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청소년들의 마음을 읽어주세요”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청소년들의 마음을 읽어주세요”

더리더 2019-09-09 10:11:03 신고

[기관장초대석]"자해 늘고 ‘학폭’ 연령은 낮아져…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 필요"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지난달 8일 부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청소년 문제에서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는 청소년 자해 문제다.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SNS에 ‘인증’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지난해 8325건이던 자해 수가 올해 2만7000여 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다른 하나는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가 증가하는 점이다. 지난해 교육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학교폭력을 겪었다는 응답은 2.8%다. 중학교 0.7%, 고등학교 0.4%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지난 조사보다 0.7%p 올랐다. 중학생은 0.2%p, 고등학생은 0.1%p 증가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학폭’이 저연령화되면서 개발원에서도 이에 맞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이들이 잘 커야 우리 사회의 미래도 밝다. 지금의 청소년은 기성시대와는 전혀 다른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들을 잘 아는 기관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다. 이 이사장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말했다. 다그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여성가족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상담복지사업으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전국 232개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총괄, 운영하면서 ‘청소년안전망’이라는 지역사회 청소년지원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어떤 것에 어려움을 느껴 상담을 요청하나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는 청소년의 문제를 살펴보니 정신건강이 24.6%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대인관계(23.1%), 학업•진로(17.4%), 가족문제(9.7%) 순이었다. 우리 개발원에서 최근 주목하는 것은 정신건강이다. 정신건강 관련 상담이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도에 11.3%였는데 지난 2018년에는 25.7%로 14%p 올랐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에는 임신이나 자살•자해, 가출, 폭력 문제 중 ‘자살•자해’를 가장 많이 호소했다. 개발원에서도 이 부분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올해 2만7000여 건으로 지난해(8352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청소년 자해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신적인 문제와 관계가 있다. 청소년이 스트레스를 느낄 때 그 상황을 모면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 상황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겪을 때 대처 방법으로 자해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SNS에 자해 동영상이 많이 올라온다. 관련 영상이나 사진, 글을 보고 자연스럽게 학습하기도 한다. 살아 있는 것을 느끼기 위해, 혹은 누군가에게 ‘나 이만큼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해하는 경우가 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결국 대인관계 문제다. 가족이 함께 살지 않는 가구가 많아졌다.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이 그러지 않을 경우, 돌봐주는 사람이 부족할 경우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최근 청소년들은 높은 교육열에 의한 경쟁 위주의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고도의 학업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활한다. 또래 친구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기도 하는 게 원인으로 짐작된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다.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찾으려 하고 따지는 것보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자해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마음을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 자해가 심각한 경우에는 전문 상담사가 필요하지만, 청소년 자해의 경우는 부모나 주변 친구들 공감이 극복에 도움이 많이 된다. 개발원에서는 2018년 ‘자해 상담개입 매뉴얼’을 개발해 자해 원인, 자해상담전략, 부모 지도방법 등 상담 개입 방법에 대해 17개 시•도 권역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한데. 청소년 폭력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지난해 교육부에서 1차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했는데 피해 응답률이 5만 명(1.3%)으로 2017년 대비 0.4%p 증가했다. 피해 유형별 비율을 보면 언어폭력이 34.7%로 가장 많았다. 집단 따돌림이 17.2%, 스토킹 11.8%, 사이버 괴롭힘 10.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학폭 연령이 낮아진 것이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의 피해응답률이 0.7%p 증가했다. 중학생은 0.2%p, 고등학생은 0.1%p 증가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학폭 연령이 저연령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다양하다. 개인, 가정, 학교, 사회 문제 등 복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청소년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유해환경에 쉽게 노출된다. 범죄를 접하는 형태가 변했다. 최근에 SNS로 이런 범죄 영상이 올라오는데 직접 때린다든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올라간다. 이런 것을 자주 접하면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매체로 다른 사람의 범죄를 보면 자기도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죄의식에 둔감해진다. 인터넷과 영화 등을 통해 범죄를 답습하고 모방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지
▶2012년도부터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또래상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청소년의 마음은 또래 아이들이 가장 잘 안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또래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전국 초•중•고등학교 8205개교에서 36만7876명의 또래상담자가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폭력이 저학년으로 내려가면서 2017년부터는 초등학생용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공교육을 받는 청소년은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게 개발원이 할 일이다. 고등학생 1인에게 지원되는 공교육비가 1000만원 정도다. 2018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 1인에게 지원되는 예산은 약 54만원 수준이다.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은 청소년활동안전공제회에 가입되지 않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올해부터 공제회 가입을 의무화해 재학생과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받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나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 214개 센터가 있다. 청소년들의 학업을 지원받거나 취업,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은 있지만 사실 아직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지원이나 관심이 충분하지 않다. 차별받지 않는 사회제도가 더 많이 마련돼야 한다.

-청소년 젠더 문제는 기존에 없던 현상이다
▶올해 초 개발원에서 청소년의 젠더 문제와 관련해 청소년과 부모 216명을 대상으로 성 혐오 표현에 대한 실태를 조사했다. 청소년의 90% 정도가 성 혐오 표현을 경험했고 70% 정도는 SNS, 동영상, 온라인 뉴스, 웹툰 등 인터넷 환경을 통해 거의 매일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 결과라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이러한 성 혐오 표현을 경험했을 때, ‘하지 말라’는 분명한 거부의사를 밝히기보다 ‘무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쿨’하다는 인식과 함께, 이면에는 ‘또래로부터의 뒷담화’와 같은 배제에 대한 불안감이 내포되어 있었다. 결국 청소년들이 성 혐오 표현을 할 때, ‘잘못되었다’, ‘하지 말라’는 표현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 환경이 변한다. 변화의 주체는 청소년인데 개발원에서도 대응 방안이 필요할 듯하다
▶‘고민프리(FREE) 상담소’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청소년이 고민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친구관계의 어려움, 시험불안, 성격고민, 우울이나 무기력 등 다양한 청소년 고민에 대해 상담자의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업로드하며 청소년과 소통하고 있다.

-원장을 지낸 지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소회는 어떻게 되나
▶기관장이 되기 전 정부에 있었다. 정부가 세운 정책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혹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배우는 시간이었다. 중앙정부가 청소년 안전망 같은 위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면 실제 시행하는 사람은 공무원이다. 한 명의 공무원에게 많은 역할이 주어지다 보니 청소년 문제는 후순위가 되기도 한다. 고위험군에 있는 아이들에게 지원이 미흡하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강조하고 싶은 철학은
▶저출산 시대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도 좋지만 지금 살고 있는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청소년기는 인격이 완성된 시기가 아니다. 얼마든지 변화되고 달라질 수 있다. 희망을 놓지 않게 어떤 환경에 있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든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일, 그게 원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지는 철학이다.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고려대학교 사학 학사
요크대학교 대학원 여성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실 행정관
여성부 권익증진국 국장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 국장
여성가족부 대변인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 실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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