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stable is] ‘1인자 파헤치기’…’테더’ 발행량 뛰면 비트코인 가격 껑충?

블록인프레스 2019.09.12 06:00


[편집자주] 우리는 세상을 한 발자국 먼저 내다보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최근 페이스북, JP모건,유니온뱅크, 미쓰비시UFJ파이낸셜 등 글로벌 IT·금융그룹이 일제히 한 가지 키워드를 꺼냈다.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발행 계획을 드러낸 이들의 행보는 다시 한 번 암호화폐 시장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왜 암호화폐, 그 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희망을 걸었을까. 그 답은 안정성, 즉 ‘사용성’에 있다. 

하지만 올해, ‘스테이블코인 대장’ 테더 발행기관이 구설에 오르면서 안정성을 위해 태어난 이들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산업을 이끌 새로운 키워드로 주목받는 동시에 ‘발행기관 불신’이란 생존 문제를 맞닥뜨린 셈이다. 블록인프레스가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취재하며 이들의 생존여부를 뜯어본 이유다.

“테더(USDT) 공급량이 늘면 비트코인이 오른다.”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투자 격언처럼 통한다. USDT 발행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향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테더사는 미국 달러를 담보자산이자 가격 기준으로 삼는 암호화폐 USDT를 발행하는 회사다. 

2014년 탄생한 스테이블 코인 USDT는 현재 암호화폐 시가총액 6위다. 안정적인 가격과 타 암호화폐와 빠르게 교환할 수 있다는 경쟁력 덕분에 바이낸스, 후오비 등 글로벌 코인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표 스테이블 코인으로 자리잡았다. 

USDT 발행량이 증가하면 정말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릴까. 블록인프레스는 데이터 분석사 라이즈와 함께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간 USDT 발행량과 비트코인 가격 사이의 상관도를 분석했다.

2017년 비트코인 가격(주황)과 USDT 발행량에 해당하는 시가총액 (파랑)차트. (이미지 출처 : 라이즈)
2019년 9월 4일까지의 비트코인 가격과 USDT 발행량 차트 (이미지 출처 : 라이즈)

결론을 보면 2017년 강세장과 올해, 테더 발행량과 비트코인 가격의 상관도는 높았다. 

라이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올해 USDT 발행량과 비트코인 가격 사이의 상관도는 0.95로 2017년과 동일했다. USDT 발행이 늘어나는 것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완전히 일치할 때 상관도를 1이라고 간주할 때, 2017년과 2019년 이들의 상관관계는 높았다. 암호화폐 열풍이 일었던 2017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USDT 발행량과 비트코인 가격이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 셈이다.

반면 2018년에는 두 지표 사이의 상관도가 -0.25였다. USDT 발행이 늘어났더라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지 않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2018년 비트코인 가격과 USDT 발행량 차트. (이미지 출처 : 라이즈)

왜 작년 USDT 발행량은 2017년, 2019년과 달리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암호화폐 거래소 지닥(GDAC)의 김완순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유동성이 증가한다고 무조건 가격 상승으로 수렴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자체가 위험자산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 전반에서 투자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국면이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USDT 발행량 증가에 따른 유동성 공급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연결고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김 애널리스트는 “2018년 이전까지 미국이 통화를 시중에 풀어 위험을 받아들이는 국면이었고,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테더가 USDT를 풀어 유동성을 늘리니 위험자산의 가격이 온전히 유동성 증가의 영향을 받았다”며 “2018년에는 위험 회피 경향이 되다보니 암호화폐 유동성이 증가해도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USDT 발행량이 늘어나거나 높게 유지되는 상태라도 안전자산 수요가 높을 경우 비트코인 가격은 오르지 않고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데이터 분석사 딥서치의 주은환 사업개발 담당자는 “주식은 기업 밸류에이션에 따라 매수 후 보유하는 가치 투자를 할 수 있다”면서도 “암호화폐는 밸류에이션 평가가 쉽지 않아 금, 은과 같은 상품처럼 모멘텀을 보며 트레이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유동성과 가격 폭발 사이에 선후관계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5년 이후 USDT 시가총액 및 거래금액 추이. (이미지 출처 : 코인마켓캡)

한편,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자본시장 유동성과 위험자산 투자성향이 확대되긴 어려운 환경이란 분석이다. 이번 달 최고치에 도달한 USDT 발행량이 곧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암시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0년만에 달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오는 17~1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회의에서도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가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 증가를 보여줬고, 이 현상이 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국면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 연말 처럼 폭등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을 유도하고, 시중으로 현금을 풀고자 했다. 

연방준비은행 경제 통계(FRED)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의 총 자산은 2018년 1월부터 하락세를 걸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 관련 채권 만기도 계속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사이클이 예견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2017년 같이 리스크 감수 국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나, 내재적 경제 성장을 보여줄 만한 수요가 생기지 않다”며 “과거 대비 유동성 여력이 높지 않아 현재처럼 테더 발행량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FRED 차트.

USDT의 ‘지급준비금 논란’이 향후 비트코인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주 매니저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고, 금리가 또 인하되면 유동성이 더 늘어난다”면서도 “USDT 발행과 달러 입금 사이의 연관성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테더가 4조 달러에 가까운 USDT 시총에 준하는 지급준비금을 실제로 확보해 USDT를 발행했는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그간 테더는 신규 USDT를 발행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7월 USDT 50억 개가 한꺼번에 새로 발행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당시 실수로 발행됐던 9억 500 개의 USDT는 즉시 회수됐지만, 테더의 불투명한 운영방식이 또 다시 부각됐다. 

이는 USDT가 비트코인 가격을 조작하는 데 쓰였다는 의혹과도 연결된다. 미국 텍사스대학 존 그리핀 교수와 논문 공동저자 아민 샴스 교수는 2017년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데 USDT가 쓰이면서 가격 폭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 바 있다. 

6월 암호화폐 전문 매체 디크립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10만 달러를 투자한 이들이 USDT를 선주문한 후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등을 매수해 개미들을 끌어모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테더, 실수로 50억 USDT 신규 발행…”공기로 돈 뽑는 프린터” 갑론을박

한 업계 관계자도 “테더가 준비금이 없는 상태에서도 USDT를 찍어낸 후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식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게 할 수 있다”며 “USDT를 한꺼번에 발행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행태”라고 토로했다. 

USDT는 비트코인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암호화폐 전문 매체 크립토브리핑에 따르면 2017년 중반 이후 비트코인 거래에서 USDT는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를 앞질렀다. 올해 5월에는 전체 거래의 약 60%를 차지했다. 

USDT의 불확실성이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운데이션엑스 정성동 전략리드는 “테더는 기준금리 인하, 주식시장 폭락보다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핵심 변수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테더는 비트코인 가격 조작으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짚었다. 

썸네일 출처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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