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팔면 45억'…산은 파격 제안에 시끌

'KDB생명 팔면 45억'…산은 파격 제안에 시끌

이데일리 2019-07-16 06:00:00 신고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사실상의 자회사인 KDB생명보험의 신속한 매각을 위해 이 회사 경영진에게 거액의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부실 회사를 빨리 털어내려는 ‘고육지책’이지만, 그 수단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KDB생명 매각시 경영진에 45억 성과급 지급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회사 매각 성공 시 현직 사장과 부사장에게 성과 보수 최대 45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매각 가격에 따라 현 정재욱 KDB생명 사장은 5억~30억원, 수석부사장은 사장 성과급의 절반인 2억5000만~15억원을 받는다. 현재 공석인 이 회사 수석부사장에는 백인균 산은 부행장(경영관리부문장)이 내정된 상태다.

이번에 책정한 인센티브 금액은 앞서 지난해 1월 이사회에서 같은 목적으로 결정했던 매각 성공 보수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1년 반이 지나도록 회사 매각에 성과를 내지 못하자 경영진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강화한 셈이다. 이는 KDB생명을 반드시 매각하겠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연내 KDB생명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그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지난해 이 회사가 순이익 64억원을 달성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 등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지금이 매각의 적기라고 보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산은은 앞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산은이 칸서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조성한 사모펀드와 펀드의 100% 자회사가 현재 KDB생명 지분 92.73%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펀드에는 산은이 2650억원, 국민연금이 2150억원, 금호아시아나가 1000억원,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500억원, 칸서스자산운용이 20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산은이 2010년 말과 지난해 초 유상증자 형식으로 이 회사에 수혈해준 자금도 각 3000억원씩 6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그간 1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지난 2014~2016년 세 차례 매각 시도가 모두 불발되는 등 KDB생명은 산은의 최대 애물단지 중 하나로 여겨졌다. 산은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보유 자산(회사) 매각에 성공할 경우 경영진에게 거액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은 산은 구조조정 역사상 처음”이라며 “‘밑 빠진 독’에 계속 공적 자금을 넣기보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회사를 팔겠다는 궁여지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과도한 성과보수가 매각 걸림돌 될수도…당국 “금액 적절성 따져야”

하지만 이 회장의 이 같은 결단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수되는 회사의 기존 경영진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주는 것은 통상 매수하려는 기업의 인수 비용을 높여서 경영권을 지키려는 방어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KDB생명 경영진에게 지급하는 파격적인 매각 인센티브가 거꾸로 원활한 인수·합병(M&A)을 발목 잡는 ‘황금 낙하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금 낙하산(Golden parachute)이란 인수되는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기업 인수로 인해 임기 전에 물러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이나 보너스, 스톡옵션(주식 매입권) 등을 지급하기로 미리 계약을 맺는 것이다. 기업을 인수하려면 비싼 낙하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황금 낙하산은 통상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의 하나다. 보험업계의 성장 둔화,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 등으로 가뜩이나 보험사 인수의 매력이 떨어지는 판에 과도한 성과 보수가 KDB생명을 사려는 기업에 또 다른 비용으로 작용해 매각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걱정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공적 자금이 들어간 회사를 팔면서 경영진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이 국민 정서와 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 “산은과 이 문제를 같이 짚어볼 필요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기존 경영진이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사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매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바꾸려는 그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경영진에게 지급하는 성과급도 사실상 국민 혈세인 만큼 금액의 적절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산은은 이번 KDB생명 이사회의 경영진 매각 성과 보수 인상 안건을 심의하기에 앞서 금융당국과 별도 협의를 하지 않았다. 당국은 비록 산은 자회사의 내부 문제이지만 논란이 확산할 경우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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