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디그롬 같은 최고투수와 맞대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변화를 줘서 위기를 극복한 적이 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류현진(32·LA 다저스)은 15일 뉴욕 메츠전에서 모처럼만의 7이닝 2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로 지난 4경기의 부진을 털어낸 뒤 ‘변화’가 성공의 열쇠였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리그에서도 볼넷을 잘 내주지 않기로 소문난 투수이지만, 무사사구 경기는 지난 6월17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약 3개월만에 거둔 성과다.

류현진은 “최근 부진할 때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 불펜피칭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준 부분이 좋은 제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류현진의 최근 체인지업과 속구는 평소보다 3인치 정도 벗어나 제구된다”며 “불펜피칭을 통해 메커니즘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맥이 통한다.

선발 맞상대인 리그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의 존재, 그리고 그덕에 빠른 템포로 전개된 투수전도 류현진의 집중력을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류현진은 “리그 최고 투수와 상대하려면 최소실점으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경기가 투수들이 좋은 리듬을 유지할 수 있게 전개됐고, 그러면서 7회까지 잘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최고의 투수와 맞대결해 좋은 승부를 한 것 자체로 좋다”고도 했다.

되찾은 익숙함도 류현진의 호투를 도왔다. 신인 포수 윌 스미스와 호흡을 맞춘 최근 3경기에서 모두 5회 도중 강판됐던 류현진은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과 다시 만나 안정을 되찾았다. 류현진이 마틴과 호흡을 맞춘 19경기에서의 평균자책은 1.60에 달한다. 반면 타격 실력이 상대적으로 빼어난 스미스와 호흡을 맞출 때 류현진의 평균자책은 5.81까지 오른다.

류현진은 자신이 최근 부진했을 때 그 원인을 포수에게 돌리지 않았다. 다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과 마틴 사이에는 친밀함과 특유의 리듬이 있다. 류현진이 마틴과 호흡을 맞췄을 때 잘 던진 점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마틴은 류현진의 거장과도 같은 7이닝 호투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윤승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