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달라진 분위기, 포스트 시즌의 마무리 불안

[송재우의 포커스 MLB] 달라진 분위기, 포스트 시즌의 마무리 불안

일간스포츠 2019-09-19 06:11:51 신고

한때 등판 만으로도 게임 종료를 의미했던 마무리 투수 리치 고시지(왼쪽)와 롤리 핑거스.

한때 등판 만으로도 게임 종료를 의미했던 마무리 투수 리치 고시지(왼쪽)와 롤리 핑거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메이저리그 마무리 투수의 등장은 197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리치 고시지(이하 통산 세이브 ·310) 롤리 핑거스(341) 브루스 수터(300) 댄 퀸즈베리(244)와 궤를 함께한다. 이후 데니스 애커슬리(390)와 리 스미스(478)가 명맥을 이었고 트레버 호프먼(601)과 마리아노 리베라(652)가 정점을 찍었다. 이들의 등장은 곧 경기 종료를 의미했다. 더 나아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원하는 팀들에게는 꼭 갖춰야 하는 필수 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런 '공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마지막 경기에선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에 서 있지 않았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전망이다. 등판만으로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를 찾기 더 어려워졌다. 포스트 시즌이 주는 중압감을 고려했을 때 유독 뒷문이 불안한 구단이 꽤 있다.

16일(한국시간)까지 리그 최다 세이브 10위(총 11명)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투수 중 2점대 평균자책점 이하 선수가 5명, 3점대 이상이 4명이다. 레이셀 이글레시아스(신시내티)는 31세이브를 기록 중이지만 평균자책점이 4.19로 높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에는 0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블레이크 트레이넨(오클랜드)을 비롯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투수가 꽤 있었다.

이미 검증이 끝났고 인정을 받은 선수들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시즌 중반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300세이브 투수 크렉 킴브렐과 다저스 역사상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한 켄리 젠슨을 비롯해 트레이넨, 에드윈 디아스(뉴욕 메츠) 마크 멜란슨(애틀랜타) 유리스 파밀리아(뉴욕 메츠) 등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젊은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것도 뼈아프다. 밀워키의 조쉬 해이더가 전통적 의미의 마무리 투수에 근접하다. 그러나 지나친 멀티 이닝 투구로 불안감이 커졌다. 이닝 소화가 부쩍 늘어나면서 지난해 9이닝당 1개였던 피홈런이 1.8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저스의 불안한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켄리 젠슨.

다저스의 불안한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켄리 젠슨.


2015년까지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를 받쳐주는 셋업맨들이 포스트시즌 향방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15시즌에는 캔자스시티가 웨이드 데이비스와 켈빈 에레라, 라이언 매드슨을 비롯한 불펜의 힘으로 웃었다. 2013년 보스턴은 우에하라 고지, 2010년과 2012년 샌프란시스코는 브라이언 윌슨과 서지오 로모가 팀의 핵심이었다. 마무리 투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포스트 시즌 감독들의 주요 전략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한 팀 중 확실하게 믿을 만한 마무리 투수가 있는 구단은 드물다. 9월 초에 시즌이 끝났다고 가정해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한 10개 팀의 마무리 상황을 대략 살펴보면 아롤디스 채프먼을 보유한 뉴욕 양키스 정도만 큰 걱정이 없다. 휴스턴은 로베르토 오수나가 뒷문을 맡고 있다. 지난해 1.99였던 평균자책점이 2.90으로 1점 가까이 상승했다. 무엇보다 9이닝당 피홈런이 1.2개로 커리어 하이다.

미네소타는 테일러 로저스가 26세이브를 기록 중이지만 블론 세이브가 6개 있다. 경험이 많지 않아 미네소타는 베테랑 로모를 영입해 부족함을 보완하는 중이다. 오클랜드는 트레이넨이 충격에 가까운 부진에 빠져 리암 헨드릭스가 역할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로저스와 마찬가지로 포스트 시즌 활약 여부가 미지수다. 탬파베이는 에밀리오 파간이 마무리 첫 시즌을 보내는 중인데 28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8번 실패했다.

내셔널리그 상황이 비슷하다. 다저스는 젠슨이 팀 내 최고 고민거리다. 세인트루이스 역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전업 마무리 투수의 느낌을 강하게 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애틀랜타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쉐인 그린이 호투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 밖에 워싱턴은 션 두리틀이 4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고민 끝에 킴브렐을 영입한 컵스는 생각보다 확실한 답을 손에 넣지 못했다.

굳이 마무리 투수가 포스트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헐거운 뒷문은 감독의 복잡한 전술을 요구하고 경기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다. 이번 포스트 시즌 마지막 경기, 마지막 이닝은 누가 책임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송재우 MBC SPORTS+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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