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발작에 대처하는 보호자의 자세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발작에 대처하는 보호자의 자세

헬스경향 2019-09-18 11:07:00 신고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아주 선선해졌다. 체감상 여름이 지나면 경련을 하는 환자가 많아진다. 실제로 한 논문에 여름보다는 가을, 겨울에 경련 빈도수가 많다는 내용이 실렸다고 한다.

필자는 24시간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서 야간당직 중 보호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 반려동물이 경련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당장 동물병원에 가야 하나요?’, ‘왜 이러나요?’ 등등의 질문을 하는 전화를 많이 받게 된다. 실제로 경련하는 강아지를 처음 보면 그 모습이 충격적인 나머지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그래서 오늘은 만약에 우리 반려동물이 발작한다면 보호자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며 원인이 무엇인지, 동물병원에 가서는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관해 정리해 보았다.

발작을 처음 접했다면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발작하는 모습에 상당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보호자도 있을 정도다. 우선 발작하는 반려동물이 침대 위 등의 높은 곳에 있다면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고 주위에 부딪힐 수 있는 물건들은 치워서 이차적 피해를 막아 줘야 한다.

경련을 하는 중에는 주변 사물, 사람을 알아보는 의식상태가 아니다. 이 때문에 바로 안으려고 하다가 물릴 수 있어 조심하게 반려동물을 다뤄야 한다. 경련하는 동안에는 체온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어서 담요를 싸매어 안으면 오히려 체온이 더욱 오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반려견이 발작한다고 생각하면 아주 짧게라도 영상을 찍어 남겨두는 것이 좋다. 수의사가 영상을 보고 발작인지 기절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발작과 기절은 원인과 치료가 완전히 다르지만 증상만으로는 바로 구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도 보호자가 경련이라 주장한 사례 중 발작이 아니라 기절이었던 경우를 많이 접했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증상을 수의사에게 영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

발작과 기절의 가장 큰 차이는 발작은 전조 증상, 발작 후 증상이 있지만 기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반려동물은 발작하기 전 ▲자꾸 구석으로 숨으려 하거나 ▲갑자기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침을 갑자기 흘리기도 한다. 또한 발작이 멈춘 이후에도 ▲오랜 시간 자거나 ▲침을 흘리거나 ▲부분적인 발작, 근육의 떨림이 남기도 하며 ▲일시적으로 방향감각을 소실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절은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나타난다. 깨어난 이후에는 기절하기 전과 똑같은 상태로 이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발작이 일어났을 때 반려동물의 눈을 감기고 안구를 지그시 압박하면 발작 시간을 줄여 줄 수 있다. 안구를 압박하면 미주신경을 자극해 실제로도 경련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재발작 가능성도 막아 줄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5분 이상 경련이 지속하거나 반복적으로 경련이 재발하면 바로 동물병원으로 내원해야한다.

경련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뇌의 문제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것이 첫 번째다. 뇌의 문제가 아닌 경련의 주요한 원인은 저혈당 또는 선천적 간 혈관기형 등이다. 이는 혈액검사로도 어느 정도 진단/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혈액검사를 해서 혈당, 칼슘, 전해질 이상이 없는지와 간 기능, 크기는 정상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간 혈관기형은 CT 촬영을 해야 확진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검사에서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머리, 즉 뇌의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MRI 촬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수 분 내 경련이 멈추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하는 경우 뇌수막염, 뇌종양 등 뇌의 심각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뇌수막염은 2~6살 먹은 소형견, 특히 몰티즈에게 호발한다. 뇌종양은 노령 강아지에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질병은 예후가 좋지 않아 빠른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더불어 심각한 뇌수두증도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뇌와 다른 장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는 특발성 발작이라 부른다. 유전적인 이상이 원인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 강아지 발작 중 특발성이 가장 많다(40%). 특발성 발작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것이 답답할 수도 있지만 발작의 빈도만 잘 컨트롤 해줘도 위의 언급한 질병들에 비해 예후가 가장 좋다. 특정한 사건 또는 장소가 특발성 발작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발작의 시간, 양상, 장소, 사건을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발작하게 되면 원인과 관계없이 발작만으로 뇌압이 상승하며, 그에 따라 뇌손상이 오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발작이 금방 멈추더라도 동물병원에 가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고 앞으로 발작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주는 것이 필요하다. 즉 발작을 멈추려고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발작이 오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을 꼭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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