위주의 어닝 쇼크로 기업들의 등급하향 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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