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47) 인류 첫 블랙홀 발견의 일등공신 EHT 그리고 중력파

이데일리 2019.09.12 12:08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 4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됐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존재하던 블랙홀이 실재가 된 순간이었다. 도넛 모양의 불덩이에 비단 천문학자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설레고 들떴다.
사진=EHT 공식 홈페이지.
위대한 발견이 늘 그렇듯 인류 첫 블랙홀 발견도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의 우연한 성과는 아니었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 인류가 발견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선 가능한 큰 망원경이 필요했다. 망원경이 클수록 천체에서 더 많은 빛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해능(해상도)이 좋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망원경을 구상해 냈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은 바로 지구 크기의 망원경일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지구 만한 크기의 망원경은 불가능하다. ‘간섭계’라는 시스템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가상 망원경이 등장한 이유다.
M87 블랙홀 관측에 활용된 전 세계 8개 전파망원경. 사진=EHT공동연구진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비결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한 지구만한 크기의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이다. EHT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 이름인 동시에 이 가상망원경의 이름이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망원경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동일한 천체의 신호를 받는다면 여러 대의 망원경 간 거리를 아우르는 거대한 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8대 망원경 사이의 간격은 지구의 자전이 메웠다. 지구는 자전하고 각 망원경도 그에 맞춰 위치를 계속 바꾸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구의 자전을 이용해 합성하는 기술로 1.3밀리미터 파장 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규모의 망원경이 구동되는 것이다. 이런 가상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라고 한다. EHT의 공간 분해능(해상도)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분해능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공개된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모습. 사진=EHT 공식 홈페이지.
블랙홀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하나의 개념은 중력파라는 개념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6년에 미국 과학자들은 블랙홀 간 충돌의 흔적인 중력파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고 이듬해 바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지난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중력파라는 성질을 예측한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방정식을 쉽게 풀이하자면 중력이 있다면 그 근방에서의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것이다. 보자기를 펼쳐 그 위에 구슬 올려놓은 모습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력에 변화가 있다면 시공간의 휘어짐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시공간의 곡률(휘어짐)이 변하면서 생기는 울림이 바로 중력파라는 것이다.

이 중력파도 지난 2016년까지는 직접적으로 관측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2월 12일 중력파 검출 시스템인 라이고(LIGO)에서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져 있는 위치에서 두 블랙홀의 충돌로 발생한 블랙홀이 관측됐다. 두 개의 블랙홀은 충돌하면서 하나로 합쳐지는데 각각의 단일 질량의 합보다 가벼운 질량의 블랙홀이 된다. 예컨대 ‘1+1=2’가 아닌 1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라진 질량은 어디로 갔을까? E=mc2 , 에너지(E)와 질량(m)이 서로 변환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또 다른 이론에 의해 에너지로 변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중력파라는 파동의 형태로 우리에게 전달된 것이다. 도움말=김연호 과학커뮤니케이터.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김연호 과학커뮤니케이터 “삶과 동떨어진 천문학, 삶에 녹이고 싶다”

“우리 생활에 동떨어진 천문학을 일상생활에 녹일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5월 과학문화 전도사 ‘과학커뮤니케이터’ 선발대회인 ‘2019 페임랩 코리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며 6기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위촉된 김연호(사진) 씨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김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궁극적으로 ‘코스모스(COSMOS)’로 유명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처럼 천문학의 대중화에 나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중력파 검출 성과로 지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킵 손(Kip S. Thorne)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명예교수의 방한이 자신이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되기로 결심한 큰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난 2015년 중력파가 발견되기 전 킵 손 교수가 방한했을 때 강연한 녹음파일을 아직도 들고 다닌다”며 “‘인터스텔라의 과학’이라는 주제였는데 어린 학생들에게는 동기기부여를, 성인들에게는 과학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는 강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제 연구를 잘 모르는 대중들과 흥미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과학 대중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페임랩 대회를 통해 좋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대회에 지원해 결국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 과학커뮤니케이터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기존 과학커뮤니케이터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과학대중화의 소외지역인 비수도권 대중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그는 “다들배움, 사이언스 버스킹,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Science Night Live)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기획·운영하면서 독자적인 콘텐츠도 만들어 보고 싶다”며 “특히 제 학교가 있는 호남권은 성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학 콘텐츠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호남권을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의 대중들도 즐길 수 있는 과학행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천문학에 대해 나눌 기회들이 정말 기대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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