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열 인도포럼 운영위원장 “지금 ‘인도’라는 코끼리에 올라타라”

신시열 인도포럼 운영위원장 “지금 ‘인도’라는 코끼리에 올라타라”

더리더 2019-09-11 08:30:00 신고

국가성장 본격화 시기, 반드시 함께해야 할 전략적 동반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는? 2024년 전 세계 인구수 1위를 차지할 나라는? 미국, 중국과 함께 확고부동하게 G3로 부상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인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2018년부터 신남방정책을 펼치며 그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인도는 낯선 국가다. 

최근 인도 비즈니스 입문서인 <코끼리에 올라타라>를 저술한 신시열 인도포럼운영위원장은 “인도라는 국가의 성장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일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신 위원장은 지리적 위치, 경제적 여건, 정치적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봤을 때 인도는 한국이 반드시 함께해야 할 전략적 동반자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 인도라는 코끼리에 올라타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CJ오쇼핑 인도 합작법인인 숍CJ의 법인장을 맡으면서 인도 비즈니스를 몸소 경험했다.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크기 면에서 인도는 대한민국의 약 33배, 한반도의 약 15배다. 인구는 현재 약 13억7000만 명으로 14억2000만 명의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2018년 10월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인도의 총 GDP(국내총생산)는 2조6900억 달러로 세계 7위다. 우리나라는 총 GDP가 1조5300억 달러다.
인도의 1인당 GDP는 약 1938달러다. ‘1인당 GDP가 이렇게 낮은데 인도가 경쟁력 있는 나라인가?’라는 물음의 답은 PPP(Purchasing Power Parity, 구매력 지수) GDP에 있다. 물가를 감안한 구매력을 평가하는 PPP GDP로 환산하면 명목 GDP의 약 4배가 된다. 1938달러의 4배인 7752달러가 실제 GDP라는 말이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의 2017년 11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PPP GDP를 근거로 했을때 1위가 중국, 2위가 미국, 3위가 인도였다(한국 13위).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인도가 미국을 추월해 전 세계 2위 부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최근 인도 비즈니스 입문서인 <코끼리에 올라타라>를 저술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4년 반 인도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생생한 경험담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이 있었고, 우리나라가 인도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약 2년 반의 시간 끝에 책이 나왔다.
지금이 2019년 8월인데 중국의 사드 보복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고,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패권 전쟁 중이다. 또한, 책을 썼던 시기에는 직접적인 해당 사항은 없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과 수출규제, 역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대외적인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25%이고, 홍콩과 대만까지 합치면 31%로 올라간다. 거의 1/3 정도를 중화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 변화가 생기면 제2, 제3의 사드 보복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탈피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에서 책을 쓰게 됐다.

-인도의 경제 이야기 중 ‘모디노믹스’에 주목했는데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 정책을 의미하는 모디노믹스(Modinomics)의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민간이나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해 기업의 고용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근로자와 노동자들의 수입이 늘어나 소비가 촉진되고, 그에 따라 기업 매출이 확대되면 시장이 확대된다. 그걸 보고 민간기업이나 외국인이 추가적인 투자를 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정착되는 것이다.
모디노믹스 핵심 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조업을 육성한다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다. 제조업 육성을 통해 2022년까지 약 1억 개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제조업 비중이 전체산업 대비 25%를 차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조업 육성과 동시에 ‘인프라 개발’이다. 인프라 개발은 다시 두 개의 세부 내용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스마트 시티를 2022년까지 100개 건설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산업회랑(Industrial Corridor) 정책이다. 회랑은 복도라는 뜻이다. 인도 7대 도시를 고속화물철도, 고속도로, 산업도로로 연결하는 인프라 개발 계획이다. 과거 고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던 것처럼 말이다. 모디 총리는 그동안 여러 번 인도의 향후 발전 모델로서 한국을 꼽아왔다. 구자라트 주 총리를 12년간 역임하면서 29개 주 중 1등으로 만들고, 인도의 미래로 스마트시티와 산업회랑 계획을 세운 이면에는 한국이 있다.

