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stable is] 페이스북의 도전…‘리브라’가 출시될 수 밖에 없는 3가지 이유?

블록인프레스 2019.09.12 06:00


[편집자주] 우리는 세상을 한 발자국 먼저 내다보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최근 페이스북, JP모건, 유니온뱅크, 미쓰비시UFJ파이낸셜 등 글로벌 IT·금융그룹이 일제히 한 가지 키워드를 꺼냈다.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발행 계획을 드러낸 이들의 행보는 다시 한 번 암호화폐 시장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왜 암호화폐, 그 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희망을 걸었을까. 그 답은 안정성, 즉 ‘사용성’에 있다. 

하지만 올해, ‘스테이블코인 대장’ 테더 발행기관이 구설에 오르면서 안정성을 위해 태어난 이들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산업을 이끌 새로운 키워드로 주목받는 동시에 ‘발행기관 불신’이란 생존 문제를 맞닥뜨린 셈이다. 블록인프레스가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취재하며 이들의 생존여부를 뜯어본 이유다. 

과연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리브라’는 빛을 볼 수 있을까. 지난 6월 전세계 관심 속에 ‘리브라’ 백서가 공개됐지만 각국 규제 당국은 총공세를 시작했다. 가격을 안정화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은 기존 통화, 금융 안정성에 대한 도전으로 읽혔다. 정치권에선 IT공룡의 영향력이 지나치다며 “페이스북을 쪼개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이대로 리브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블록체인법학회가 주최한 ‘리브라노믹스’ 세미나에서는 “리브라 출시에 힘을 싣는 몇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리브라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 의제가 되고 있는 ‘포용적 금융’을 준수한다. 이로써 규제 당국의 기준에 부합하고, 신규 신용시장도 창출해 수익을 낸다는 계산이다. 특히 리브라가 미국 달러의 수요처를 늘리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국이 디지털경제에서 기축통화로 리브라를 활용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내년 출시를 앞둔 리브라는 금융 당국, 금융 시장, IT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포용적 금융을 중요과제로 삼을 겁니다.” 금융위원회 신임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이다.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금융정책의 핵심 가치기도 하다. 2017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화두가 거론됐다. 빈곤 퇴치, 고용 창출, 성평등, 여성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교보증권 임동민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적으로 생산성 저하, 불평등 확대로 인해 경제활동 탈락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갈수록 디지털경제 비중이 커지면서 (경제활동 인구를 디지털에서 수용하는) 포용적 금융은 중요한 의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간 기업이 앞장서서 포용적 금융에 나서긴 어려운 노릇이었다. 현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용재 마케팅 선임매니저는 “자본주의 시대에선 신용 창출과 자본 팽창으로 경제가 돌아가기 때문에 미래 가치보단 실용을 중시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포용적 금융’만으론 돈을 벌 수 없던 구조라서 일괄적으로 세금을 들여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리브라는 포용적 금융이라는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이 선임매니저는 “페이스북은 금융소외계층이 직접 리브라로 돈을 주고받는 걸 보여줘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며 “유색인종을 리브라 홍보 모델로 앞세우는 계산이 모두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가진 금융 소외계층에 리브라가 편리한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 계층에게 디지털 신용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면 개인 맞춤형 디지털금융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리브라 공식 영상. 출처 : 리브라 유튜브 채널)

이 선임매니저는 “달리 말하자면 ‘퍼스널 뱅킹’이 가능해졌다”며 “페이스북 입장에선 최대 규모 플랫폼과 메신저앱로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규제 당국뿐 아니라 페이스북 같은 기업 입장에서도 포용적 금융으로서 리브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다.

또 하나의 이유는 리브라가 미국 달러의 수요처를 신설하는 창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부가 리브라 출시를 용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선임매니저는 “미국 달러가 꾸준히 수요처를 창출해 기축통화로 자리잡은 역사를 갖고 있다”며 “미 정부 입장에선 달러가 이미 디지털화한 상태에서 달러가 쓰일만한 매력적인 디지털 용례가 있어야 한다고 여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달러의 기축통화 체제를 탄탄히 만들었던 페트로달러가 리브라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70년대 미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고 석유를 구입할 때 미국 달러를 쓰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를 페트로달러라고 부른다.이로써 달러는 석유에 관한 수요를 흡수해 널리 쓰이는 기축 통화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경제에서 리브라를 통해 미 달러가 더 널리 활용된다는 판단이 선다면 리브라는 반대로 달러의 수요처를 새로 확보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중국은 위안화 기반의 원유 선물거래를 개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MBC)

<마스터링 비트코인>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팟캐스트를 통해 “내가 프랑스나 인도 재무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맙소사. 언젠가 리브라가 자국 채권을 매입할뿐 아니라 아예 통째로 끌어들이겠구나’ 짐작할 것 같다”며 “리브라는 소규모 국가에서 시작해 점점 더 큰 국가를 (디지털 통화로) 점령해나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에 보이는 관심에서 리브라가 미국 정부로부터 용인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리서치센터는 중국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보고서에서 “중국인민은행(PBoC)이 CBDC를 통해 위안화 회전율뿐 아니라 사용처를 국제 사회로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가 IT플랫폼을 통해 외연을 넓히는 그림이다. PBoC의 CBDC 파트너로 거론된 알리바바, 텐센트는 미국 달러와 리브라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리브라용 전자지갑 개발사 칼리브라의 데이비드 마커스 대표는 지난달 리브라 청문회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경쟁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마커스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이 (디지털 통화와 결제 영역에서) 혁신을 리드하지 않는다면 국가 안보기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주도권을 주고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쿼츠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 마크 카니 총재는 “여러 통화를 담보자산으로 둔 SHC(합성 패권 디지털통화)가 널리 쓰인다면 달러가 국제 금융 여건에 미친 영향력은 줄어든다”며 “기존 신용 시장에서도 달러의 우세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디지털통화 경쟁이 미국으로 하여금 리브라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썸네일 출처 : 블록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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