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文대통령의 뚝심 인사

[춘추관에서]文대통령의 뚝심 인사

이데일리 2019-09-12 12:00:00 신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국 신임 장관이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 재가하면서 특유의 뚝심 인사를 보여줬다. 딸 입시·웅동학원·사모펀드 논란 등 그 어느 때보다 갑론을박이 심했던 인사였기에 문 대통령마저도 임명 재가와 철회를 동시에 고려했을 정도로 결정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면서 신뢰를 보낸 인사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했다.

조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명 후 한달 동안 네이버에 조국 후보자 관련 기사가 118만건이라고 했다. 통계의 오류도 고려해야겠으나 한달간 대한민국이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임명 재가 직전 태국·미얀마·라오스를 순방했지만 이슈의 핵심은 조 장관과 관련된 논란이었다.

야권에서는 이 같은 문 대통령의 결정을 ‘불통’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그 근거로 8·9개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미채택 인사를 22명이나 임명 강행했다는 점을 꼽는다. 인사청문회가 정착된 이명박 정부 17회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물러난 인사의 숫자를 비교해보면 문 대통령이 일방적 불통 인사를 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청문 대상 후보자 중에 낙마한 인사는 각각 11명씩이었다. 문 정부 들어 8명이 낙마한 것을 고려하면 엇비슷하다. 국회의 정부 발목잡기가 더욱 강해졌다는 의미다.

더욱이 조 장관 이슈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채택 인사 22명은 단순 숫자의 문제일 수도 있다. 8·9개각 대상자 중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인사는 김현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유일하다.

김 장관은 32년 동안 농식품부에서 일한 정통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쟁의 소지가 적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9일 처음으로 임명장 수여식을 생중계하면서 “이번 인사 대상자 7명 중 관료 출신으로 현직 차관이었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1명에 대해서만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 받았을 뿐 외부 발탁 후보자 6명에 대해서는 끝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했다”라며 “이런 일이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고 특히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개탄했다.

물론 이번 조 장관 임명이 문재인 정부가 자랑한 인사시스템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크다. 노무현 정부와 닮은 문 정부에서도 인재 등용시 인사수석의 추천, 민정수석의 검증, 인사위원회의 결정이라는 참여 정부 시스템을 따랐을 것이다.
지난 7월 26일 춘추관에서 신임 수석 인선안을 발표 후 조국 민정수석이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뒤로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오르는 과정에서 공백이 생겼다. 조 장관은 지난 7월26일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왔고 2주만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올랐다. 조 장관의 뒤를 이어 민정수석이 된 김조원 신임 수석이 송곳 검증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을 수밖에 없다.

‘한 입으로 두 말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인 야당 시절 민정수석이 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케이스를 두고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규탄 결의문까지 냈다. 당시 청와대 인사의 법무부 장관 직행을 비판했던 민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앞장 서서 조 장관을 비호했다.

국론이 양분됐을 정도로 논란이 심했던 이번 인사 과정에서도 조 장관을 임명 강행한 것은 문 대통령 특유의 뚝심 인사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보좌진을 교체하지 않는 쪽으로 유명했다. 문 대통령과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일했던 인사는 “사무실 업무를 봐주시는 아주머니 중에 20년 넘게 근무하신 분도 있다”고 했다.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받지만 한번 믿음을 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일화다.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고, 이 인사를 통한 책임은 정치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지면 된다.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올랐지만 공직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조 장관 주변인들의 검찰 수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의 표심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다만 지난 2015년 민주당 당대표와 인재영입위원장을 동시에 수행하며 20여명의 인재 영입을 발표하던 때의 정성과 파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당시 영입된 조응천 의원은 “(문 대통령이) 매일 같이 찾아왔다”고 입당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삼고초려’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야당 시절에도 미치지 못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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