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향 “품격 높은 사랑스러움 보여줄 준비 됐다”

아이뉴스24 2019.08.14 19:02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강인한 여자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제가 생각하고 연기하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5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김소향은 그동안 연기해 온 캐릭터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관전 포인트로 짚었다. 또 “노래도 마찬가지”라며 “헤드보이스를 많이 써서 노래를 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클래시컬한 소리도 많이 들려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탰다.

작품은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해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를 다룬다.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바쁜 김소향을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필동 ‘마리 앙투아네트’ 연습실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상시엔 화기애애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데 런 스루를 할 때는 진지하고 슬프고 심각한 내용도 있는 공연이다 보니까 엄숙한 분위기가 있어요. 공연 날이 가까워지니까 배우들이 좀 더 에너지를 쏟아 붓고 보는 사람도 더 집중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철저하게 정해진 시간 안에서 실제 무대에서처럼 긴장감 있는 런 스루를 막 끝내고 들어선 김소향은 극중 감정을 적당히 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뮤지컬배우 김소향과의 일문일답.

-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했나.

“비주얼적인 것들은 영화에서 보고 많이 참고를 했다. 마침 친구들이 얼마 전에 베르사유 궁전에 갔다 왔다고 사진을 엄청 많이 보내줬다. 나는 공주는커녕 21세기에 살고 있는지라 전혀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나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로버트 요한슨 연출님께서 배우들과 연출부에 ‘오스트리안 우먼’이라는 미국 소설을 무조건 읽으라고 권장하셨다. 그게 심리묘사에 진짜 많이 도움이 됐다. 그 책을 보니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낱 꽃만 좋아하는 그냥 공주가 아니라 사람을 사귀는 데도 능하고 나름 성깔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지 않거나 말을 섞지 않는 사람하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강한 성격을 가진 여성이더라. 우리 극에서도 그런 게 나온다. 와전된 것들에 관해서도 많이 찾아보고 어떤 것이 맞는지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오해가 쌓인 것들을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발견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실제로 다른 왕비들에 비해서 재정의 10분의 1밖에 쓰지 않았고 빵을 먹으란 말은 한 적이 없고 굉장히 많은 오해와 모략에 많이 시달렸던 어떻게 보면 가여운 왕비다. 그렇지만 우리 공연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잘못한 게 없다고 미화하려는 건 아니다. 마그리드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서 실제로 민중들이 원하는 것과 보이는 것·들리는 것의 진실이 무엇인지 얘기한다. ‘옛날엔 이랬다는데 실제로는 이랬구나’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런 음모에 휩싸였구나’를 상상하면서 평가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일단 총총총 뛰어다니고 빨빨거리고 다니는 것과 말·행동에서 귀여운 척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다. ‘엑스칼리버’를 했다보니까.(웃음) 날것의 사랑스러움에서 품격 높은 사랑스러움으로 바꾸는 것이 지금도 제일 힘든 것 같다. 극중 패션쇼 장면에서는 ‘예뻐요, 이거 좋아요’ 이러니까 대놓고 사랑스러워도 되는데 나는 그것조차도 지적을 받더라. 보석 한 번도 못 본 애가 보석을 본 것처럼 하니까 공주나 왕비처럼 좋아해야 된다고 하셨다.(웃음)”

[EMK엔터테인먼트]
- 역사 속 마리 앙투아네트를 바라봤을 때의 느낌은 어떤가.

“인생사 모든 것이 타이밍이긴 하지만 굉장히 안쓰럽다. 왜냐면 이 여인은 사치스러운 것만 바란 게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한쪽에 궁궐을 따로 만들어놓고 거기서 농장을 짓고 음악·오페라·무용 등을 좋아한 자유롭고 소녀 같은 여자였다. 평범함을 꿈꿨지만 엄마인 마리아 테레지아 오스트리아 여왕에 의해서 많이 휘둘렸던 여인이기도 하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침실생활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를 만들 수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한마디도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큰소리로 얘기하지 않았다. 15세에 시집을 가서 어린 나이지만 정말 어른스럽고 질타와 뭇매를 당당히 받아들일 줄 아는 진짜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헌신적인 엄마였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마음이 짠하다. 연습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울분이 터져 나오고 눈물이 펑펑 나올 정도로 되게 가슴이 아프다.”