-인도 성장의 큰 축으로 인구 경쟁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인도의 인구분포 특징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인도의 현재 인구는 13억7000만 명이다. 지금의 인구증가율 속도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2024년 인도의 총인구수는 중국의 총인구수를 넘어선다. 그 시기가 되면 전 세계가 인도를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인도 중산층이다. 인도의 중산층이 2억 명 정도인데 이들의 소득은 연평균 약 1500만원이다. 여기서 아까 언급했던 PPP, 구매력 지수를 따지면 6000만원 정도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중산층은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버팀목이자 중요한 요소인데 인도는 탄탄한 허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인도는 인구 구조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2017년 미국중앙정보국(CIA)의 전 세계 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인도인의 중위 연령은 28세로 굉장히 젊다. 반면 중국은 37.4세로 나타났다. 중국보다 10년 젊은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구매력이나 일할 수 있는 노동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인도는 중국처럼 산아제한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024년에 인구 순위가 바뀌고 2100년경에는 인도는 16억 명, 중국은 11억 명 정도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측되지만 한국 기업들의 인도시장 진출은 여전히 더딘 상태다. 정부와 코트라, 무역협회가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할까
▶인도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회사는 지난해 월마트가 지분 77%를 인수한 플립카트(Flipkart)와 제프 베조스 미국 아마존 사장이 2013년 시작한 아마존 인디아(Amazon India)다. 두 개의 사이트에 있는 한국상품은 총 몇천 개 수준이다. 절대수가 부족할뿐더러, 배송 소요기간이 3~4일인 품목도 있지만, 3~4주 배송기간이 소요되는 것도 있다. 후자처럼 오랜 시간 배송하는 상품은 아직 인도 물류창고에 해당 상품이 없고, 상품 주문과 함께 그때부터 한국에서 제품이 발송되거나 통관 과정 등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이 소위 ‘재미’를 볼 수 없다.
한국에서 물건이 수출되면 인도에 있는 벤더들을 통해 수입을 하고 통관을 하는 데 비용이 수반된다. 통관이 되면 물류창고에 일정기간 적재해야 하므로 적재할 창고가 필요하고, 창고 보관 기간 동안 비용이 발생한다. 그 다음에 소비자가 해당상품을 주문하면 배송 비용이 또 발생한다. 모든 과정에 비용이 수반되는데 이것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지원은 한국이 정부 주도 벤더를 인도 내에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해 복잡한 과정에서 수반되는 시간적, 비용적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활성화 기간을 두고 시스템을 돌리면 규모의 경제가 되면서 눈덩이가 커질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인 이유와, 한국은 IT강국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인도와 한국 모두 IT강국이라고 하는데, 명확하게는 인도의 IT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강국이라는 뜻이고, 한국은 정보통신과 같은 IT하드웨어 강국이라는 뜻으로 개념적인 차이가 있다. 인도가 왜 소프트웨어 강국이냐 하면 수학에 매우 강한 나라다. 수학에서 0의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나라가 인도다. 우리는 구구단을 외우는 데 반해 인도에서는 베다수학이라고 하여 19단을 외운다. 2016년 11월 인도의 천재 수학자인 라마누잔의 일생을 그린 <무한대를 보는 남자>라는 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된 적도 있다.
인도가 전체적으로 가난하다 보니 사회적으로 더 잘살아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그 시도는 수학과 영어에 있어 뛰어난 민족을 만들었다. 그 결과 구글의 CEO 선다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 펩시코의 인두라 누이 회장 등 글로벌 대기업의 수장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모두 인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학 교육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학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 실력이 세계적인 기업의 CEO를 배출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인도에서 우리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진입장벽은 무엇인가
