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조금 특별한 방법 《오늘도, 수영》

비전비엔피 2019.09.09 15:00

한 번씩 우리에게는 유난히도 긴 하루가  찾아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부터 불길한 징조를 보이더니 결국 회사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샤우팅과 함께 삿대질이라는 선물을 받고, 이상하게 고르는 것마다 내 것만 꽝인 것 같은 그런 하루. 집으로 가는 퇴근길마저도 사람들에게 평소보다 더 치이는 것 같고, 간신히 눈 밑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참죠. 음악을 들으면서 참고 버텨 보려고 하지만 오늘따라 음악마저도 배신한 듯한 그런 날.

많은 사람들은 이런 날에는 술로 자신을 달래고 위로합니다. 술을 마신다면, 이날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다음날의 저에겐 미움을 받겠죠. 여러분은 이런 날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집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기에는 너무나도 우울하고 힘든 그런 날, 본격 취미 부추김 에세이 《오늘도, 수영》의 작가 '아슬'님은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자신을 위로한다고 합니다.

풍-덩-
아, 차가워.

몸이 으스스 떨리면서 빨리 자유형 한 바퀴를 돌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얼른 수경을 쓰고 팔 동작 한 번에 발을 한 번씩 차면서 마음속으로 ‘가자!’라고 외쳤다. 머리, 어깨, 가슴 순으로 물속에 몸을 재빠르게 집어넣었다. 귀가 물에 잠기는 순간 내 주변에서 웅웅대던 모든 소리가 멈췄다. 그대로 천천히 물살을 헤쳐 나아가면서 세 번에 한 번꼴로 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오늘 내내 나를 괴롭혔던 생각들이 머릿속을 짓궂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한 바퀴를 돌아올 때 즈음부터는 점점 숨이 가빠 오면서 호흡을 언제 할 것인가에 대해 더 집중하게 되었다. 아까는 세 번에 한 번 했는데 이번엔 두 번만 하고 숨을 쉬어야겠다, 따위의 생각들이 나를 지배해갔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수영할 때 옆 사람이 보이긴 하지만 그건 아주 찰나다)은 하루 동안 짊어지고 있던 복잡하고 나쁜 생각들을 지울 수 있게 해준다. 지운다기보다는 물에 씻겨 내려간다는 표현이 좀 더 맞을 것 같다.

 나는 팔다리를 상당한 속도로 나부대면서 한 시간 내내 그것들을 씻어낸다. 머릿속을 맴돌며 내 기분을 상하게 하던 일들은 호흡이 가빠지며 숨이 넘어갈 듯 말 듯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마무리로 샤워장의 뜨끈한 온탕에 잠시 들어갔다가 레드 로즈 향의 바디클렌저로 몸을 씻어내면 끝. 나쁜 생각도, 나쁜 생각에 혹사당한 내 몸도 씻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아주 말끔해진 기분이 든다. 육체도, 정신도 쾌적하고 뽀송뽀송한 순간이다. 특히 청량한 여름밤공기를 맞을 수 있다면 상쾌함으로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집에 돌아와, 캔맥주 하나를 툭 따면서 오늘 내가 느꼈던 가라앉은 감정들에 대해 곱씹어 보았다. 운동하던 순간에는 생각이 안 났는데, 또 나네. 하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노곤해진 나는 다시금 생각한다.

아, 근데 별일 아니었던 것 같아.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네…….

열심히 팔다리를 구르는 사이 하찮은 감정들을 몸 밖으로 밀어내고 수영에 집중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에 돌아와 생각해보면 수영하는 동안 나는 그 감정들을 지우고 있었던 거 같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 보통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속상한 마음을 위로받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고, 남에게 위로를 받으면 오히려 그 감정들이 다시 마음속에서 치밀어 올라와 한 번 더 고통을 느끼는 나 같은 특이체질(?)은 차라리 이렇게 한 시간 만이라도 수영을 하는 쪽이 훨씬 낫다. 그렇게 수영은 나에게 조금 다른 방식의 위로를 주는 운동이다.

수영은 지친 나의 하루를 묵묵히 위로한다.
물속에서 있는 그대로 감정을 내뱉고,
다시 호흡을 들이쉬면서 그것들을 천천히 소멸시킨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한결 가뿐하다.
엄청난 배고픔과 졸음이 몰려오는 것도,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좋다.


본 내용은 본격 취미 부추김 에세이<오늘도, 수영>의
내용을 발췌하작성되었습니다.

오늘도, 수영

저자 아슬

출판 애플북스

발매 2019.09.10.

상세보기

댓글 0

0 / 300
비전비엔피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인기 영상

댓글 0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인기뉴스 더보기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댓글 입력 폼
0 / 300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