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보사 사태’ 불똥…상장주관사는 억울하다

[기자수첩]‘인보사 사태’ 불똥…상장주관사는 억울하다

이데일리 2019-07-16 05:50:00 신고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업은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여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기업공개(IPO) 역시 여러 주체들이 참여한 분업의 예술이다. 상장기업과 회계법인, 법무법인, 기술성평가기업, 상장주관사, 한국거래소 등 여러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을 때만 가능하다.

코오롱티슈진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로 자본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정확히는 상장주관사에만 책임이 몰리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외국기업 기술특례 상장과 국내외 성장성 추천 상장주선인 자격을 내년 11월까지 제한하는 제재를 내렸다. 이들이 상장시킨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사태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지난 12일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압수수색해 코오롱티슈진 상장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코오롱티슈진 상장 과정에서 참여한 주체는 주관사 밖에 없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와 코오롱티슈진은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기 위해 진행한 외부평가기관의 기술평가를 의뢰, ‘AA’등급을 받았다. 또 상장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에 대해 시판허가를 냈다. 주관사는 이를 종합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청구했고, 거래소는 이를 검토해 상장을 승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재가 확정된 곳은 주관사뿐이다.

외부평가기관에서 높은 등급을 받고, 식약처에서도 시판 허가를 낸 인보사에 대해서 주관사가 어디까지 검증하고, 책임을 져야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거라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외부평가기관 등도 필요 없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증권사가 다 직접 할 수 있는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책임 소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국거래소가 오히려 누구보다 빠르게 주관사를 제재하고 나선 것도 의아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거래소의 책임론이 제기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주관사를 과도하게 제재한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거래소가 이번에 상장 주관사들을 제재를 내린 근거는 지난달에 만들어진 규정에 따른 것으로 소급적용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정부기관과 전문가가 검증하고, 책임은 증권사가 지는 지금의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바이오 등 혁신 모험 기업을 상장하려는 증권사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분업의 목적이 단지 생산성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다. 산업화 과정에서 분업이 고도화 될 수 있었던 것은 각 주체가 맡은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보사 사태’로 상장의 책임소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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