▶사실 아직도 인도의 복잡한 행정 절차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장벽은 인도에 대한 낮은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의 대(對)인도 누적투자액은 한국의 누적투자액보다 11배 정도 더 많다. 실제로 인도 진출은 한국이 먼저 했다. 1990년대 중반 삼성, 엘지, 현대자동차가 인도에 진출하면서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그걸 바라본 한국의 다른 기업들이 인도가 블루오션이라고 보고 뒤따라 진출했지만 줄줄이 실패했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면서 ‘빨리빨리’만 강조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인도의 문화나 소비자에 대한 시장조사도 없이 ‘빨리 뛰어들기만 하면 우리도 성공할 수 있겠지’ 했던 것이다. 그런 부분부터 먼저 개선하고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인도에 대해서도 너무 모르고 있다. 인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면에서 봤을 때도 절대다수가 잘 모른다. 단적인 예로 서점에 중국에 관한 책이 100권 있다면 인도에 관한 책은 5권 정도인 수준이다. 비즈니스 쪽은 특히 더 찾기 어렵다. 그런 부분들이 가장 바꿔야 할 진입장벽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도는 발리우드(뭄바이의 옛 지명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산업 규모도 세계 최대 수준이다. 한국 문화산업 콘텐츠의 인도 진출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는가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많은 분들이 인도에도 한류가 있냐고 묻는데 아직까지는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2016년 인도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고아 국제 영화제’의 주빈국이 한국이어서 임권택 감독이 참석하기도 했다. 한국 문화 콘텐츠도 인도에 진출하고 있다. 드라마 <허준>과 <태양의 후예>는 각각 2016년과 2017년도에 방영됐다. <허준>은 시청자가 3300만 명, <태양의 후예>는 5000만 명 정도였다.
BTS의 팬클럽인 Army가 인도에는 2014년에 설립됐다. BTS가 아직 인도에 간 적은 없지만 얼마전 BTS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구자라트 주의 주도인 아메다바드와 인도 8대 도시 중 하나인 푸네에서 상영됐다. 아직까지 한류가 전파되기에는 조직적인 기획이 부족하지만 시도는 계속해서 되고 있고, 체계적으로 퍼질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신남방정책을 제시하며 핵심 협력국으로 인도를 꼽았다. 양국이 어떻게 협력해야 윈윈할 수 있을까
▶양국 정상 간에 정기적인 만남이 받쳐줘야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모디 총리는 취임 2년 만에 미국을 네 차례 방문했고, 7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런 정례화된 만남을 토대로 탑다운 방식의 어젠다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어젠다가 만들어지고 그 다음 장관, 차관, 국장 등 실무 차원에서의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구체적인 솔루션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대(對)인도 무역흑자가 97억 달러다. 현재 인도의 대(對)한국 무역수지는 100억 달러 적자 상태다.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걸 꼭 무역거래를 통해서만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도는 우주항공기술의 강국 중 강국이다. 2014년 9월 초, 인도는 무인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을 화성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전 세계에서 4번째, 아시아에선 최초였다. 미국의 화성탐사선 1호가 메이븐이었는데 인도는 메이븐의 1/10 비용으로 똑같은 화성탐사선을 단 한 번의 시도로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는 3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는데 당시 비용이 8000억원 정도였다. 나로호는 비용과 기술 문제가 많았다. 인도와 무역 적자가 많은데 수출만 하려고 하지 말고 저렴하면서도 선진적인 우주항공기술을 활용하면 무역적자도 줄이고, 발달된 기술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국가 간의 관계 개선과 윈윈전략을 실현해야 한다.


신시열 인도포럼 운영위원장
1963년 서울 출생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학사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 석사
로체스터대학교 MBA, 마케팅/재무 전공
동서리서치 연구원
미국 코닥 본사 마케팅 스페셜리스트
018 한솔PCS 지점장, 한솔아이글로브 기획팀장
CJ오쇼핑 TV 사업부장 상무 및 인도법인장(숍CJ)
오코멕스 대표이사
現 넥스젠바이오텍 영업마케팅 사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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