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젊은 태극전사 황희찬(23·잘츠부르크)과 이강인(18·발렌시아)이 ‘꿈의 무대’ 데뷔전에서 의미있는 발자국을 새겼다.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부터 황희찬은 골을 터뜨리고 이강인은 한국인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다. 챔피언스리그 무대 데뷔 시즌 첫 출발을 상쾌하게 시작한 이들은 ‘캡틴’ 손흥민(27·토트넘)과 함께 올 시즌 유럽 무대에서 무한 질주 기대감을 높였다.
황희찬은 18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잘츠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헹크(벨기에)와 조별리그 E조 1차전 홈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면서 1골·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6-2 대승을 이끌었다. 잘츠부르크는 황희찬의 멀티 공격포인트와 함께 엘링 홀란드의 해트트릭을 더해 25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첫경기부터 화끈한 승리를 따냈다.
홀란드와 함께 4-4-2 전술의 최전방 투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특유의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진을 휘저었다. 황희찬은 1-0으로 앞선 전반 34분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후방에서 투입된 패스를 잡아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볼을 잡아낸 뒤 전방으로 쇄도하던 홀란드에게 볼을 내줘 골을 이끌었다.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 첫 어시스트를 기록한 황희찬은 2분 뒤에는 첫골까지 터뜨렸다. 전반 36분 즐라트코 유누조비치가 투입한 볼을 잡아 수비수 뒷공간으로 파고든 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로써 황희찬은 박지성과 손흥민에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한 세번째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황희찬은 전반 45분 홀란드의 득점을 다시 도와 전반에만 1골·2도움을 완성했다. 황희찬은 후반에도 매서웠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강력한 슈팅으로 헹크 골키퍼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후반 35분에도 논스톱 슈팅을 날려 골키퍼를 흔들었다.
황희찬은 이날 시도한 4개의 슈팅이 모두 골대 안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으로 기록하고 시종 역동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팀 공격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축구 통계 전문 ‘후스코어드닷컴’은 황희찬에게 양 팀 선수를 통틀어 최고 평점인 ‘10점 만점’을 줬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홀란드(평점 9.5)보다 높았다. 지난 5일 축구대표팀 조지아 평가전에서 윙백으로 출전해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던 황희찬은 자신의 본래 포지션에서 마음껏 날았다. 올 시즌 오스트리아 리그에서도 6경기에서 4골·6어시스트로 맹활약 중인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황희찬이 전방에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대표팀 전술 활용법에도 시사점을 남겼다. 황희찬은 경기 후 자신의 SNS에 “얼마나 멋진 성과인가(Was fur eine super Mannschaft leistung). 계속 전진하자(keep going!). 성원에 감사드립니다(Thank you for amazing support)”라는 글을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 남겼다.
이강인은 이날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잉글랜드)와 조별리그 H조 1차전 원정 경기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후반 45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강인은 18세7개월 만에 출전해 한국인 최연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전 기록은 지난 시즌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기록한 19세2개월이었다. 이강인은 추가 시간 4분을 포함해 5분 남짓 뛰며 볼 터치를 못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첫경기부터 출전 기회를 잡으며 이번 시즌 전망을 밝혔다. 발렌시아는 후반 29분 로드리고의 결승골을 앞세워 첼시를 1-0으로 물리쳤다.
잘츠부르크와 발렌시아는 조별리그 첫판에 기분좋은 승리를 거두며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 시즌 유럽 정상에 재도전하는 손흥민과 함께 유럽파 삼총사의 힘찬 첫출발은 한국 축구팬들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만든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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