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적으로는 힘든데, 음악은 음악이고 일은 일이죠. 오히려 일이 음악에 영감을 주는 때도 있어요.”
가수 썬데이오프(본명 이한솔)는 대한민국에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다. 2017년부터 ‘까망스테레오’라는 듀엣으로 활동했고 지난 5월 솔로로 거듭나면서 ‘썬데이오프(Sunday Off)’라는 활동명을 쓰고 있다. 총 다섯 개의 싱글을 냈으며 가장 최근 낸 싱글이 지난 2일 나온 ‘스며들어’다.
이 정도의 설명이라면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 땅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많은 청년 뮤지션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하지만 썬데이오프에게는 한 가지 특별함이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부터 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많은 뮤지션들 특히 언더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파트타임의 형태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썬데이오프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일을 시작한지도 꽤 됐다. 최근에는 능력을 인정받아 동종업계에 이직까지 성공했다. 물론 음악을 잘 하기 위한 생계문제 해결을 위한 일이지만 직장에도 많은 재미를 붙이고 있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영업하는 일이에요. 보통 고객 분들의 정보를 가지고 가입된 분들에게 여러가지 결합상품을 안내하는 일이죠. 저는 전화하는 게 좋고 주변사람들을 흉내내는 일을 좋아해서 1년 정도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실적도 최근에 상위 5퍼센트 안에 들었어요.”
그가 음악과 일을 병행한 것은 군대를 다녀오면서부터다. 처음에는 택배 배송업무를 했다. 우리가 흔히 ‘쿠팡맨’으로 알고 있는 정규직 배송직원이다. 처음에는 다른 뮤지션들처럼 아르바이트와 음악작업을 병행했지만 도저히 아르바이트만 가지고는 편하게 음악을 하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는 동생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도 안정된 환경은 중요했다.
“퇴근하고 나서 아니면 휴일 날 작업을 많이 해요. 공연도 보통 주말을 이용하고요. 시간적으로는 힘들지만 일은 일이고 음악은 음악이죠. 오히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모여 음악의 영감이 되기도 해요. 전화를 거는 일을 하다보니 고객 분들의 통화연결음을 많이 듣는데 좋은 노래가 있거나 하면 분위기나 가사를 메모하면서 참고하죠.”
그가 최근 내놓은 새 싱글의 제목은 ‘스며들어’다. 썬데이오프의 음악은 주로 그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에 따르는 감정을 쫓아가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이 노래 역시 어느 정도 연인과 만난 시점에서 과거를 생각하다가 익숙해진 자신의 상황을 ‘서로에게 스며든다’는 말로 표현했다. 주변에 있는 사물, 애완용으로 키우는 고양이 등 주변에 있는 사람과 동물들 그리고 많이 찾는 장소 등이 자주 등장한다.
“제가 평소에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가사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군대를 조금 늦게 간 편이었거든요. 다녀오고 나니까 음악을 하고 있는 제 삶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썬데이오프의 모습은 지금 2019년 현재 음악을 하는 많은 청춘들의 고민과 진심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크지만 20대 후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조여드는 부담 그리고 그 와중에 시간을 짜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 지금 20대의 모습 그대로다. 그의 바람 역시 거창하지 않다. 부드러운 목소리 톤으로 일상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음악답게 대성공보다는 혼자 할 수 있는 공연을 꿈꾼다.
“차트에 올라가는 가수가 된다면 분명 좋죠. 하지만 제 이름을 건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제 이름이 ‘일요일은 쉽니다’라는 뜻인데 쉼 같은 음악, 편안하고 늘어질 수 있고 또한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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