- 더블캐스트인 김소현과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소현 언니한테 엄청 많이 배운다. 언니는 공연을 이전에도 70회 이상 하신, 어떻게 보면 마리 장인이시다. 연출님이 소현 언니는 공주같이 너무 예쁘고 나는 강한 걸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왕비 같은 면이 더 잘 보인다는 얘길 많이 하셨다. 그래서 서로 보면서 느끼는 게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현 언니한테 절대적으로 배울 점이 많다. 언니가 워낙에 사랑스러우시니까 그런 점도 배우려고 한다. 차분한 사랑스러움을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연출님이 하다못해 휙 돌아봐도 뭐라고 그러신다. 왕비는 천천히 돌아봐야 된다고 하셔서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

- 마리 앙투아네트를 표현함에 있어서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소현 언니도 그렇게 하시지만 나는 2막에서 노래를 할 때 시원하게 지르려고 한다. 감정이 고조될 때 많이 터트리려고 노력한다고 해야 될까? 싸우면 진짜 싸우는 것처럼 ‘나도 성깔 있다’를 보여주려고 한다. 1막 때는 얌전하게 있으려고 하다가 왕비로서 무대 위에서 누구한테도 눌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내 강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캐스팅 비하인드가 있다고 들었다.

“원래는 마그리드로 오디션을 봐서 마그리드를 할 뻔했는데 나한테 변화의 기회가 필요하기도 하고 연기 전공자로서 연기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마리가 더 보여지고 마그리드는 안 보여지는 건 아닌데 내가 도전해보지 않은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 분들이랑 내 이미지에 대해서 얘기한 다음 다시 오디션을 요청했다.”

- 창작진이 마리 앙투아네트 역으로 김소향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유를 알고 있나.

“진짜 모르겠다. 나도 사실은 되게 궁금한데 안 여쭤봤다. 팀 사람들한테 내가 마그리드를 할 뻔한 얘길 하면 다 너무 놀란다. ‘에이, 말도 안돼’ ‘넌 그냥 마린데’ 이런 반응이다. 지금은 그만큼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마리에 훨씬 가깝고 내 생각에도 마리의 단계를 잘 밟아가고 있다.”

[EMK엔터테인먼트]
- 올해 ‘마리 퀴리’ ‘투란도트’ ‘마리 앙투아네트’ 등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을 많이 했다. 다른 두 작품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엑스칼리버’에선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여성에 대한 서사를 강조하는 극이 늘어남에 따라서 감사하게도 그런 역을 많이 맡게 됐다. 나로서는 영광인 게 제일 크다. 그런 역을 하기 위해서 너무 강인한 것만 표현하자면 인간미가 없지 않나. 김소향이라는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내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나한테 되게 유약한 부분도 있고 여성스러운 부분도 있고 귀여운 부분도 있다 보니까 그런 게 캐릭터에 다 담긴다. 여성 서사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이 배우로서는 너무 좋다. 예술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지 않나. 많은 것들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게 우리의 의무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많은 캐릭터, 많은 종류의 작품들이 생겨나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다.”

- 전작인 ‘엑스칼리버’와 이번 ‘마리 앙투아네트’ 속 캐릭터를 비교하자면.

