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머리·불펜피칭·마틴… 절치부심해 되살아난 류현진

회색머리·불펜피칭·마틴… 절치부심해 되살아난 류현진

일간스포츠 2019-09-15 15:11:42 신고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열흘 만에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달 12일 애리조나전 이후 5경기 만의 무실점 투구.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공 90개로 아웃카운트 21개를 잡아냈다. 평균자책점도 2.45에서 2.35로 좋아져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수성했다.
 
다만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13승을 수확하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류현진은 0-0으로 맞선 8회초 자신의 타석을 앞두고 대타 에드윈 리오스로 교체됐고, 다저스 불펜이 8회말 3점을 허용해 팀은 0-3으로 패했다.
 
절치부심한 경기였다. 8월 중순까지 평균자책점 1점대를 수성하며 승승장구하던 류현진은 지난 네 차례 등판에서 급격하게 무너져 위기를 맞았다. 총 19이닝 동안 21자책점을 내줘 평균자책점이 9.95에 달했고, 한 경기를 마칠 때마다 평균자책점이 수직 상승해 2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달 24일 뉴욕 양키스전(4⅓이닝 7실점)과 30일 애리조나전(4⅔이닝 7실점)에 이어 지난 5일 콜로라도전에서도 4⅓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3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하는 굴욕을 경험해야 했다.
 
'볼넷 없는 투수'의 상징이던 류현진이 콜로라도전 한 경기에서만 다섯 개의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결국 한 차례 휴식을 처방했다. 동시에 류현진도 남다른 노력을 시작했다. KBO 리그 시절부터 하지 않았던 등판 이틀 전 불펜 피칭을 두 경기 연속으로 루틴에 포함시켜 밸런스 회복에 힘썼고, 머리 색깔을 회색으로 염색하면서 심기일전한 마음가짐을 외적으로도 표현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열흘 만에 다시 오른 마운드. 류현진에게는 여러 모로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 일단 등판 장소가 '약속의 땅' 시티필드였다. 류현진은 메츠의 홈인 시티필드에서 이날 전까지 통산 3경기에 나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35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메츠 역시 류현진이 통산 4승 1패, 평균자책점 1.38로 좋은 성적을 올린 상대 팀이었다.
 
또 로버츠 감독은 부진했던 지난 4경기에서 류현진의 공을 받았던 신인 포수 윌 스미스 대신 시즌 중반까지 역사적 행보를 함께했던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을 선발 라인업에 배치했다.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로 노련하게 리드하는 마틴의 조력 속에 초반부터 기세를 올려 나갔다.
 
1회를 삼자범퇴로 가볍게 마친 뒤 2회 역시 2사 후 로빈슨 카노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을 뿐 실점 없이 빠르게 마쳤다. 3회 역시 2사 후 아메드 로사리오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게 전부. 4회와 5회는 연속 삼자범퇴로 일사천리였다. 5회까지 투구 수도 66개에 불과했다. 6회 역시 상대 선발 제이콥 디그롬의 기습적인 번트를 마틴이 잘 처리해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이후 7회를 마칠 때까지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13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벌였다. 올 시즌 홈런 47개를 때려내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는 메츠 4번 타자 피트 알론소와의 승부에서도 삼진 하나를 포함해 3타수 무안타로 완승했다.
 

류현진은 그렇게 부진의 늪을 빠져 나와 다시 '괴물 모드'로 돌입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7년 만의 첫 개인 타이틀도 가시권에 들어왔고, 한 발 물러나는 듯했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류현진과 마틴의 조합을 보면 편안함을 느끼는 수준"이라며 "투구 리듬과 배터리 간의 친밀함을 찾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류현진 역시 "머리카락을 회색으로 염색한 게 분명히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농담하면서 "한 차례 등판을 거른 점과 재정비 기간의 불펜 피칭과 같은 변화들이 좋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모처럼 활짝 웃었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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