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수의사는 가축과 인간 건강책임지는 '원헬스' 전문가"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수의사는 가축과 인간 건강책임지는 '원헬스' 전문가"

이데일리 2019-09-17 04:00:00 신고

[이데일리 류성 기자] “가축과 인간의 건강은 뗄래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건강하지 못한 가축의 고기를 주요 영양분으로 섭취하다 보면 인간 또한 병에 들수 밖에 없다.”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식생활에서 육식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축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유럽등 선진국을 중심으로는 ‘가축과 인간의 건강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는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이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지난 2014년 세계수의사회와 세계의사협회는 동물과 인간의 건강은 하나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양 단체가 공동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두 단체는 매년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원 헬스’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가축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국내에서는 가축을 대상으로 한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여전하다. 가축도 인간과 똑같다. 가축에게 항생제를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잘못 투여하면 가축의 건강은 무너지게 된다.”

김회장은 최근 들어 국내 축산업계에서도 항생제 오남용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미생물 등을 이용한 천연 항생제로 대체하는 축산농가가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대한수의사회는 국내 수의사 2만여명의 권익을 신장하고 동물진료 및 가축방역 업무 개선등을 목적으로 지난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던 해에 설립된 단체다. 올해로 창립 71년을 맞이한 대한수의사회는 농림부 산하 단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동물이 걸리는 질병 가운데 70% 가량이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人獸共通傳染病)이다. 사스,메르스, 탄저병, 페스트,광견병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광견병은 지금도 세계적으로 매년 5만명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을 정도로 무서운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그는 동물과 사람의 건강이 직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로 인수공통전염병을 들었다.그러면서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건강을 유지하게 하려면 정기적인 진찰과 예방조치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이 급증하고 가축질병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병원과 수의사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 흔히 수의사라고 하면 동물병원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임상수의사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수의사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원 헬스’ 전문가다. 수의사는 대개 반려동물 임상분야, 가축 임상분야, 동물관련 공직업무 등에 종사한다. 이 가운데 반려동물 분야에서 일하는 수의사 비중이 50% 가량으로 가장 많다. 이어 가축 임상분야 20%, 농림부 등에서 관련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20% 정도 차지한다. 특히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국가재난형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게 되면 수의사는 최일선에서 가축방역관으로 전력을 다해 전염병 퇴치라는 중차대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 사회적 추세로 판단할때 동물병원 업계는 어느 때보다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 반려동물 증가등으로 겉보기에는 사업이 잘될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않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동물병원은 4400여개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 1000여개, 경기도에 1100여개의 동물병원이 있다. 대략 절반 정도가 서울,수도권에 몰려있는 셈이다. 그만큼 동물병원간 경쟁이 치열하다.

전체 동물병원 가운데 80% 이상이 수의사 1명이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 대상 병원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병이 나면 개인 동물병원보다 대형 종합동물병원을 찾는 추세다. 이로 인해 영세 개인 동물병원 상당수가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매년 서울대, 전북대, 전남대, 경북대, 건국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배출하는 수의사 550여명중 상당수가 동물병원을 개업하면서 동물병원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애완동물 임상 동물병원에만 수의사가 몰리는 이유는 뭔가

△가축 임상 동물병원을 개원하려면 아무래도 대도시보다 축산 농가들이 많은 중소도시에서 해야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수의사들은 대도시 동물병원을 선호하지 지방 중소도시에서 살길 원하지 않는다. 여기에 지방에서 수의대를 졸업한 수의사들도 대도시로 나와 동물병원을 열다보니 대도시 쏠림현상이 삼각하다. 지방대 수의대의 경우 현재 10% 정도로 지역출신으로 신입생을 할당하고 있으나 이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 수의대들과 협의중이다.

협회 차원에서 대도시 중심으로 반려동물 임상 동물병원에 수의사들이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가축 임상분야로 보다 많은 수의사들이 진출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쉽지않다. 분명한 것은 대도시 반려동물 대상 동물병원은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해있는 반면 중소도시 가축대상 동물병원은 블루오션이라는 점이다.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치료를 받다보면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이 많은데.

△동물병원이 애완동물을 치료할 때 필요로 하는 동물의약품을 반드시 약국에서만 구매토록 강제하는 현행 약사법이 비싼 동물의약품 약값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중 하나다. 동물병원이 동물 마취나 수술 등에 필요한 마약류는 동물약품 도매상에서 살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정작 동물질병 치료에 쓰이는 약은 도매상에서 살수 없도록 한 현행 법규는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소매 약국에서 동물의약품을 구입하다보니 도매상보다 30% 이상 비싸게 든다. 약품 구입가가 턱없이 높아지다보니 동물병원에서 청구하는 치료비도 덩달아 껑충 뛰게된다. 게다가 약국에서는 인체의약품 중심으로 판매하다보니 전체 동물의약품 가운데 3% 가량만 취급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생명이 위중한 동물을 치료하는데 약국에 약이 없어 1주일 가량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반면 동물약품 도매상은 주문하면 언제든지 공급할수 있어 적기 동물치료가 가능하다.

-반려동물 수는 크게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배려하는 사회적 문화는 아직도 갈길이 멀어보인다. 인간과 반려동물이 모두 행복하게 상생할수 있는 방안은.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할 때는 무엇보다 단순한 흥미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 동물의 보호자로서 충분한 관리를 할수 있는지 여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여름 휴가철마다 유기 애완동물이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입양단계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는 중차대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유기동물보호센터 뿐 아니라 반려동물놀이터, 테마파크, 교육센터 등 시설을 확충하면서 친화적인 반려동물 문화조성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부도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 외향적 성장만이 아니라 내실있는 성장이 이뤄질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44년 경북 상주 출생 △72년 서울시립대 수의학사 △77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95년 건국대 경영학 박사 △73년 농림직 기술고등고시 합격 △99년 농림부 축산국장 △2002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원장 △2004~2010년 충북대 수의과대 초빙교수 △2011년 ~현재 대한수의사회 회장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가축과 인간의 건강은 뗄래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수의사는 가축과 인간의 건강을 모두 책임지는 ‘원헬스’ 전문가”라고 정의했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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