“비슷하면서 다른 부분이 있다. ‘엑스칼리버’의 기네비어는 고아였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하는 소녀였다면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리는 어려운 것을 잘 모르고 본의 아니게 무지한 상태에서 자라난 공주다. 그렇기 때문에 두 캐릭터 사이에서 조율하는 게 나한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엑스칼리버’에서는 도토리를 주우러 뛰어다니는 다람쥐 같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이제 왕비를 하다보니까 걸음걸이부터 바꿔야 될 게 너무 많더라. 요즘은 머리에 책을 얹고 걷는 연습을 한다.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도 땅을 밟지 않는 것같이 걷는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엔 왕비답지 않아서 되게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너무 왕비 같으니까 ‘이제 그만해라’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이 변한 것 같다. 강인한 면에 있어서는 ‘엑스칼리버’에서 1막의 당당함을 2막의 강인함으로 가져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엄마로서의 강인함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내가 아이를 낳아보지 않아서 걱정을 하실 수도 있다. 근데 나는 배우로서 직접 경험만이 연기의 산물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도 있다. 자식에 대한 애착과 거기서 오는 강인함은 사실 생각보다 걱정되지 않는다. 열심히 하고 있고 여러 경험자들에게 얘기도 많이 듣고 있어서 강인함이 또 다른 강인함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 스스로 생각하는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엄마와 자식의 얘기가 너무나 여실하게 이해가기 쉽게 보여진다. 모성애 이야기가 굉장히 크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내가 부르기에 음악이 되게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드라마틱한 것과 비극을 워낙 좋아한다. 근데 이 작품이 굉장히 아름답고 처절하게 비극이기도 하고 여성 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 초연이랑 달라진 부분을 짚어 달라.

“2막에 ‘더는 참지 않아’라고 마리와 마드리드가 대립하는 노래가 있다. 그게 완전히 다른 새로운 노래로 바뀌어서 왔다. 팀에 앙상블까지 초연을 했던 사람이 굉장히 많다. 초연 멤버들 중 ‘옛날 게 좋다, 왜 그렇게 안하냐’ 하는 분들도 있었고 나는 처음 하니까 ‘이것도 새롭다’고 했다. 굉장히 많은 토론과 깊은 회의 끝에 새로운 음악을 갖고 왔다. 가장 큰 변화라면 심리묘사가 디테일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래도 창작이고 초연이었으니까 만들고 바로 보여드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면 이번엔 ‘이 사람이 어떤 심리로 인해 이렇게 변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마리랑 페르젠도 그냥 불륜이 아니라 이 둘이 정신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선을 불편하지 않게 보여드리기 위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 ‘페르젠 백작’ 역을 맡은 박강현·정택운·황민현과의 연기 호흡은 어떤가.

“페르젠들 다 한 명 한 명 매력이 있다. 박강현과 정택운의 경우 다른 작품에서 더블캐스트였던 배우들이 엄기준·류정한·카이 등 대부분 대선배들이었다. 근데 이번엔 나이가 비슷비슷하다. 형들이 있으면 형들이 있는 대로 본받으니까 좋은 것이 많고 자기들끼리 있으면 젊은 혈기의 군인 에너지가 넘쳐나서 그게 엄청 귀엽다. 그 친구들 덕분에 연습실이 활기가 돈다. 로버트 연출님도 시끄럽다고 지적하면서도 그 남자애들 때문에 즐거워하신다. 아기들 같아서 한명 부르면 한명 사라지고.(웃음) 근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면 셋 다 상남자다. 연출님이 제발 좀 부드럽게 얘기하라고 말하신다. 그래서 매일 3명 세워놓고 웃는 연습을 한다. 황민현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좀 놀랐다. 아이돌로 활동하고 견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의젓하다. 불안하고 두려워서 ‘저 모르겠어요’ 이러지 않고 차분하더라. 모르는 건 ‘잘 몰랐어요’, 들으면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한다. 정택운은 ‘마타하리’ 할 때 처음 만났는데 다 선배들이니까 눈을 잘 못 봤다. 황민현은 눈을 보면 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되게 담대한 것 같다. 눈빛을 보면 느껴진다. 그래서 되게 기대가 많이 된다. 박강현과 정택운은 나름 여기서는 베테랑이고 민현이에 비해선 형들이라 너무 잘하고 재밌다.”

- ‘마그리드’ 역의 장은아·김연지와에 대해서도 얘기해 달라.

“장은아는 ‘엑스칼리버’도 같이 했는데 성격이 털털하다.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이 있다고 해야 되나? 오빠들이 남동생처럼 대할 정도로 성격이 너무 좋아서 그 친구 덕분에도 분위기가 좋다. 김연지는 이번에 처음 봤다. 처음 노래 부르는 순간 목소리가 너무 매력있어서 반했다. 잘 못 들어본 목소리다. 호소력이 엄청 있다. 김연지는 장은아의 연기나 노련함 같은 걸 배우고 있고 둘 사이도 되게 좋다. 좀 전에도 여기 어깨동무하고 지나가더라. 요즘 느끼는 건데 가수 출신 배우들이 배우려는 태도나 자세가 너무 예뻐서 안 예뻐할 수 없는 것 같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한다.”

- 극중 여러 벌의 의상을 갈아입는데 그 무게도 만만치 않다. 어려움은 없나.

“2009년에 ‘드림걸즈’를 하고 난 이후로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당시 의상이 21벌이었고 가발만 15개가 넘었다. 그걸 무대 뒤에서 거의 걸어가면서 갈아입었어야 됐다. 의상체인지에 대한 어려움은 없지만 그 무거운 의상을 입고 우아하게 걷는 것이 쉽지 않다. 제일 조심해야 될 것은 약간 경사무대라서 드레스를 입고 힐을 신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게 걸어야 되는 것이다. 끝나고 나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린다.”

[EMK엔터테인먼트]
- 늘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나는 태어나기를 이거 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힘이 별로 안 든다. 이렇게 땀 흘리고 울고불고 해도 별로 안 힘들다. 대신 집에 가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 엄청 몸 관리를 한다. 많이 뛰고 무용·요가 이런 걸 계속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엑스칼리버’ 할 때도 공연 전 1층 처음부터 끝까지 10번을 왔다갔다 뛰고 무대 위로 올라가서 몸풀기를 하면서 땀을 쫙 낸 다음에 공연을 했다. 그래야지 목소리도 잘 나온다. 그건 해야 된다. 안 그러면 늙지 않나.(웃음)”

- 작품의 마지막 공연을 끝냈을 때의 공허함은 어떻게 달래나.

“너무 허무하다. 나는 작품 할 때 애정을 많이 쏟는 편이어서 끝나고 집에 가면 일단 처음 연습할 때부터 막공 때까지 사진과 영상을 하나씩 다 본다. 보내주는 준비 같은 거다. 같이 공연하면서 너무 좋았던 배우들이랑 카톡한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볼 때도 있다. 그러고 나서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음악을 계속 듣고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공연할 때 어떻게 노래했는지 궁금해서 매일 녹음해 모니터를 한다. 지금도 ‘엑스칼리버’ 녹음한 게 첫공부터 거의 다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내 솔로는 녹음해놓는데 그걸 하나씩 들어본다. 좋았던 날 것은 남겨놨다가 또 듣곤 한다.”

- ‘엑스칼리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엑스칼리버’가 나한테 되게 소중한 작품이었다. 중간에 ‘투란도트’를 하면서 상도 받았고 ‘체력적으로 처음으로 너무 무리하면 안되는구나’라는 걸 깨달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캐스팅 된 과정도 쉽지 않아서 첫 공연을 하고 회사식구들 다 같이 울었다. ‘마타하리’ 등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와 작품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엑스칼리버’를 계기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와 친구도 됐다. 프랭크가 ‘엑스칼리버’ 워크숍 할 때 자기가 원하는 팝적인 소리를 내지 못할 것 같아서 나를 캐스팅하는 데 찬성하진 않았다고 하더라. 근데 첫공을 마치고 나한테 와서 잘못 생각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은 문자도 엄청 자주 한다.”

-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에 버금가는 작품인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지금은 애정이 ‘마리 앙투아네트’로 넘어왔다. 나하고 되게 잘 맞는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자기하고 잘 맞는 게 또 있지 않나. 처음 송 스루를 했을 때 정택운도 나한테 와서 ‘이거 누나 인생캐릭터인 것 같아’ 그러더라. 왜냐고 물었더니 여태까지 봤던 캐릭터 중 나랑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다. 오늘 런 스루 할 때도 ‘엑스칼리버’부터 함께 한 음향팀 스태프가 ‘이게 언니한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했다. 그런 얘길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하다보니까 이게 자연스레 그리움을 치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만약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끝나고 아무것도 없으면 우울해 죽을지도 모른다.(웃음)”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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